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기획] 다정한 디자인이 살아남는다, 국내외 유니버설디자인 사례
작성일:
2023-01-21
작성자:
소식지관리자
조회수:
22968
[기획] 국내외에서 주목받은 유니버설디자인 이슈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 27호(2023.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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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디자인이 살아남는다
국내외 유니버설디자인 사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란 시다. 어디 풀꽃 뿐일까. 생활 속 유니버설디자인 역시 자세히 그리고 오래 보아야 진면목을 알 수 있다. 건물 입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사로와 손으로 잡고 이동하도록 이어진 계단 옆 펜스, 캔음료나 생활용품에 각인된 점자 표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사용성을 바탕으로 한 직관적인 디자인에는 작은 것도 놓치지 않는 섬세한 고민과 솜씨가 담겨있다. 사용할수록 진가가 드러나는 국내외 유니버설디자인 사례를 통해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디자인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만나본다. 

농촌 지역사회 활성화를 도모한 마령활력센터농촌 지역사회 활성화를 도모한 마령활력센터. 사진 출처:서울 유니버설디자인센터 www.sudc.or.kr


더불어 잘 사는 지역사회를 위해,
마령면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 & 과천자이 Grand ‘O’ park

유니버설디자인은 평등한 이동권과 생활권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환경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국내에서도 각 지자체를 비롯해 다양한 브랜드에서 이를 고려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최근 ‘마령면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과 ‘과천자이 Grand ‘O’ park’는 환경 조성 시 유니버설디자인을 도입한 점을 인정받아 ‘제2회 서울 유니버설디자인 대상(공공/민간 부문)’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마령면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은 전라북도 진안군 마령면에 거주하는 아동, 노인, 귀농귀촌인, 다문화 가정 등이 공존할 수 있는 농촌중심지를 조성하기 위해 추진되었다. 최대한 많은 주민의 접근성을 고려해 면사무소, 지역아동센터, 학교, 버스정류장이 인접한 위치에 마령활력센터와 마령뜰, 공용주차장을 연속적으로 배치하고 다양한 이들의 요구에 대응가능한 운영 프로그램과 공간을 마련했다. 도시와 농촌의 문화 격차 해소까지 실현하고자 일상생활 공간·시설 측면 및 프로그램의 활성화까지 적극적으로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한 마령활력센터는 준공 이후에도 지역 사회의 공동생활공간으로, 마령면의 랜드마크로 성장하고 있다.

마령활력센터는 고령자, 장애인, 어린이 등이 보편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농촌 지역사회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마령활력센터는 고령자, 장애인, 어린이 등이 보편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농촌 지역사회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사진 출처:서울 유니버설디자인센터 www.sudc.or.kr


‘과천자이 Grand ‘O’ park’는 공동주택 단지의 경관축 공간에 유니버설디자인 환경을 마련했다.  '보행자'를 위한 동선을 우선 계획하고 버스정류장, 지하철역에서 단지 내 중앙공원을 통하여 청계산에 이르는 길까지 누구나 쉬운 접근이 가능하도록 디자인했다. 중앙공원은 수경시설을 중심으로 공간과 시설물을 연계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지역 주민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개방해 공공성을 확보했다. 천혜의 자연을 가진 청계산 끝자락에 위치하는 동시에 과천 도심을 연결하는 경계점에 자리한 과천주공6단지는 이렇듯 조화로운 공존을 위해 단지 중앙을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도록 대규모 공원으로 확대 조성해 공공디자인을 완성했다. 
단지 내 중앙 광장을 대규모의 열린 공원으로 조성한 과천자이 Grand ‘O’ park.단지 내 중앙 광장을 대규모의 열린 공원으로 조성한 과천자이 Grand ‘O’ park.
사진 출처:서울 유니버설디자인센터 www.sudc.or.kr


