기획특집

[기획] 데이터로 만드는 자원순환 도시
작성일:
2026-04-03
작성자:
박은영
조회수:
2613

[기획] 보이지 않는 도시 시스템을 경험하는 방식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65호(202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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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만드는 자원순환 도시


오늘날 스마트시티 행정은 도로, 에너지, 폐기물 등 복잡한 인프라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보로 시각화해 자발적인 행동 변화를 이끌어낸다. 지시와 단속이 아닌 데이터 공유를 통해 시민을 도시 운영의 파트너로 참여시키는 전략이다. 전국적으로 확산 중인 '무선주파수식별시스템(이하 RFID*) 기반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2011년부터 선제적으로 도입해온 서울시는 이러한 데이터 행정을 일상에 안착시킨 모범 사례다. 과거 봉투 방식이나 단지별 공동 수거 방식은 배출 정보를 가구별로 수집할 수 없어 관리에 한계가 있었다. 반면 RFID 종량제*는 배출 시점에 ‘누가, 언제, 얼마나’ 버렸는지 정밀하게 계량해 디지털 데이터로 기록한다. 시민들은 종량기에 표기되는 수치를 통해 자신의 배출량을 ‘무게’와 ‘비용’으로 즉각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비용 부담의 형평성을 실현할 뿐만 아니라 배출 습관을 스스로 돌아보게 만드는 행동 경제학적 넛지(Nudge)로 작용한다. 

음식물 쓰레기 개별 배출 데이터가 시민의 실천 행동을 어떻게 이끌어내고, 데이터 기반의 행정이 서울의 자원순환 정책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구체적인 이야기를 서울시 생활환경과에서 RFID 음식물쓰레기 종량기 관련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고유미 주무관에게 들어봤다.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전파를 이용해 정보를 인식하는 무선주파수 인식 기술

*RFID 종량제: 무게 측정과 무선 모뎀이 장착된 RFID 종량기에 각 세대의 RFID 태그를 인식 후 음식물쓰레기를 배출하면 배출자와 배출 무게 정보가 실시간으로 환경부 중앙시스템으로 전송돼 수수료를 산정하는 방식



서울시의 음식물쓰레기 관리 체계는 과거에 어떤 변화 과정을 거쳐서 현재의 종량제 중심 시스템으로 자리 잡게 되었나요?

음식물쓰레기 문제는 1995년 일반 종량제 시행 후 본격화됐습니다. 침출수를 흡수해주던 종이류 등이 재활용으로 분리되면서 일반 종량제 봉투 안의 음식물쓰레기와 침출수가 늘었고 악취 민원이 폭증했습니다. 이에 따라 폐기물을 일시적으로 모아 옮기는 적환장과 소각·매립시설의 처리 부담도 커졌습니다. 2005년에는 음식물쓰레기 직매립이 전면 금지되면서 분리 배출이 의무화되었고, 2013년부터는 음식폐기물 폐수의 해양 투기가 금지되며 처리 비용이 급증했습니다. 현장에서는 민간위탁 처리 업체의 파업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원천 감량과 공공처리시설의 확충 등이 필요해졌습니다. 서울시는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공정한 부담 원칙을 구현하기 위해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해법으로 채택했습니다. 


음식물쓰레기 종량제에는 전용 봉투, 칩 등 여러 방식이 있는데요. 이 가운데 서울시가 ‘RFID 기반 종량제’를 도입하게 된 배경과 당시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던 사안은 무엇이었나요?

종량제 도입 전에는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이 해마다 증가해 이를 정확하게 관리하고 실질적인 감량으로 연결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했습니다. 당시 시급한 과제는 행정과 시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하고 위생적인 폐기물 처리 체계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전용 봉투나 스티커처럼 배출량을 정밀하게 반영하기 어려운 방식보다 ‘버린 만큼 공정하게 부담한다’는 원칙 아래 정확한 계량이 가능한 RFID 기반 종량제 시스템에 주목했습니다. 2011년 시범 사업을 거쳐 제도를 점차 정착시켰고 현재는 공동주택의 약 80%에 보급되어 운영 중입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RFID 종량기’는 밀폐형 거점 용기로 설계되어 악취와 해충을 줄이고 수거 효율을 높이는 데에도 효과적이었습니다. 


서울시 노원구의 한 공동주택에 설치된 RFID 종량기. 노원구는 이를 활용해 공동주택 간 배출량을 비교하고 우수 단지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음식물쓰레기 감량 경진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 출처: 노원구


서울시 영등포구의 일반주택가 거점 지역에 RFID 음식물쓰레기 종량기를 설치한 모습.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신용카드로 배출 수수료를 결제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사진 출처: 서울시

 

RFID 종량기에서 배출 무게와 수수료를 확인하고 카드로 결제하는 모습. 사진 출처: 강남구


RFID 종량기의 음식물쓰레기 배출 과정과 수거 방법, 요금 정산, 데이터 관리 등 전체 흐름이 궁금합니다.  

