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기획] 도시와 시민의 접점을 디자인하는 전문가
작성일:
2022-11-30
작성자:
소식지관리자
조회수:
1290
[기획] 공공디자인 전문가 인터뷰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 25호(202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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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시민의 접점을 디자인하는 전문가

수도권 전역을 종횡무진하며 공공디자인적 시각과 실험을 실현하고 있는 황규연 디자인팩토리 대표를 만났다. 디자인팩토리를 개소한 지 올해로 12년차. 교과서에만 있는 ‘공공디자인’ 단어가 정책으로, 길목으로, 도시로 나오는 전 과정을 지켜본 그는 앞으로 다가올 공공디자인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고 말한다.

Interview
황규연 디자인팩토리 대표, 서울시 공공디자이너, 경기도 공공디자인 진흥위원


전공 과목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대학교에서 제품 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그렇지만 제품뿐만 아니라 공간, 환경, 가구 디자인을 함께 배울 수 있는 커리큘럼이라 보는 눈이 한층 넓어진 것 같습니다. 그때 처음 공공디자인이란 단어를 들었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다가 공공디자인을 조금 더 깊이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석사 공부를 시작했어요. 당시에 공공디자인 석사 과정을 갖춘 곳이 없던 터라 공간디자인 과목에서 공공디자인을 주제로 논문을 썼고요.

어떤 부분에서 공공디자인에 흥미를 느꼈나요?

대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취직한 곳이 제품디자인 전문 기업이었어요. 그런데 일을 하면 할수록 조금 더 큰 범위에서 대상을 관찰하고 디자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조경디자인 전문 기업으로 이직했어요. 한창 공원, 도로, 가로시설물 디자인에 흥미를 느끼던 때였죠. 그런데 그 곳에서도 갈증이 생기더라고요. 기성품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보다는 그 장소에 필요한, 그 환경과 사회를 바꿀 무언가를 디자인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가로시설물, 도시기반시설물, 공간환경까지 디자인팩토리가 진행한 공공디자인 이미지
가로시설물, 도시기반시설물, 공간환경까지 디자인팩토리는 다양한 범주에서 공공디자인을 진행한다. 사진 제공: 디자인팩토리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질문을 계속 이어나간 셈이네요. 

어떤 회사가 나와 잘 맞을까 주변을 둘러보던 중 동탄 신도시 완공 소식을 들었어요. 답사를 갔는데 충격적이더라고요. 가로등과 버스승강장, 벤치 등이 흔히 볼 수 있는 기성품이 아니었어요. 그 길의 분위기가 조화로웠어요. 공공디자인적 관점이 녹아 든 도시를 목격하며 “이렇게 해도 되는구나!”를 발견한 것 같아요. 그래서 ‘경기도 화성 동탄지구 가로시설물’을 디자인한 기업을 찾아봤죠. 국내 공공디자인업계의 1세대인 디자인다다어소시에이츠였어요. 입사 지원을 했고 3년 정도 일하며 보는 눈과 접근법, 디자인 방법론을 많이 배웠어요. 

그때의 흥미가 공공디자인 전문가로 나아가게 한 힘이 됐군요. 그렇지만 동탄 신도시가 완공된 2008~2009년은 공공디자인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넓어지기 전이었을 것 같아요. 

맞아요. 공공디자인이란 단어를 쓰는 사람이 드물었죠. 거의 공간환경디자인, 도시환경디자인이라고 불렀으니까요. 그러다가 서울디자인올림픽 등이 열리며 ‘도시 차원에서도 디자인이 중요하다’라는 생각이 대중 사이에서 자리 잡혔고 더불어 공공디자인이란 단어 역시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제품디자이너에서 공공디자이너로 이직할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제품디자이너일 때는 UI/UX 인터페이스 부분을 깊이 생각한 것 같아요. 어떻게 디자인해야 사용자가 더 편리하게, 유용하게 사용할지를 오래 고민했죠. 반면 공공디자이너일 때는 다뤄야 하는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를 동시에 공부하면서 전체를 연결 짓는 사고가 필요해요. 덕분에 조경, 건축, 토목, 인문학, 심리학, 범죄예방 등의 관점에서 다각도로 보는 훈련을 많이 했습니다.

다니던 회사를 나와 디자인팩토리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디자인팩토리는 2010년에 개소했어요.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약간 건방져 보일 수 있는데 “내가 지금껏 한 프로젝트 다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어요. 사업자등록증을 만들고 혼자 일을 시작했어요. 퇴직금으로 컴퓨터 하나를 더 사서 한쪽 컴퓨터에서는 기획하고 한쪽 컴퓨터에서는 디자인을 했죠. 

12년 만에 번듯한 공공디자인 전문기업이 되었네요! 현재 디자인팩토리 인원은 몇 명인가요?

프로젝트에 다라 17~25명 사이의 규모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공공디자인사업부, 공공미술사업부, 공간환경사업부로 구성되어 있고요. 그중 공공디자인사업부와 공공미술사업부는 서로 교류하고 왕래하는 지점이 많고 공간환경사업부는 실내 공간 디자인에 특화되어 있어요. 

공공디자인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디자인팩토리만의 기업문화가 있다면?