디자인이 복지다, 서울공예박물관 수유실
2021년 문을 연 서울공예박물관은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해 육아편의공간을 마련했다. 한국 최초의 국립 공예박물관인 만큼 곳곳에 마련한 공간 디자인이 눈에 띄는데, 와중에 사용자 편의를 위한 현실적인 해법도 놓치지 않은 것이다. 서울시 시민편의공간 유니버설디자인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수유실 조성은 최적의 솔루션을 도입해 전시3동과 사전가직물관 1층에 완공되었다.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열린 공간으로 마련했으며, 외국인도 불편함이 없도록 그림 언어를 사용했다. 수유실 내부는 조도 조절이 가능해 보호자와 아이가 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쉴 수 있으며 아이의 발달 과정을 고려해 스탠드형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해 배뇨, 배변 후 간편하게 속옷을 갈아입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유식 등을 데워 먹을 수 있도록 전자레인지 구비는 물론 짐이 많은 보호자를 위해 가방이나 소품을 수납할 수 있는 선반과 가방걸이를 다양한 높이에 설치했다. 
 
계획안 만들기부터 조성부터 관리까지 육아편의공간(수유실) 조성의 실용적인 가이드라인을 담은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안내서. 사진 출처:<시민편의공간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안내서(육아편의공간 편)>계획안 만들기부터 조성부터 관리까지 육아편의공간(수유실) 조성의 실용적인 가이드라인을 담은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안내서. 사진 출처:<시민편의공간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안내서(육아편의공간 편)>, 서울 유니버설디자인센터 www.sudc.or.kr

<시민편의공간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안내서(육아편의공간 편)> 다운로드

 
사용자에게 꼭 필요한 시설을 갖춘 서울공예박물관 수유실.사용자에게 꼭 필요한 시설을 갖춘 서울공예박물관 수유실.
사진 출처:서울 유니버설디자인센터 www.sudc.or.kr


세상의 모든 색은 평등해, 
LH 공공주택 CUD & KCC 색약자 배색 가이드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는 색을 인식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인물이 등장한다. 유전적 특성이나 눈 관련 문제로 인해 비장애인과 다른 시각 인지능력을 갖춘 ‘색약’ 질환이다. 컬러 유니버설디자인(CUD·Color Universal Design)이란 이렇듯 시각 인지에 어려움을 겪는 이용자의 관점에서 가능한 모든 사람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색채디자인을 말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20년 공공주택에 컬러 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도입해 심미적 기능을 넘어 다양한 색각을 지닌 사람을 배려한 컬러를 사용했다. 수원 호매실4단지 국민임대(980세대)를 대상으로 주동 내·외부, 동 출입구, 부대복리시설 및 안내표지판 등에 CUD 가이드라인을 적용한 것. 안전사고가 다수 발생하는 지하주차장 차량 교차로 표시와 보행자 동선 및 비상벨 표기를 강화하는 등 입주자 안전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모든 입주자의 안전한 주거환경 조성을 위해 확산 중인 컬러 유니버설디자인 적용 사례.한국토지주택공사가 모든 입주자의 안전한 주거환경 조성을 위해 확산 중인 컬러 유니버설디자인 적용 사례.
사진 출처: 한국토지주택공사 공식 블로그 blog.naver.com/bloglh