우선 가정에서 음식물쓰레기의 물기를 최대한 제거하고 이물질을 분리한 뒤, 배출 거점에 설치된 RFID 종량기에 배출합니다. RFID 태그를 카드로 인식하면 뚜껑이 열리고, 음식물쓰레기를 투입하면 내장된 저울이 배출 무게를 자동으로 측정해 줍니다. 화면에는 배출 무게와 이에 따른 비용이 즉시 표시되기 때문에 시민들이 자신의 배출량을 직접 인식하고 감량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또한 RFID 종량기는 밀폐형 구조로 설계되어 수거 시까지 주변 환경을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이후 수거된 음식물쓰레기의 운반과 처리 방식은 기존 수거 체계와 동일하게 이루어집니다. 

RFID 종량기는 배출 시점의 시간, 장소, 배출자, 배출량 등의 정보가 함께 기록된다는 것이 특징인데, 이러한 데이터는 한국환경공단의 RFID 음식물쓰레기 관리시스템으로 전송되어 요금 정산의 근거 자료가 되며, 장기적으로는 공동주택별 배출 감량 경진대회, 음식물쓰레기 인센티브 제도 등 다양한 정책 시행에 활용됩니다. 


서울은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거주 비율이 높은 대도시입니다. 이러한 구조가 RFID 종량제 정착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기기 설치가 어려운 단독주택이나 빌라 밀집 지역의 사각지대는 어떻게 보완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공동주택은 구조적으로 RFID 종량기 보급 확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쓰레기 집하 시설이 별도로 마련돼 있어 기기 설치가 용이하고,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사무소 등 단지 단위의 의사결정 체계가 있어 설치와 운영에 대한 합의가 비교적 빠르게 이뤄집니다. 또한 단지 방송이나 안내문 등을 통해 주민 교육과 공지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고 관리소 직원 등 현장 운영을 지원하는 주체가 있어 제도 초기 안착에 도움이 됩니다. 

반면 단독주택 등 빌라 밀집 지역은 출입 동선과 배출 지점이 분산돼 있고 설치 공간도 상대적으로 협소해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공동주택과 달리 상시적으로 운영을 지원할 관리 주체가 부족하다는 점도 도입과 유지 관리의 어려움으로 작용합니다. 이에 서울시는 기존 120L대신 주택가 환경에 맞춰 좁은 유휴 공간에도 설치 가능한 60L 소형 기기를 골목 단위 거점에 설치하는 방식을 확대하고 있으며, 주민 관리자 지정 등 운영 보완책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설치를 추진하는 구역은 현장 여건과 동선 확인, 주민 동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적의 설치 방식을 결정하고 있으며 용기 세척 사업 등 사후 관리도 병행해 관리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빌라와 오피스텔 등 밀집 주거 지역에 설치된 송파구의 RFID 종량기. 협소한 공간에 맞춰 기기를 배치했으며 밀폐형 구조로 악취와 해충을 차단해 쾌적한 골목 환경을 유지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사진 출처: 서울시


기온이 높은 하절기를 대비해 RFID 종량기와 거점 수거용기를 대상으로 세척 서비스를 시행하는 모습. 전문 인력이 친환경 악취 제거제를 활용해 주기적으로 소독해 쓰레기 배출 거점을 쾌적하게 유지하고 주민들의 생활 불편을 선제적으로 해결한다. 사진 출처: 영등포구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운영상의 시행 착오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초기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기기 관리 체계를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은 무엇이었나요? 

초기에는 ‘굳이 왜 새로운 기기를 써야 하는가’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이 충분하지 않았고 전자기기 조작에 대한 낯섦이나 악취·위생 관리에 대한 우려가 있었습니다. 특히 고령층의 경우 디지털 기기 사용에 대한 부담이 크게 나타났습니다. 이에 시민들의 사용 장벽을 낮추기 위해 기기 사용성을 개선하고 음성 안내 등으로 알림 기능을 보완해 이용 편의성을 강화했습니다. 동시에 원격 모니터링을 통해 통신·센서 상태를 상시 점검하고, 고장 신고 시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 경미한 장애는 빠르게 복구될 수 있도록 관리했습니다.


