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기획] 도심 속 예술작품, '미디어파사드'
작성일:
2022-01-27
작성자:
소식지관리자
조회수:
10432

[기획] 도심 속 예술작품, '미디어파사드'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15호 (2022.02.)

 

────────────────────────────────────────


회색 도시를 화려하게 만드는 예술작품,
공공미술 '미디어파사드'


2020년 여름,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파도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거대한 수조 속에서 출렁이는 파도는 가로 81m, 세로 20m의 LED 옥외 전광판에 펼쳐지는 미디어 아트 작품 ‘웨이브Wave’입니다. 디지털 디자인 컴퍼니 ‘디스트릭트d’strict’가 선보인 이 생생한 현실감과 압도적인 입체감의 대형 파도를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으며, 국내 언론은 물론 CNN을 비롯한 다수의 외신에 보도되기도 하였습니다. 이 작품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국민 추천을 통해 2021년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비공모부문 후보에 올라 우수상을 수상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습니다.
 
Public Media Art [WAVE] Full ver. by a'strict, 다음에서 보기, YouTube 썸네일
도심 속 파도를 실감나게 구현하여 세계적 주목을 받은 디스트릭트의 ‘웨이브’ | 출처 : d’strict 유튜브 채널 (▲ 영상 바로보기)
 
"웨이브는 대형 전광판을 통해 광고가 아닌 하나의 예술 작품을 공공미술로 선보인다는 역발상에서 출발하였다. 삼성동 코엑스 K-POP 스퀘어의 LED 스크린은 L자형으로 꺾인 모양이기 때문에 스크린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아나몰픽 일루젼 기법*을 통해 끊임없이 몰아치는 입체적인 파도를 표현한 작품이다. 웨이브는 직관적으로 표현하여 이목을 집중시키고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것을 통해 도심 경관을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하였다. 또한 도심 속 전광판이 단순한 광고매체가 아닌 공공디자인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 2021년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심사평 中


* 아나몰픽 일루젼 기법 (Anamorphic illusion) : 착시현상을 이용해 입체감을 느끼게 하는 표현기법

웨이브를 만든 디스트릭트는 콘텐츠 기획 및 제작 능력을 바탕으로 ‘웨이브'에 이어 또 한 번 세계에 자신들의 이름을 각인시킨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뉴욕 타임스 스퀘어에서 100m에 달하는 전광판을 거대한 폭포로 탈바꿈시킨 미디어 아트 ‘워터폴waterfall’입니다.
 
Public Media Art [Waterfall-NYC] by a'strict, 다음에서 보기, 유튜브 썸네일
뉴욕 맨해튼의 중심인 타임스 스퀘어에서 선보인 초대형 디지털 폭포 | 출처 : d’strict 유튜브 채널 (▲ 영상 바로보기)

웨이브와 워터폴은 영상 속 ‘퍼블릭 미디어 아트’라는 문구처럼 기존의 LED 전광판을 채우던 광고를 공공의 영역으로 확장시켰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는 디지털 기술은 미디어의 활용 범위를 확대시키고 있습니다. 이는 실내에 갇혀 있던 평면의 미디어패널이 갖고 있던 ‘사이즈와 형태, 설치 장소’의 한계를 무너뜨렸고, 오히려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시키고 있습니다. 미디어파사드의 등장과 빠른 확산도 여기에 기인합니다.