KCC는 색약자를 배려하는 배색 가이드라인을 개발했다. 색약자는 일반인과 달리 여러 가지 컬러를 같은 컬러로 인지할 수 있어 배색을 고려하지 않으면 정보 전달이 어려운 점에 주목한 것이다. 색약자가 직관적으로 위험 경고 안내판을 식별할 수 있도록 배색을 고려한 색채 가이드라인을 완성했는데 중심 사인물과 배경색 사이에 무채색 배경을 추가하거나 테두리를 둘러주는 방식으로 식별성을 높이고 사인물 컬러를 노란색으로 바꿔 명도 차를 크게 높임으로써 눈에 띄도록 했다. 최근 소방산업 우수 디자인 공모전에서는 '제 4차 산업혁명과 소방 산업'에 맞게 색채디자인이 결합된 소방시설 배색 가이드 툴을 선보여 한국디자인진흥원장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 코오롱글로벌과 협업해 색상 범용 디자인의 배색을 개발, 실제 활용된 색상 조사 및 빅데이터 분석을 거쳐 매뉴얼을 고도화했다. 코오롱글로벌이 특화 적용하는 색상 범용 디자인은 정보 위주의 그래픽과 밝기차이를 이용한 것이 특징이다. 벽면, 기둥, 바닥 면에 적용하는 사인 및 그림 문자에는 명도가 3단계 이상 차이 나도록 해 명확성을 높였다. 보행로는 보행자 안전을 고려해 시인성을 높인 형광안료 페인트를 적용했다.
KCC가 컬러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해 개발한 공동주택지하 안전 사인 배색 가이드라인과 KCC와 협업해 컬러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한 코오롱글로벌의 하늘채 지하주차장 예시도. ©코오롱글로벌KCC가 컬러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해 개발한 공동주택지하 안전 사인 배색 가이드라인과 KCC와 협업해 컬러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한 코오롱글로벌의 하늘채 지하주차장 예시도. ©코오롱글로벌
사진출처 : KCC 공식블로그. blog.naver.com/kcc_world


모두의 도전은 아름다우니까, 나이키 고 플라이이즈 
나이키는 사용자를 배려한 익스클루시브 디자인에 적극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모델이 2021년 선보인 고 플라이이즈(go flyease). 혁신적인 기술을 적용한 이 스니커즈는 신발끈이 없어 신고 벗기가 간편하다. 착용 전에는 ‘^’자로 꺾여 있지만 발을 넣는 순간 자연스레 수평을 이룬다. 뒤꿈치가 돌아가듯이 열려 ‘손을 대지 않고’ 신을 수 있기 때문에 활동성이 제한된 이나 더 빨리 러닝 준비를 마치고 싶은 이에게 안성맞춤이다. 이 디자인은 나이키의 디자이너 토비 햇필드(Tobie Hatfield )가 뇌성마비 장애를 앓고 있는 매튜에게 한 통의 편지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매튜는 편지에서 아직 극복하지 못한 ‘신발 끈 묶기’의 어려움을 고백했고, 토비는 결국 끈 묶기를 어려워하는 많은 사람을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고 플라이이즈를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핸즈프리 기술을 탑재한 고 플라이이즈핸즈프리 기술을 탑재한 고 플라이이즈. 사진 출처:나이키 공식 홈페이지. www.nike.com


가장 보편의 쓸모, 옥소 굿그립 시리즈
주방용품을 전개하는 옥소(OXO)는 일상 속 사물을 더 간단하고 쉽게, 세심하게 디자인해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내는 걸 목표 삼는다. ‘작은 배려’에서 출발한 브랜드로 설립자 샘 파버(Sam Farber)가 가벼운 관절염으로 요리를 힘들어하는 아내 벳시(Betsey)를 위해 개발한 필러가 그 시작이었다. 그는 구식 금속 필러 대신 간편한 사용감으로 손에 부담을 던 제품을 만들었는데 이렇게 탄생한 것이 최초의 옥소 필러다. 옥소는 이를 통해 요리와 베이킹부터 청소와 정리, 어린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상까지 소소한 통증 해소부터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한 사려 깊은 툴을 개발하며 지금껏 주부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개중에서도 든든한 내구성은 물론 인체 공학적 형태와 시그너처인 미끄럼 방지 그립을 갖춘 굿그립(Good Grips) 시리즈는 손이 불편한 이나 고령자에게 호응이 높다. 조작이 쉽고 오래 사용해도 불편함 없는 굿그립 와이 필러, 멀티 태스킹이 가능한 3-in-1 아보카도 슬라이서, 손목 스냅만으로 뚜껑을 열 수 있는 캔 오프너는 오랫동안 사랑받는 아이템이다. 
  
