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기획] 주민 참여로 도시품격을 높이다
작성일:
2021-11-29
작성자:
소식지관리자
조회수:
2362

[기획] 주민 참여로 도시품격을 높이다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13호 (20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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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디자인으로 높이는 도시품격,
주민 참여로 높이는 도시품격



2021 공공디자인 토론회는 <공공 가치를 디자인하다>라는 대주제 아래, ‘도시품격’을 주제로 하는 특별세션을 마련하여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논의의 장을 열었다. 국내외 저명한 연사들의 참여로, 안전하고 품격 있는 도시를 위해 공공디자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글로벌한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녹색 건축

녹색 건축 전문가 헨리 창(Henry Tsang)은 <친환경 건축 및 공공디자인의 글로벌 동향>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였다. 현재 캐나다 애서배스카 대학교 조교수이자, 2015년부터 5년간 대구 계명대에서 조교수를 지내기도 하였던 그는, 지구 온난화의 진행을 막고 자연재해 발생 빈도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환경을 고려한 섬세하고 치밀한 디자인이 고려되어야 함을 피력하였다.

헨리 창 프로필 및 주요 프로젝트 (상 : Calgary Japanese Community Centre, 하 : Tianjin Airport Hospital)
        | 자료 제공 : KCDF, ⓒ Henry Tsang
헨리 창 프로필 및 주요 프로젝트 (상 : Calgary Japanese Community Centre, 하 : Tianjin Airport Hospital)
| 자료 제공 : KCDF, ⓒ Henry Tsang

이를 위해 건축가나 도시 설계사, 디자이너 스스로가 친환경적이고 복원력을 갖춘 디자인의 필요성을 인지해야 하며, 지속 가능하고 재생 가능한 해결책을 찾을 잠재 능력과 도덕적 의무를 동시에 지녀야한다고 했다. 에너지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친환경 건물을 설계하는 것은 환경을 고려한 올바른 방식임을 되새기는 한편,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스마트 시스템으로 건물과 도시를 통합 설계해야 함 역시 강조하였다.

SPECIAL SESSION 2021공공디자인 토론회(2021 PUBLIC DESIGN FORUM) 도시품격을 더하는 공공디자인 [Design of Green and Resilient Architecture Public Design]
        1. Create harmony with the natural and built context.
        2. Preserve and embody local culture and identity.
        3. Enhance feeling of safety and dignity.
        4. Promote health and wellbeing.
        5. Focus on people, human-centered design.
        사람 중심의 건물을 설계해야 합니다
        Henry Tsang 헨리 창(Assistant Professor at Athabasca University, 애서배스카 대학교 조교수) Global Trends in Green and Resilient Architecture & Public Design(친환경 건축 및 공공디자인의 글로벌 동향)
헨리 창 발제 장면 – 친환경적이고 회복력 있는 건축과 공공디자인을 위한 5가지 전략


주민 참여를 더해 생명력 강한 공공공간 만들기

미국의 공공미술가 매튜 마조타(Matthew Mazzotta)는 지금껏 작업해온 <공동체를 위한 사회적 공간 프로젝트> 사례들을 소개하였다. 그는 공공공간 작업 시 가장 먼저 해당 지역의 공터에 소파 같은 거실 가구를 놓아둔다고 밝혔다.
 '야외 거실'라고 명명한 이 공간에서 지역주민들과 격의 없이 만나 그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생각들을 포착하는 것이 작업의 출발점이라는 것. 이를 통해 기존의 공원과 마을 광장, 인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를 발견하고 지역 공동체가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참여해 새로운 공공 공간을 창조하도록 유도한다고 말하였다.

매튜 마조타 프로필 및 ‘Cloud House’ 프로젝트 | 자료 제공 : KCDF, ⓒ Matthew Mazzotta
매튜 마조타 프로필 및 ‘Cloud House’ 프로젝트 | 자료 제공 : KCDF, ⓒ Matthew Mazzotta
‘야외 거실’ 프로젝트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 Matthew Mazzotta
‘야외 거실’ 프로젝트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 Matthew Mazzotta
‘야외 거실’ 프로젝트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 Matthew Mazzotta