사물마다 정면 또는 얼굴이 있듯 건축물에서 가장 주요한 입면을 ‘파사드Facade’라고 합니다. 나아가 건축물 외관에 LED 패널을 설치해 디지털 기술이나 정보 전달력을 더한 것을 ‘미디어파사드’라고 칭합니다. 미디어파사드에 대한 사전적 정의가 장기간 모호하였으나, 「인공조명에 의한 빛 공해 방지법」에서는 “건축물과 조명이 일체화된 방식으로 LED조명, 빔 프로젝트 등을 이용하여 밝기, 색상을 조절하고 빛의 움직임을 가능케 하는 조명방식”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매지컬 홀리데이’ 테마의 미디어파사드를 선보여 큰 화제를 모은 신세계백화점 본점 | 자료 제공 : 신세계백화점
‘매지컬 홀리데이’ 테마의 미디어파사드를 선보여 큰 화제를 모은 신세계백화점 본점 | 자료 제공 : 신세계백화점
매지컬 홀리데이, 신세계백화점 크리스마스 라이츠, 다음에서 보기, YouTube 썸네일 이미지
출처 : 신세계백화점 유튜브 채널 (▲ 영상 바로보기)


미디어파사드, 그 화려한 등장

2004년 리뉴얼한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WEST는 미디어파사드의 존재감을 국내에 각인시킨 첫번째 사례로 손꼽힙니다. 네덜란드를 기반으로 하는 건축회사 유엔 스튜디오UN Studio는 기존의 콘크리트 외벽 위에 지름 83cm의 둥근 유리 디스크 4천3백여 장을 부착하고 디스크 뒷면에는 LED조명을 설치하였습니다. 유리 디스크를 투과하는 LED전구의 다채로운 불빛들은 생동감 있고 화려한 외관을 완성시킵니다.
 
ⓒ갤러리아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

형형색색의 조명쇼를 펼치는 미디어파사드는 도시에 새롭고 혁신적인 이미지를 부여합니다. 때문에 야간 경관으로 적극 활용되면서 도시 경관 차원에서 그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반면 조명을 활용해 불빛 가득한 미디어파사드는 빛 공해 등의 문제점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이에 빛 공해 방지에 관한 조례나 관련 분야의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미디어파사드는 LED패널을 유지하는 비용과 보수 관리와 관련한 정책 방향과 관리 원칙을 구축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에 2009년부터는 심의를 통한 미디어파사드 관리제도가 도입되는 등 관련 법령과 조례 등을 마련해가고 있습니다.



미디어 캔버스에 펼쳐진 미디어 아트

단순히 외관을 조명으로 밝히는 것을 넘어 디지털미디어 예술작품으로 진화, 이를 구현한 사례로는 ‘서울스퀘어’를 꼽을 수 있습니다. 옛 대우센터 빌딩을 리모델링한 이 건물은 폭 약 99m, 높이 78m의 전면부에 약 6만여 개의 LED도트를 통해 대규모의 미디어파사드로 조성되었습니다. ‘미디어 캔버스’라고 명명한 이 미디어파사드를 통해 줄리언 오피를 비롯한 다수의 미디어 아티스트의 작품이 선보였으며 거리에서도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대중과 예술의 벽을 허물었다는 평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출처 : 4KK – 4K KOREA 유튜브 채널 썸네일 이미지 4KKOREA
출처 : 4KK – 4K KOREA 유튜브 채널 (▲ 영상 바로보기)

LED기술과 관련 산업의 급진적인 발전은 기술적인 한계를 무너뜨리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디어파사드의 규모나 방식 등의 성격도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미디어파사드의 연출은 등장 초기에는 빛의 색상과 동적인 움직임을 연출하는데 그쳤던 것에 반해, 이제는 자연적인 요소나 예술적인 표현 등을 담아내면서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특히, 공공성을 띤다는 점에서 광고 전광판 등과는 뚜렷하게 구분됩니다.

서울특별시 경관조례에 따른 「건축물 경관조명(미디어파사드)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미디어파사드는 서울디자인위원회가 심의한 예술작품에 한정해 허용하고, 광고와 작품성이 없는 경우는 불허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미디어파사드를 단순히 야경 경관을 연출하는 심미적 관점에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역할을 지닌 공공디자인으로 활용되어야 함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입니다.