시민들이 자신의 쓰레기 배출량을 직접 인식하게 되면서 생활 속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 궁금합니다. 실제 현장에서 체감한 반응이나 인상적인 사례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이 숫자로 즉시 표시되다 보니 자신의 배출 습관을 보다 직접적으로 인식하게 됐다는 점이 큰 변화였습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물기만 잘 빼도 무게와 비용이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어 배출 습관이 달라졌다’는 반응을 자주 접합니다. 그 결과 체에 받쳐 물기를 빼거나 한 번 더 눌러 짜서 배출하는 등 생활 속에서 감량 요령을 자연스럽게 익히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RFID 종량기는 배출 횟수가 아니라 실제 무게에 따라 요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기존처럼 음식물쓰레기를 한 번에 많이 모아둘 필요가 줄어들어 소량씩 수시로 배출할 수 있다는 점도 시민들이 체감하는 변화 중 하나입니다. 음식물쓰레기를 집안에 오래 두지 않게 되면서 악취와 해충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었고, 원하는 시간에 간편하게 배출할 수 있어 훨씬 편리하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결과적으로 RFID 종량제는 단순히 배출 비용을 부과하는 장치를 넘어 시민들로 하여금 배출 습관을 돌아보고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감량을 실천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RFID 종량제를 도입한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 서울시에서는 어떤 성과가 나타났나요? 특히 음식물쓰레기 배출량 변화나 현장 운영 측면에서 확인된 효과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서울시는 RFID 종량제 도입 이후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에서 상당한 효과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총 배출량은 2014년 하루 3181톤에서 2024년 하루 2367톤으로 약 25.6% 줄었습니다. 특히 가정 부문은 해마다 꾸준히 감소해 2014년 하루 2548톤에서 2024년 하루 1811톤으로 28.9% 감량했고, 사업장 부문은 2014년 하루 633톤에서 2024년 하루 556톤으로 12.2% 줄어들었습니다. RFID 종량기 설치 현황과 관련해서는 2011년 시범사업 이후 현재까지 총 2만 7000여 대가 보급되어 공동주택 부문에서는 약 80%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상대적으로 미보급된 단독주택 중심으로 설치 대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서울시의 가정 및 사업장별 음식물쓰레기 발생 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프. 특히 가정 부분의 배출량이 지난 10년간 꾸준히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자료 출처: 서울시


서울시 자치구별 공동주택 RFID 종량기 보급 현황. 보급률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가구별 배출 데이터가 정밀하게 수집되고 있으며 서울시 전체의 음식물쓰레기 감량 정책을 지탱하는 동력이 된다. 자료 출처: 서울시


수거된 음식물쓰레기는 ‘바이오가스’와 같은 재생에너지로 활용된다고요. 이러한 폐기물-에너지 전환 구조가 서울시의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어떻게 기여하게 될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음식물쓰레기 등 유기성 폐기물을 혐기소화해 바이오가스로 전환하는 구조는 단순한 처리 과정이 아니라 탄소를 줄이면서 화석 연료를 대체하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달성하는 방법입니다. 매립이나 소각으로 발생하는 메탄과 온실가스를 줄이고 생산된 바이오가스로 전기와 열을 공급하거나 도시가스, 수소 연료로 대체함으로써 화석 연료 사용을 직접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난지물재생센터, 강동구 자원순환센터와 같은 시설 확충을 통해 처리 효율과 가스 생산량을 높일 계획입니다. 나아가 데이터 기반 운영과 전력·연료 부문 연계를 강화해 폐기물을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도시 인프라 혁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해 3월 23일 개관한 강동구 자원순환센터 전경. 폐기물 처리 시설을 전면 지하화한 친환경 시설로 주민들의 문화, 휴식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사진 출처: 서울시


최근 ‘음식물쓰레기 감량 포인트 제도’ 등으로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개별 배출 데이터를 어떻게 고도화해 자원순환 정책에 활용할 계획인지, 또한 이러한 시스템이 스마트시티의 폐기물 관리 측면에서 어떻게 발전할 것으로 보는지 듣고 싶습니다.

RFID 종량제는 단순 요금 정산을 넘어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관리를 가능하게 합니다. 누가, 언제, 얼마나 배출했는지에 대한 정밀한 데이터가 축적되기에 이를 정책 설계와 인센티브 제공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음식물쓰레기 감량 포인트 제도’는 개별 세대의 과거 배출 추세를 분석해 맞춤형 목표를 제시하고, 달성도에 따라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었습니다. 서울시는 앞으로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도를 정교하게 설계하고 현장 개선으로 연결하는 순환 체계를 구축해 시민과 함께 성과를 만들어나가는 지능형 자원순환 도시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인터뷰이 : 고유미 서울시청 생활환경과 주무관

음식물류 폐기물 ‘RFID 종량기’ 보급 사업과 각종 감량 시책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2023년 하반기 음식물류 폐기물 감량 및 자원화 제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시 이달의일꾼 우수 공무원으로 선정됐다. 


글: 공공디자인 소식지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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