사용자 편의를 우선한 실용적 디자인의 옥소 굿그립 라인사용자 편의를 우선한 실용적 디자인의 옥소 굿그립 라인. 사진 출처: 옥소 공식 홈페이지 www.oxo.com


모두에게 열린 길, 토요타 재팬 택시
토요타는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재팬 택시(JPN TAXI)'라는 신형 택시 모델을 선보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노인, 어린이 모두가 동일한 편의성으로 이용 가능하면서도 그 누구도 불편하지 않도록 한 택시는 기존 교통약자를 배려하면서도 ‘장애인용 택시’를 따로 만들 필요가 없다는 점을 부각해 눈길을 끌었다. 박스 형태의 외관 디자인에 고전적인 스타일의 팬더 미러와 미니밴의 슬라이딩 도어를 채택한 재팬 택시는 도어 개구 폭 720mm, 개방 높이 1300mm로 넉넉한 크기를 자랑한다. 실내 공간을 넓게 사용하면서 차체는 낮고 천장은 높아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도 탄 채로 오르내리기 쉽게 만들어졌다. 슬라이딩 도어는 여닫을 때 용이하고 기둥과 뒷좌석 천장에 손잡이도 배치해 더 안전하고 안락한 이동을 돕는다. 운전자와 승객 공간은 색상으로 구분했으며 뒷좌석은 벤치형 시트를 적용, 좌우 이동이 편리하다. 편의성과 공공성을 두루 갖춘 재팬 택시는 일본 국토교통성으로부터 유니버설디자인 택시로 인정받았다.
 
세심한 설계로 사용자 모두의 편의성을 높인 재팬 택시세심한 설계로 사용자 모두의 편의성을 높인 재팬 택시. 사진 출처:토요타 공식 홈페이지 toyota.jp


소외되는 이 없는 경험, 테이트 모던 & 대영박물관 
유니버설 디자인이 처음 등장한 영국과 미국은 실제로 복지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다. 특히 유수의 미술관과 박물관을 품은 영국은 일찍부터 유니버설디자인을 도입해 장애인을 비롯해 다양한 사용자를 고려한 서비스로 유명하다. 테이트 모던은 계단 이용이 불편한 노약자나 휠체어, 유모차 이용자를 위해 진입로에 넓은 경사로를 만들었으며 간이 의자를 곳곳에 비치해 보다 편안한 관람 환경을 제공한다.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낮은 계단이 이어지는가 하면 군데군데 앉을 수 있는 벤치도 마련해 이동 약자도 쉽게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 대영박물관은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갖추었다. 홈페이지를 통해 사람이 붐비지 않는 시간대와 장애인용 화장실에 대한 정보를 수시로 제공하고 사전 신청을 통해 휠체어와 전동 스쿠터 대여도 가능하다. 세인트폴 대성당은 휠체어 사용자나 유모차를 위한 개별적인 입구가 마련되어 있고 야트막한 경사로도 존재해 찾는 이 누구나 소외되는 일 없이 온전한 경험을 누릴 수 있다. 
  
넓은 경사로, 경사를 따라 이어지는 낮은 계단, 벤치 등 유니버설디자인을 접목해 공간을 설계한 테이트 모던.넓은 경사로, 경사를 따라 이어지는 낮은 계단, 벤치 등 유니버설디자인을 접목해 공간을 설계한 테이트 모던.
사진 출처:테이트 모던 공식 홈페이지 www.tate.org.uk
테이트 모던은 간이 의자 및 휠체어를 상시로 비치하고 엘리베이터와 화장실에도 사용자를 배려한 디자인을 도입했다.테이트 모던은 간이 의자 및 휠체어를 상시로 비치하고 엘리베이터와 화장실에도 사용자를 배려한 디자인을 도입했다.
사진 출처: 매드맵 블로그 blog.naver.com/madmap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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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 휠체어 및 이동용 스쿠터를 예약해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대영박물관.사전에 휠체어 및 이동용 스쿠터를 예약해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대영박물관.
사진 출처:대영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www.britishmuseum.org



글: 홍지은, 담당: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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