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정보
기획특집
- 작성일:
- 2024-11-30
- 작성자:
- 문한아
- 조회수:
- 3029
[기획] 고령친화도시의 공공디자인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49호(202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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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 건강을 향상시키는 공공디자인
- 경기도 광명시 하안노인종합복지관 인생정원 조성 사례
WHO가 정의한 고령친화도시의 조건에는 ‘고령자들이 능동적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도시’가 포함된다. 하지만 사회적 역할을 상실하고 감각 저하를 겪는 고령자들은 자존감이 낮아 자발성을 끌어내기가 어렵다. 이에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부 지자체들을 중심으로 어르신들의 감각을 자극해 인지 기능을 유지, 증진하기 위한 인지 건강* 향상 공간이 확산되는 추세다. 그중 경기도 광명시의 ‘인생정원’은 실내 정원과 놀이를 연계한 국내 최초의 인지 건강 커뮤니티로, 원예 활동을 통해 고령자의 감각을 자극하고 신체활동 및 사회적 교류를 끌어낸 사례다.**
* 인지 건강이란, 감각, 지각, 주의력, 정보 처리 속도 등 모든 종류의 기억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뇌 기술, 즉 인지 기능을 유지하고 증진하는 과정을 말한다. 치매 예방 및 삶의 질 향상 측면에서 주요한 요인을 꼽힌다.
** ‘2022 공공디자인으로 행복한 공간만들기’ 대상지

인생정원의 5개 공간 중 실내정원인 ‘마음숲’ | 출처: KCDF
어르신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다
경기도 광명시는 고령층이 전체 시 인구의 22%를 차지하지만 그들을 위한 공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인생정원이 있는 ‘하안노인종합복지관’은 광명시 북부 지역의 유일한 복지관으로 18개 동 중 15개 동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유일한 소통 공간이다. 복지관에서는 고령층을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제공하지만 인지 건강이 향상되는 신체 활동이나 감각 형성과 관련된 프로그램은 미흡했다. 이에 광명시와 스튜디오 MXD(이하 '엠엑스디')는 유휴 공간이었던 복지관 별관을 개조하여 어르신들의 인지 건강을 높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공간을 구성하는데 큰 기준이 된 것은 바로 ‘감정’이다. 긍정적인 감정은 인지 건강 향상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이 정원을 이용하는 동안 살면서 느꼈던 긍정의 감정을 떠올렸으면 하는 바람으로 10가지의 긍정 감정(흥미로움, 즐거움, 놀라움, 기쁨, 행복함, 사랑스러움, 평온함, 홀가분함, 뿌듯함, 반가움)을 테마로 한 5개의 공간을 설계했다.

어르신들의 다양한 감각을 자극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된 인생정원 원예 프로그램ㅣ출처: KCDF
옛 추억이 떠오르는 ‘기억산책길’
복지관 외부에 마련된 ‘기억산책길’은 근처 어린이집의 유아들과 어르신들이 함께 텃밭 활동을 하는 공간으로 세대 간의 교류가 일어나는 곳이다. 어르신들은 정원 해설자가 되어 아이들에게 꽃과 나무에 관해 설명하고 함께 식물을 가꾼다. 산책길 곳곳에는 여물통, 마중물 펌프 등 옛 추억을 회상하는 오브제를 두어 어르신들의 기억력 향상을 돕는다. 외부 공간인 만큼, 차후에는 마켓 등을 열어서 지역 커뮤니티 교류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10가지의 긍정 감정을 바탕으로 구성된 인생정원. 기억산책길은 아이들과 함께 가꾸는 공동 텃밭이다. | 출처: KCDF, 스튜디오 엠엑스디
숨어 있던 공간의 재발견 ‘오감놀이터’ & ‘정원 쉼터’
외부 테라스로 나가는 복도에 조성된 ‘오감놀이터’는 원래 어둡게 방치되어 있던 공간이었으나, 양쪽 벽에 식물의 질감을 재현한 설치물을 두어 어르신들이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면서 감각을 일깨우는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났다. 오감놀이터를 거쳐 마주하는 ‘정원쉼터’는 어르신들이 편하게 꽃과 식물을 심고 가꾸는 공간이다. 건물 뒤편에 위치해 발길이 잘 안 닿는 곳이었지만, 남향이라 따뜻하고 식물이 잘 자라는 환경이라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다른 공간에 비해 넓지 않지만 삼삼오오 모여 원예활동을 하고 잠시 햇빛을 쐬기에 좋은 장소다.

