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기획] 타이포잔치 2021: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사이사이》
작성일:
2021-08-30
작성자:
소식지관리자
조회수:
1921

[기획] 타이포잔치 2021: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사이사이》 토크 리뷰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10호 (20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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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문자를 탐구하고 확장 가능성을 보다


타이포잔치 2021: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사이사이》 토크 포스터

타이포잔치 2021: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사이사이》 토크 포스터


2년마다 열리는 타이포잔치는 본 전시를 하기 앞서 주제를 미리 탐색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기 위해 사전행사 《사이사이》를 진행한다. 《사이사이》는 심포지엄, 워크숍, 토크, 전시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구성되는데 타이포그래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참여와 실험을 이끌어낸다.

타이포잔치 2021: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사이사이》는 2020년 12월에 3개의 워크숍과 2021년 5월 토크로 나눠서 진행되었다. 2020년 겨울에 열린 워크숍은 텍스트 기반의 프로그래밍을 통해 ‘디지털상의 생명’을 만들어보고, 쓰레기를 리사이클하면서 버려진 문자를 재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탐구했다. 그리기 도구를 직접 만들고 정해진 조건 안에서 드로잉을 해보는 시간도 있었다.

첫 번째 《사이사이》가 ‘생명과 문자’라는 타이포잔치 2021의 주제의 확장성을 알아봤다면, 올해 5월에 열린 두 번째 《사이사이》는 국내외 6명의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생명, 문자, 디자인, 환경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이었다. 각 디자이너들은 자신이 작업한 실제 사례를 통해 문자가 생명을 얻는 방법, 환경을 고민하는 디자인, 디지털에 생명을 불어넣는 방법을 상세하고도 재미있게 설명해 주었다.

타이포잔치 2021: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사이사이》 토크에 참여한 연사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양수현(뉴닉), 정다운(보틀팩토리), 비그 스튜디오, 에리히 브레히뷜, 박영신, 하기와라 슌야

타이포잔치 2021: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사이사이》 토크에 참여한 연사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양수현(뉴닉), 정다운(보틀팩토리), 비그 스튜디오, 에리히 브레히뷜, 박영신, 하기와라 슌야


타이포잔치 2021: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사이사이》 토크는 시국에 맞춰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덕분에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디자이너의 생각을 나눌 수 있었다. 한국 외에 일본, 중국, 독일, 네덜란드 등 세계 10여 개국에서 1,577명이 토크를 시청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사이사이》 토크의 성공은 타이포잔치의 또 다른 가능성을 확인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 디지털에 생명을 불어넣는 방법

《사이사이》 토크에 참여한 연사들이 발표한 주제와 내용은 크게 3가지로 묶어서 설명할 수 있다. 그중 하나는 디지털이라는 가상의 환경에 문자와 디자인으로 생명을 불어넣는 방법이다. 새로운 세대를 위한 뉴스레터 플랫폼 ‘뉴닉’의 브랜딩과 웹디자이너 하기와라 슌야의 작업은 이를 보여주는 예였다.

뉴닉은 MZ세대를 위한 뉴스 전문 뉴스레터로, ‘고슴이’라는 캐릭터로 독자들과 소통한다. 기존 레거시 미디어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젊은 세대에게 맞는 방법으로 뉴스를 전달하기 위해서 뉴닉이 선택한 방법은 ‘사람을 모이게 하고, 이야기할 상대를 만들고, 이야깃거리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는 온라인 세계에서 존재하는 뉴닉이 생명력을 얻어 오프라인 세계까지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뉴닉을 본다는 걸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브랜딩에 신경을 쓰고, 그를 대표하는 캐릭터 고슴이를 디자인하니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독자 피드백을 꼼꼼히 읽고 반영하면서 점점 앞으로 나아갔다.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브랜딩과 세심한 배려, 동시대적 움직임에 함께 하려는 자세는 30만 명의 독자를 모았고, 고슴이 팬클럽까지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뉴스레터 뉴닉은 독자와의 소통을 통해 친밀함을 형성하고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확장 1
뉴스레터 뉴닉은 독자와의 소통을 통해 친밀함을 형성하고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확장 2

뉴스레터 뉴닉은 독자와의 소통을 통해 친밀함을 형성하고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뉴닉이 타깃층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생명을 얻었다면, 하기와라 슌야는 기존 매체의 전통을 뒤집으면서 디지털 세계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하기와라 슌야가 속한 IDPW는 디지털을 기반으로 여러 가지 실험을 하는 단체로, 인터넷스러운 것을 파는 행사 ‘인터넷 야마이치’를 시작했다. 일본에서 시작한 이 행사는 곧 세계로 퍼져 나갔고, 온라인에 존재하는 것들이 오프라인으로 나왔을 때 어떤 형태와 가치를 지니는지를 탐구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이어 하기와라 슌야는 ‘Trans Books’라는 행사를 통해 책이라는 전통 매체의 한계를 극복했다. 코로나로 인해 디지털로 행사 장소가 옮겨지면서 ‘Trans Books’는 책을 통해 미디어의 미래를 연구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 발전했다. ‘Trans Books’ 온라인 서점에서 디지털화된 책은 다운로드 및 출력이 가능하다. 이 책은 온라인 세계와 아날로그 세계 모든 곳에 존재하는 미디어가 된다.