디자인을 하기 전 리서치에 시간 투자를 많이 합니다. 예를 들어 신도시 내에 가로 환경 디자인이라면 신도시는 왜 만들어지는지, 신도시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과거에는 어떤 사례가 있었고 현재는 어떤 모습인지를 살펴보죠. 이러한 노력이 대외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디자이너의 시각과 접근법에 큰 영향을 준다고 믿기에 시간을 쏟는 편입니다.

디자인팩토리 구성원은 어떤 전공자들인가요?

제품디자인, 공간디자인을 전공한 이도 있고요. 토목, 실내건축, 시각디자인 등을 전공한 이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디자인학부 출신이 많아요.

성남(Seongnam) 현금 게이트
디자인팩토리에서 진행한 성남톨게이트 고속도로 시설물 디자인 개선사업.
황규연 대표는 다양한 공간적, 환경적 범위에서 디자인적 사고를 하는 것을 업의 장점으로 꼽는다. 사진 제공: 디자인팩토리


올해 ‘동작구 주민 체감형 도시틈새공간 범죄 예방 디자인’ 프로젝트로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했어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어떤 점에 주목하셨나요?

사업을 착수하자마자 틈새공간을 정의하는 일을 시작했어요. 크게 세 가지를 주목했죠. 물리적인 틈새공간, 사회적인 틈새공간, 그리고 범죄환경에 대한 틈새공간. 그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분류하고 디자인적 해결책을 모색했습니다. 이번 사업에서는 특히 주민 참여가 큰 힘이 됐어요. 사실 자신의 사적공간을 공적영역으로 생각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안전한 동네를 같이 만들자는 뜻을 이해해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공공디자인 전문가가 되기를 잘 했다고 생각할 때는 언제인가요?

위례신도시 사례로 말씀드려볼까요. 위례신도시에는 생태녹지축과 이어진 4.4km 길이의 보행자공간인 휴먼링(Human Ring), 그 중앙의 트램 노선을 따라 선 트랜짓몰(Transit Mall)이란 개념이 있어요. 저희는 위례신도시 공공디자인 수립 용역(2011)을 수행하며 그곳의 공공디자인물 전체를 제안했죠. 2년 전 위례신도시를 간 적이 있는데 준공한 지 이미 5~6년차인데도 시민분들이 그 공간을 너무 잘 쓰고 있더라고요. 그 모습을 볼 때 뿌듯하고 자랑스럽습니다.

디자인팩토리의 도시첨단산업단지 공간 디자인 이미지
디자인팩토리는 최근 대구의 도시첨단산업단지 공간(디자인) 계획 및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을 수행했다.
이들은 도시적 단위에서 공간과 사람의 관계를 만드는 데에 관심이 있다. 사진 제공: 디자인팩토리


직업병 같은 것도 있으세요?

도시 전역이 참고 사례이니 늘 눈이 바쁘게 움직이는 것 같아요. 특히 시민의 움직임, 공공공간 이용 행태들을 유심히 봐요. 사진, 동영상, 관찰기를 작성하는 건 이제 습관입니다.

공공디자인 전문가를 꿈꾸는 후배에게 들려주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2019년 있었던 ‘공공디자인 스타트업 창업특강’에서도 강조한 말인데요. 본인 스스로 한계선을 만들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특히 ‘내 사업’을 하겠다고 생각하는 공공디자이너들은, 행정적인 문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계속 길러야 해요. 우리 같은 직업은 늘 새로운 과제를 받거든요. 사고를 확장하려는 노력을 일상에서 유연하게 해보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조금 더 변수와 변화를 즐기면 좋겠어요. 

사회적 문제든, 행정적 문제든, 디자인적 문제든 능동적으로 다가서라는 말씀이군요.

맞아요. 그리고 ‘공공디자인 전문인력 인증 발급’을 받으라고 꼭 말해줘요. 공신력 있는 이러한 인증 제도는 전문가로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주할 때, 디자인을 제안할 때 분명한 힘을 실어줍니다. 이는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고요. 

*공공디자인 인증발급이 궁금하다면 

늠내, 시흥시보건소
공공의 생활건강 증진을 위해 접근성을 높인 시흥시 보건소 디자인을 수행했다. 사진 제공: 디자인팩토리


공공디자인 현장에서 보낸 지난 15년을 돌아보면 어떤 변화가 느껴지나요?

공공디자인 개념이 거의 전무하던 때에서 가로시설물로 환경디자인, 경관디자인을 바라보는 시기를 지나 삶의 질을 높이는 개념으로 공공디자인을 보고 있죠. 범죄예방, 공동체 활성, 사회적 약자 보호 등을 위해서요. 이제는 공공디자인으로 도시의 매력을 만드는 단계에 왔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할 시기이기도 하고요.

다음 스텝은 어디를 향하고 있나요?

도시를 디자인하는 관점과 방법에 대해 관심이 많아 홍익대학교 공공디자인 박사 과정을 밟고 있어요. 특히 구도심에 등장하는 사회적 문제나 논의점을 신도시 설계 단계에서 예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공공디자인을 배우고 있습니다. 어쨌든 도시에 등장하는 문제는 더욱 다양화되고 가속화될 겁니다. 그 문제의 실마리에 공공디자인이 있다고 믿습니다.



글: 윤솔희, 담당: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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