외벽을 수놓는 미디어 아트의 향연

‘서울라이트’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프라자 DDP의 외벽 전면에 영상을 투사해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주는 미디어파사드 축제입니다. 유려한 곡선미가 돋보이는 DDP의 외벽 220m에 빛과 미디어, 음악이 어우러진 화려한 수를 놓는 대형 라이트 쇼light show를 표방합니다. 2019년 12월 말 첫 선을 보인 이래로 10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다녀간 서울시 대표 겨울 축제이자 DDP 일대의 새로운 명물로 손꼽힙니다.
 
자료 제공 : 서울디자인재단
자료 제공 : 서울디자인재단

지난 1월 2일까지 진행된 이번 축제는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서울대 교수인 박제성 작가의 ‘자각몽 - 다섯가지 색’이라는 주제로 메인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서울라이트를 기획한 서울디자인재단은 “미디어 아트로 구현된 가상 세계에서 코로나로 지친 서울시민과 전 세계인을 위로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인간과 기술이 조화를 이뤄 함께 전진하며 나아가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고 행사의 취지를 밝혔습니다.
 
자료 제공 : 서울디자인재단
자료 제공 : 서울디자인재단
 출처 : DDP SEOUL 유튜브 채널, seoul right, 서울라이트, ddp, 서울을 빛으로 물들이다! 유튜브 썸네일
출처 : DDP SEOUL 유튜브 채널 (▲ 영상 바로보기) 

건축물의 파사드는 가로경관을 좌우하며, 미디어파사드는 그 자체로 랜드마크로서의 기능을 충족합니다. 미디어파사드를 통해 선보이는 예술작품은 그 어떤 전시장보다도 다수의 대중을 손쉽게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거리를 지나는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만큼, 새로운 공공디자인의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매개체로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제 미디어파사드는 단순히 건축물의 입면을 장식하는 요소를 넘어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공공디자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시민의 참여를 더해 진일보한 미디어파사드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공공디자인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기 위해 ‘공공디자인 공모전’은 전국 및 각 지자체 차원에서 매년 개최됩니다. 그 중 2021년 부산시에서 진행한 공모전에서 미디어파사드 소재의 작품이 대상에 선정되어 눈길을 끕니다.
 
미디어 파사드를 활용한 41.5M 사일로 문화공간 디자인, 415 전망대, 415 해양 문화축제, 415 대기질 정보, 415 수직정원
출처 : 부산시

부산시는 ‘2021 공공디자인 공모전’에서 ‘미디어파사드를 활용한 41.5m 사일로 문화공간 디자인(전진하, 손혜경)’을 대학·일반부 대상으로 선정하였습니다. 부산항 양곡부두에 위치한 사일로(곡물 저장시설)의 역사적 상징성을 유지하고 미디어파사드를 더한 점이 특징인 이 작품은 부산을 대표하는 공공공간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디자인되어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시민의 참여로 시작된 아이디어가 일상을 변화시키고, 지역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읍니다.
 
출처 : 서울시 공식 관광정보 웹사이트 - 서울로미디어캔버스
출처 : 서울시 공식 관광정보 웹사이트 - 서울로미디어캔버스

‘서울로미디어캔버스’는 시민이 공감하고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참여형 미디어플랫폼을 구축하여 시민과 함께하는 공공미술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미디어파사드입니다. ‘서울로미디어캔버스’는 서울로 7017 서측 만리동 광장 우리은행 중림동지점 건물 상단에 설치된 가로 29m, 세로 7.7m의 대형 스크린으로, 서울로 7017 고가상부 및 만리동 광장을 걸으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는 서울시 공공미술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의 핵심 프로젝트로, 그간 설치 조형물 중심이었던 기존 공공미술의 영역을 미디어 분야로 확장하는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서울로미디어캔버스’는 특히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전시장과 공연장 등 실내 공간에서 작품 발표가 힘든 예술인들에게 자신의 작품 세계를 펼쳐 보이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글 | 디자인프레스

 

빠른 이동 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