책을 주제로 미래의 미디어 존재 양상을 연구하는 행사 ‘Trans Books’는 온라인 서점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 Yujiro Ichioka, Yusuke Tsuchida

책을 주제로 미래의 미디어 존재 양상을 연구하는 행사 ‘Trans Books’는 온라인 서점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 (하단 이미지) ⓒ Yujiro Ichioka, Yusuke Tsuchida



| 디자인과 생명, 환경의 연관관계

이어 《사이사이》 토크는 디자인이 생명과 환경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틀팩토리를 운영하는 정다운 대표와 그래픽 디자이너 박영신을 통해서 보여줬다.

지속 가능한 일상을 제안하는 플랫폼 ‘보틀팩토리’의 정다운 대표는 일회용품이 없는 카페에서 시작하여 다회용 컵 공유 서비스, 제로 웨이스트숍, 지속 가능한 마켓과 축제까지 활동 영역을 점차 확장해왔다. 생명과 직결되는 환경 문제에 관심이 생겼던 정 대표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바꾸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실험과 수정을 반복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마음 맞는 사람을 한, 두 명씩 만나면서 정 대표의 실험은 널리 퍼지고 정착되기 시작했다. 정다운 대표는 “디자인을 하는 과정에서 생명과 환경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고민해야 할 시기”임을 강조했다.

60년된 쌀가게를 제로웨이스트 샵으로 리브랜딩한 ‘경복 쌀 상회’, 포장없는 장터 ‘채우장’, 다회용기 컵 ‘리턴미 컵’ 등 보틀팩토리는 행동을 바꾸는 실험 1
60년된 쌀가게를 제로웨이스트 샵으로 리브랜딩한 ‘경복 쌀 상회’, 포장없는 장터 ‘채우장’, 다회용기 컵 ‘리턴미 컵’ 등 보틀팩토리는 행동을 바꾸는 실험 2

60년된 쌀가게를 제로웨이스트 샵으로 리브랜딩한 ‘경복 쌀 상회’, 포장없는 장터 ‘채우장’, 다회용기 컵 ‘리턴미 컵’ 등 보틀팩토리는 행동을 바꾸는 실험을 멈추지 않는다.


이안디자인 아트디렉터이자 북 아티스트, 그림책 작가이기도 한 박영신 디자이너는 1995년부터 자연과 생명을 주제로 한 그래픽 이미지를 작업했다. 박영신 디자이너에게 ‘생명’이란 ‘발신하는 것’이고, ‘디자이너의 디자인 작업’이란 ‘개인의 생명력을 발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초창기 박 디자이너는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식물들이 무늬와 행동으로 발신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를 바탕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박 디자이너의 관점에 따르면 동식물의 고유 무늬와 패턴은 하나의 시각적 기호로 그들이 몸으로 발신하는 문자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런 생명에 대한 관심은 포용력과 유기적 관계, 문명과 생명의 초기 상태라는 주제로 확장되었다. 《사이사이》 토크를 통해 박영신 디자이너는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작업을 돌아보며 그 속에 담긴 생명과 디자인의 관계를 설명했다.

자연과 환경에서 영감을 받은 박영신 디자이너의 그래픽 작업들

자연과 환경에서 영감을 받은 박영신 디자이너의 그래픽 작업들



| 표현 재료로서 문자

《사이사이》 토크에서는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라는 주제에 맞춰 타이포그래피를 작업의 주요소로 하는 두 디자이너의 작업을 듣는 시간도 마련되었다. 노르웨이와 스웨덴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비그 스튜디오는 지역적 특색이 담긴 공간을 디자인하는 팀으로, 타이포그래피를 차별된 장소를 만드는 결정적인 요소로 활용한다. 스위스 디자이너 에리히 브레히뷜은 자신이 디자인한 포스터를 예로 들며 타이포그래피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대해서 말했다.

한나 닐슨과 소피아 어스터러스로 구성된 비그 스튜디오는 조경과 미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장소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공원, 마을, 등산길, 미술관 등 실내외를 불문하고 다양한 공간을 디자인했던 비그 스튜디오는 특히 그 지역의 특징을 디자인에 녹여낸다. 공간 디자인 특성상, 비그 스튜디오는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여 디자인을 하는데 재료가 글자의 형태와 느낌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집중하며, 입체적인 글자가 잘 보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한다. 지역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소재와 표현 방법을 연구하는 비그 스튜디오의 작업은 평범한 공간에 활력을 더해 숨 쉬는 공간으로 변화시킨다.

비그 스튜디오의 다양한 재료와 타이포그래피 간의 관계를 실험, 연구1
비그 스튜디오의 다양한 재료와 타이포그래피 간의 관계를 실험, 연구2

비그 스튜디오는 다양한 재료와 타이포그래피 간의 관계를 실험, 연구한다.


에리히 브레히뷜은 포스터의 나라라고 할 수 있는 스위스에서 활동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다. 그에게 글자란 다양한 실험을 해볼 수 있는 재료다. 에리히 브레히뷜은 포스터 크기가 작더라도 정보를 전달하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도록 화면 전체를 글자로 채우기도 한다. 에리히는 ‘한눈에 알아볼 수 없어도 매력적인 디자인이라면 다가와서 볼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전했다.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하여 다양한 실험을 했던 에리히 브레히뷜은 VR, 모션 등 디지털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움직이고 변화하는 포스터를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디자이너의 실험은 포스터라는 매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까지 보여줌으로써 많은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었다.

서체로 대담한 실험을 하는 에리히 브레히뷜의 포스터 작업들

서체로 대담한 실험을 하는 에리히 브레히뷜의 포스터 작업들


>>> 타이포잔치 2021: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거북이와 두루미》전시 기사 보러가기


| 디자인프레스
자료 제공 | 타이포잔치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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