결국 그는 지자체나 지역공동체가 안고 있는 어려움을 찾아내고 풀어내는 새로운 주체로서의 역할이 공공미술가 또는 디자이너에게 있음을 환기시켰으며, 시민들이 직접 프로젝트 과정에 참여해 만들어낸 새로운 공공 공간에는 자연스럽게 강한 생명력과 영향력이 부여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SPECIAL SESSION 2021 공공디자인 토론회(2021 PUBLIC DESIGN FORUH), 도시품격을 더하는 공공디자인 [저희는 극장을 설계하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일하며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Matthew Mazzotta 매튜 마조타(Public Artist, 공공 미술가), The Architecture of Social Space: Creating Spaces of Critique within the Places We Live, 공동체를 위한 사회적 공간 프로젝트
매튜 마조타 발제 장면 – 프로젝트 ‘STORE FRONT THEATER’ 소개


혐오와 기피의 태를 벗고
우리에게 친근한 장소로 거듭나는 자원회수시설


청운대학교 건축공학과 문은배 교수는 <자원회수시설의 심미적 복합 환경디자인>을 주제로 자원회수시설의 이미지 개선에 대해 발표하였다. 이는 쓰레기 소각장, 쓰레기 처리장으로 일컫는 자원회수시설에 대한 기존의 혐오감을 완화하고,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환경디자인을 활용해 새로운 외부 아이덴티티를 부여해야 함을 설명한 자리였다. 자원의 소중함과 지구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각종 인프라 시설에 대한 관심과 시각도 달라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이 같은 시설을 어떻게 새롭고 유익한 시설로 인식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제시하였다.

문은배 교수 발제 장면 ⓒ KCDF
문은배 교수 발제 장면 ⓒ KCDF

자원회수시설은 ‘춥고 더럽고 어두운’ 이라는 3가지 요소와 결부되기 쉽다고 지적하는 동시에, 범죄 접근이 어려운 장소의 특징 3가지 요소, ‘따뜻하고 깨끗하고 밝은’ 이미지를 부여하면 심리적, 물리적, 시각적으로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사례를 통해 설명하였다.

그 첫번째 예로 노원자원회수시설의 경우, 예술성을 가미한 친자연적인 공간으로 변모 시킨다는 콘셉트 아래 클림트, 몬드리안 등의 유명 화가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외벽 환경디자인을 제안하였고, 이 중 훈데르트 바서의 안을 채택하여 사람들이 모여드는 밝은 공간이 조성되었음을 언급하였다. 이어, 강남자원회수시설은 앞선 사례보다 한층 더 과감한 예술성과 표현력을 도입해 조형적인 면과 친환경적인 자연의 모습을 더해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했음을 보여주었다.

강남자원회수시설 개선 후 모습 ⓒ 문은배
강남자원회수시설 개선 후 모습 ⓒ 문은배

이처럼 환경디자인을 통해 자원회수시설의 아이덴티티에 긍정적 가치를 부여하고, 시민들에게 보다 친근하고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공간으로 다가갈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환경적 아름다움 향상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활용하고 모이는 공간으로 발전시킬 때 비행과 일탈 등의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 안전한 공간으로 꾸려갈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강조하였다.


갈등을 넘어 주민 참여의 장으로 변신하다

열병합발전소나 폐기물 처리장 같은 기피시설이 도시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혐오와 갈등을 조장하는 장소가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반기고 환영하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만들 수는 없을까? 에너지 공급과 폐기물 처리와 같은 사회 문제를 공공디자인의 해법으로 풀어낸 성공 사례가 여기 있다. 혐오·기피시설에 일상을 더욱 풍성하고 즐겁게 만들어줄 ‘여가 및 문화 공간의 기능’을 더함으로써 지역주민의 일상적 참여와 이용을 이끌어낸 곳이다.

| 아마게르 바케 Amager Bakke, 덴마크 코펜하겐

아마게르 섬의 언덕(Bakke)이라는 뜻의 ‘아마게르 바케’는 덴마크 코펜하겐 시의 에너지 공급을 담당하는 열병합발전소다. 이곳이 특별한 까닭은 혐오·기피시설로 여겨질 수 있는 발전소를 시민들이 일상과 여가를 즐기는 공간으로 완성해냈다는 데에 있다.

아마게르 바케 | 자료 출처 : BIG 공식 홈페이지
아마게르 바케 | 자료 출처 : BIG 공식 홈페이지
아마게르 바케 | 자료 출처 : BIG 공식 홈페이지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열병합발전소 건립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코펜하겐 시는 건립 추진을 위해 주민들의 납득과 지지가 필요했을 터. 이에 시는 발전소 공간의 일부를 시민들에게 개방한다는 조건으로 주민들을 설득해냈다. 만화적 상상력을 현실 속에 구현해낸다고 평가받는 비야케 잉켈스 그룹(BIG)은 발전소 옥상을 사계절 내내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스키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하였다. 이 같은 참신한 방안은 결과적으로 시민들에게 일상 속 즐거움을 주는 공간으로 실현되었다.

