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기획] 영국 정부가 ‘디지털 포용 유닛’을 만든 이유
작성일:
2024-05-28
작성자:
문한아
조회수:
3525

[기획] 디지털 소외 해소를 위한 노력들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43호(202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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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가디지털 포용 유닛Digital Inclusion Unit 만든 이유


2023년, 영국 의회의 ‘커뮤니케이션 및 디지털 위원회(The House of Lords Communications and Digital Committee, 이하 “위원회”)’는 영국의 디지털 소외 현황을 바탕으로 정부의 역할을 촉구하는 보고서 ‘Digital exclusion in the UK’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디지털 소외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라고 진단하며, 정부가 새로운 디지털 포용 전략을 수립하고 정부 단위의 조직을 설립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연구는 점차 구체적인 요구로 이어져 최근 영국 정부는 실제로 디지털 포용 조직을 계획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 발전에 불가피한 문제로서, 디지털 소외에 대한 영국의 문제인식 및 대응 사례를 살펴보았다.

 

출처 : UK Parliament

 

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디지털 소외’

‘2023 영국 소비자 디지털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이후 2022년까지 꾸준히 증가하던 영국인의 인터넷 사용 경험은 2023년에 들어 99%에서 96%까지 감소*했다. 보고서는 그 원인을 60대 이상의 인터넷 이용 감소에서 찾았다. 다른 연령대의 인터넷 이용률이 비교적 높게 유지되는 한편 고령층의 인터넷 활용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위원회는 생계비 증가로 인해 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사람들의 상황이 더 악화되었으며, 2030년에는 디지털 소외가 영국 사회에서 가장 큰 기술적 문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년 조사일 직전 3개월 이내의 인터넷 사용 경험을 조사함

 

영국의 디지털 소외는 심화되고 있다. 정치 토론과 참여가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시대에 디지털 소외를 해결하면 사회 취약 계층이 쉽게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이에 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소외 극복을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인터넷 사용료를 낮추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 물가 상승으로 인해 영국 국민의 23%(약 1,220만 명)가 더 저렴한 인터넷 요금제를 찾아봤다고 한다. 위원회는 인터넷 비용을 사회적 비용으로 바라봐야 하며, 정부는 그에 부과되는 세금을 낮춰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기업과 협력하여 디지털 소외 계층에게 인터넷 바우처를 제공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공공 조직 또는 기업이 기부하는 디지털 기기를 취약계층에게 나눠주고 재사용하도록 하는 방안도 있다.

 

인터넷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사용하고, 생활에 기본적인 도구이지만 여전히 광대역과 데이터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지역이 영국에 존재한다. 많은 공공서비스가 디지털로 전환되었음에도 적절한 지원이 수반되지 않았고 지역 사회 내 교육이 부족하며, 온라인 서비스의 대다수가 접근성이 낮다. 위원회는 이와 같은 현 상황을 보고서에 밝히며 디지털 포용성을 뒷받침할 환경이 조성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출처: Digital exclusion in the UK: Communications and Digital Committee report(2023)(원문을 번역하여 수록함)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노력이 필요하다

위원회는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사람과 사용을 원치 않는 사람 등 디지털 소외 계층을 세분화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향후 정부 공공서비스는 머신러닝*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이때 디지털 소외 계층은 데이터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디지털 소외 계층이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데이터에 계속해서 반영되지 않는다면 사회가 디지털화 될수록 더 고립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에 결론적으로 6개월 이내에 정부가 새로운 디지털 포용 전략을 발표하고 정부 단위의 조직을 설립할 것을 촉구했다.

*머신러닝 :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의 한 분야

 

영국 정부는 디지털 소외가 경제 성장, 사회 통합, 생산성을 방해한다는 의견에 동의했지만, 2022년에 수립된 기존의 ‘영국 디지털 전략UK Digital Strategy’이 디지털 포용의 다양한 측면을 이미 반영하고 있다고 대응하였다. 디지털 포용을 정책의 우선 순위로 인지하고 있으며 신뢰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며 보고서를 추가로 발표하고, 정부 관계자에게 공식 서한을 보내는 등 움직임에 나섰고, 결국 정부의 디지털 포용성 정책 촉진과 대중의 인식 제고를 위해 6개월에 한 번씩 정부가 회의를 개최하겠다는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전담 조직으로는 기술디지털경제부 장관급의 그룹이 구성될 예정이다. 

 

위원회 보고서가 인용한 자료로서, 디지털 불평등을 연구하고 정부 과제를 도출한 영국 아카데미의 정책 보고서ㅣ출처 : www.thebritishacademy.ac.uk

 

한국의 디지털 소외 현황과 및 포용 정책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3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2,190만 가구 중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가구 수는 99.97%까지 상승했다. 3세 이상 국민의 94%인 4,774만 명 이상이 인터넷을 이용할 정도로 보편화되어 있다. 70대 이상 고령층 전체의 인터넷 이용률은 팬데믹 이후 눈에 띄게 증가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치다. 연령이 많을수록 또는 도시 규모가 작을수록 이용률은 더 낮아진다. 이들은 특히 검색, 다운로드, 설치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연령별 인터넷 이용률 변화ㅣ출처: 2023 인터넷이용실태조사

 

2023년 기준 국민의 50% 이상이 일상에서 경험해 본 것으로 나타난 인공지능(AI)에 대해 물으면 격차는 더 커진다. 최근 3년간 모든 연령대에서 인공지능 경험이 증가한 것에 비해 70대 이상은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인공지능 서비스가 주거, 교통, 교육학습 등의 분야에서 특히 활성화되고 있는 한편, 이에 따르는 다양한 생활 편의와 정보 서비스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2023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수준을 100이라고 할 때, 4대 정보취약 계층(장애인, 저소득층, 농어민,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76.9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연령별 AI 서비스 경험률 변화ㅣ출처: 2023인터넷이용실태조사

 

정부는 ‘포용하는 디지털 사회’를 주요 추진 전략 중 하나로 하는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2022)’에서 나아가, 2023년 9월에는 ‘전 국민 AI 일상화 실행 계획’을 발표하며 국민들이 더 높은 수준의 디지털 문화를 누릴 수 있는 정책을 추진 중에 있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 소외계층 대상 디지털 교육, 디지털 기술로 편의를 더한 공공 공간 조성, 디지털 서비스를 주요 비즈니스로 하는 기업들의 UX/UI 디자인 개선 또한 다방면에서 디지털 소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이다. 대다수의 일상을 편리하게 만드는 디지털 기술이 누군가에게는 넘기 어려운 장벽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 더 알아보기

「Digital exclusion in the UK: Communications and Digital Committee report」, 영국 의회, 2024

「Digital exclusion」, 영국 상원 커뮤니케이션&디지털 위원회, 2023

영국 아카데미의 디지털 포용 유닛 창설 촉구

영국 아카데미 ‘기술과 불평등’ 프로젝트

「2023 인터넷이용실태조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4

「2023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4

 


글 : 허영은

편집 : 공공디자인 소식지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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