좁고 어두웠던 복도에 소통을 위한 게시판과 식물 조형물을 설치해 밝고 건강한 공간을 만들었다. | 출처: 스튜디오 엠엑스디
오감을 자극하고 소통하는 ‘마음숲’ & ‘초록마루’
초록이 가득한 실내 정원 ‘마음숲’은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실내에서 잘 자라는 식물을 골라 심었다. 막힌 벽을 뚫은 덕분에 건물 내부로 채광이 풍부하게 들어와 식물이 건강하게 자라는 환경은 물론, 어르신들에게도 밝고 따스한 공간으로 변신했다. 초록빛의 상쾌한 공기를 내뿜는 식물들로 인해 시각, 후각, 촉각이 자극되는 동시에 정원 내부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새소리, 바람 소리, 풀벌레 소리가 청각을 자극한다. 또한, 천장형 개수 시스템은 빗물이 떨어지는 모습을 연출하여 어르신들의 시청각을 더 자극한다.
마음숲을 넓은 평상으로 연결한 ‘초록마루’는 인지 증진 프로그램과 연계해 어르신들이 원예 활동 외에도 공예, 취미, 학습 등 다양한 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텃밭 책상과 개수대를 두어 날씨와 계절에 상관없이 원예 활동을 할 수 있으며, 이동식으로 제작한 책상 상판은 프로그램에 따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개수대의 상판 공간에는 어르신들의 원예활동 결과물을 전시할 수 있는 선반을 마련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식물이 더 풍성해지는 변화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왼쪽)시각, 청각, 촉각을 자극하는 실내정원 ‘마음숲’, (오른쪽)커뮤니티 공간 ‘초록마루’ | 출처: 스튜디오 엠엑스디
능동적 참여를 이끌다
어르신들의 인지 건강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능동적 참여 유도가 필수다. 무언가를 스스로 한다는 것이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자존감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인생정원은 더 많은 어르신이 공간을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는 복지관의 교육 프로그램과 연계해 운영된다. 또 한국원예치료사협회와 함께 ‘인생정원 해설자 양성 과정’을 개발하여 이를 이수한 어르신이 인생정원 해설자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공공디자인으로 인지 건강 증진을 이루고, 우리 사회가 마주한 노인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받은 인생정원은 <2024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인생정원에서는 원예관련 수업 외에도 손의 움직임과 감각을 향상시키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 출처: 스튜디오 엠엑스디
Interview
스튜디오 엠엑스디(대표 한주성)
2022년 ‘공공디자인으로 행복한 공간만들기’ 광명시 인생정원 디자인
고령층의 인지 건강 증진의 방법으로 원예 활동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지 건강 향상에 효과가 입증된 방법 중, 어르신들이 거부감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식물을 콘텐츠로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연구가 식물을 통한 다감각 자극이 신체적, 인지적, 정서적 인지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검증하고 있고요.
어르신들이 쉽고 편하게 원예 활동을 할 수 있게 고려하신 점이 있나요?
복지관 별관은 법정 조경 면적이 0%로 몹시 삭막한 공간이었습니다. 이곳을 어르신들이 능동적으로 식물을 가꾸는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여러 장치를 두었습니다. 날씨와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간 안팎을 연결하고, 정서적 안정과 인지 능력에 도움이 되는 긍정 감정을 유도하기 위한 ‘인생정원 순환 코스’를 개발했습니다. 어르신들의 신체 상태를 고려하여 시설물의 색채를 결정하고, 안전한 이동과 직관적인 인지가 가능하도록 안내 사인을 디자인했습니다.

남향인 ‘정원쉼터’에는 다양한 조형물을 두어 어르신들의 감각을 자극하도록 했다. | 출처: 스튜디오 엠엑스디
어르신들의 신체적 제약을 고려하여 각 공간은 어떻게 디자인되었나요?
인생정원은 5곳의 공간 경험이 순환하면서 인지 건강이 향상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인생정원 입구에는 대문을 두어 모호했던 외부 공간을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텃밭이 조성된 기억산책길은 어르신들이 산책을 하면서 감각을 향상할 수 있도록 어린 시절에 자주 보던 식물들과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꽃나무, 감각식물을 심었습니다. 또한 실내 정원인 마음숲을 두어 날씨, 계절과 상관없이 언제라도 자연의 감각을 체험하고 정서적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인생정원이 유의미한 효과를 얻으려면 어르신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필요합니다. 이는 어떻게 이끌어야 할까요?
지속적인 어르신들의 동기 부여를 위해 기획 단계부터 프로그램 운영 및 유지, 관리를 중점적으로 고민했습니다. 또 공간디자인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복지관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연계를 했습니다. 공간을 활용한 특화 프로그램을 기획해 어르신들의 참여 기회를 넓혔고, 유지 관리는 어르신 일자리 사업과 연계하여 해결했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세심하게 선택된 식물에는 이름표가 붙어 있어 인지하기 쉽다. | 출처: 스튜디오 엠엑스디
고령자에게 친숙한 공간을 디자인할 때, 무엇을 중점으로 생각해야 할까요?
고령자에게 친숙한 공간이란 낯설지 않은 공간을 의미합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할 수 있고, 공동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공간 계획이 필요합니다. 세련되고 현대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보다 어르신들이 부담 없이 접근하고 언제든지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주인의식을 가지고 공간을 자주 찾고 능동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입니다.
취재·글 : 공공디자인 소식지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