아마게르 바케 | 자료 출처 : BIG 공식 홈페이지
아마게르 바케 | 자료 출처 : BIG 공식 홈페이지
아마게르 바케 | 자료 출처 : BIG 공식 홈페이지

BIG는 여러 동의 건물을 높이 순서대로 배치해 옥상을 연결한 후, 그 위를 특수 마감재로 덮어 스키 슬로프로 만들었다. 산이 없어 스키장을 만들기 어렵던 덴마크에 마침내 사계절 내내 이용 가능한 스키장이 완성된 것이다. 또한 스키 슬로프 주변은 공원과 산책로, 등산로로 만들고, 건물 외벽에는 암벽등반 코스를 조성하였다. 시민들은 정상에 자리한 전망대에서 아마게르 바케 주변의 전망을 즐기는 한편, 정상까지는 여러 개의 등반 루트를 이용해 하이킹을 즐기고 있다.


| 부천아트벙커 B39, 경기도 부천시

갈등을 야기하던 혐오시설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해 시민들에게 일상적 즐거움을 주는 공간으로 변화시킨 사례는 우리나라에도 있다. 2018년 6월 문을 연 복합문화예술공간, 부천아트벙커 B39이다.

부천아트벙커 B39 | 자료 출처 : (좌) ⓒ designpress, (우) 부천아트벙커 공식 인스타그램
부천아트벙커 B39 | 자료 출처 : (좌) ⓒ designpress, (우) 부천아트벙커 공식 인스타그램

쓰레기 소각장이 들어설 당시만 해도 이 지역은 열병합발전소와 공장시설이 밀집해 있던 변두리였다. 도시가 확장됨에 따라 인근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게 되고 이때부터 악취 등의 문제로 주민들과의 갈등이 불가피했다. 갈등이 지속되던 중, 기준치 이상의 유해물질 ‘다이옥신'이 배출된다는 환경부 조사 발표가 나오게 되면서 결국 15년만에 가동이 중단되었다.
 사진 촬영 공간으로 주목 받는 부천아트벙커 B39 에어갤러리 내부 | 자료 출처 : (좌) ⓒ designpress, (우) 부천아트벙커 페이스북
사진 촬영 공간으로 주목 받는 부천아트벙커 B39 에어갤러리 내부 | 자료 출처 : (좌) ⓒ designpress, (우) 부천아트벙커 페이스북

주민들은 이 시설을 철거하고 공원 또는 수영장과 같은 편의시설을 조성해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기존의 소각장이 엄청난 규모였던 만큼 거대한 철거 비용이 예상되었다. 결국 리모델링을 해 문화 공간으로 만들기로 정하고, 부천문화재단과 부천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에 공모해 펀드를 조성하였다. 2015년부터 4년간의 민관 협력의 재생 프로세스를 통해 새로운 문화예술 플랫폼으로 탈바꿈시킨 것이 오늘의 부천아트벙커 B39다.

입구는 넓히고 담장은 낮춘 부천아트벙커 B39 ⓒ designpress
입구는 넓히고 담장은 낮춘 부천아트벙커 B39 ⓒ designpress
 모두를 위한 다양한 전시, 공연, 교육, 행사 등을 진행하는 부천아트벙커 B39  | 자료 출처 : 부천아트벙커 공식 인스타그램
모두를 위한 다양한 전시, 공연, 교육, 행사 등을 진행하는 부천아트벙커 B39  | 자료 출처 : 부천아트벙커 공식 인스타그램

이곳은 시민을 위한 열린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듯, 낮은 담장과 화려한 입구로 시민들의 진입을 유도한다. 다양한 창의성, 기능과 경험이 공존하고 융합되는 문화예술공간을 지향하는 만큼, 갤러리와 전시장, 공연장소로 활용되고 있으며, 대관을 위한 스튜디오도 갖추고 있다. 소각장 전체의 시스템을 관리하던 중앙제어실은 기계와 계기판을 그대로 보존하고, 그래픽을 통해 쓰레기 소각 시스템과 과정을 설명하고 있어 교육적 효과도 충족시키고 있다.

부천아트벙커 B39는 쓰임이 다한 혐오시설을 시민들을 위한 문화시설로 바꿈으로써 부정적 인식을 반전시키고, 일상 속에서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문화적 휴식처로서 기능하고 있다.

글 | 디자인프레스
자료 제공 |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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