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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작성일:
- 2024-12-04
- 작성자:
- 문한아
- 조회수:
- 4230
[기획] 나이듦이 걱정 없는 고령친화도시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49호(202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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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고령친화도시를 만드는가?
- 모두가 삶을 즐기며 사는 사회
우리 사회는 이미 2000년에 고령화 사회로 들어섰다. 2018년 고령사회 진입에 이어 7년만인 내년이면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도달하기까지 길게는 오스트리아가 53년, 영국은 50년, 미국은 15년, 가장 짧게는 일본이 10년이 걸린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적으로 유래 없이 빠른 수준이다(UN, 2022).
*국제연합(UN)의 기준에 따라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본다.
고령화에 국가적 대응이 필요한 이유는 생산가능 인구 감소로 인한 경제 성장 저하, 보건·의료비 증가, 국가 복지재정 부감 증가 등 사회 전반에 그 문제가 걸쳐 있고,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인구 문제의 특성 상 적응과 변화가 동시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초저출산 문제가 겹치며 서울, 수도권 할 것 없이 모든 지역이 시급하게 고령화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우리 대부분이 분명히 겪게 될 고령화의 주요 이슈로는 어떤 것이 있고 그에 따른 공공디자인 과제는 무엇일까? 공간 사용자의 건강, 치유, 헬스케어를 주제로 고령친화환경을 연구하는 부산대학교의 오지영 연구교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나라 각 지역의 WHO 고령친화도시 네트워크 가입 현황(총 63개소)ㅣ출처: WHO 홈페이지
고령 세대에 대한 이해
고령 세대의 특성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나타났다. 단순한 양적 증가가 아니라 고령자의 건강수명이 길어지고 경제적·사회적 역량 격차가 커지면서, 앞으로는 고령층을 하나의 인구통계 집단으로 볼 수 없을 거라는 관점도 있다. 특히 고령층에 새로 편입될 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4-74년생)를 포함하면 곧 우리나라 인구의 1/3이 고령자가 되는데 이 거대한 집단을 일반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고령친화를 논하는 데 있어서는 우선 이들을 하나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실버 산업, 돌봄 산업 등 고령화 관련 산업의 성장세는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사회적 인식이나 정책 대비의 수준은 그에 비해 아직 걸음마 단계다. 예컨대 “NO 시니어존”이 등장한 것을 봐도 그렇다. 젊은 사람들도 결국 고령 세대가 되는 과정에 있고 그들의 가족 중에도 고령자가 없지 않겠지만 당장의 갈등이 차별로 이어지고 만다. 또한 정부의 신기술육성 및 지원을 위한 컨트롤타워로 구성된 ‘국가전략기술 특별위원회’에서 고령자 복지 관련 디지털 기술이 반영되지 않은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고령화의 양상은 각 지역의 산업적, 문화적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오지영 교수가 지내고 있는 부산광역시는 우리나라 광역자치단체 중 고령화의 속도가 가장 빠른 도시다. 관광, 항만 외 기반 산업이 부족해 일자리를 찾기 위한 생산 가능 인구의 이탈이 많은 반면, 한국전쟁 이후 이주한 피난민들이 다수 정착해 지금까지 거주하는 비율이 높은 까닭이다. 또한 고령 비율이 높은 일부 지역의 개발 수준이 특히 열악해 지역적인 특성을 반영한 고령친화 정책이 요구된다. 이에 오지영 교수는 부산도시공사의 공공임대주택 주거복지서비스 지수 측정을 위한 조사를 진행해 개선 전략을 도출하고, 부산시 고령친화산업 활성화 방안과 부산형 고령자 전용 주거·시설 계획 등 지역의 실정에 맞는 고령친화정책에 관한 다양한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어떻게 ‘고령친화도시’가 될 수 있을까
‘고령친화도시Age-Friendly Cities’는 나이가 드는 것이 불편하지 않은 도시,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살기 좋은 도시, 고령자들이 능동적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도시를 말한다(세계보건기구, WHO). 2024년 1월 기준 기초자치단체의 절반 이상이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도 현재 60여 곳 이상의 시군구가 WHO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에 가입되어 있다.
고령친화도시 인증을 위해 WHO가 제시하는 기준은 여가, 존중, 소통, 환경, 주거, 교통, 일자리, 건강(돌봄) 등 여덟 가지 분야다. 오지영 교수는 이 중 ‘주거’ 분야가 우리나라에서 특히 취약하다고 말했다. 고령자들은 신체적 노화에 따라 집안에서 낙상사고 발생률이 증가한다. 하지만 자칫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사고임에도 지금의 고령 세대는 안전 손잡이 설치 등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집수리에는 적극적이지 않다. AiP Aging-in-Place; 살던 곳에서 계속 거주하는 것를 원하면서도 신체적 한계를 받아들이고 거주지를 고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다.
다른 세대가 고령 세대를 배려하는 것에서 나아가, 모든 세대가 더불어 활기 있게 살아가는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이 우선이다. 더 늦지 않게 초등학교부터 초고령사회를 대비한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고령친화형 집수리, AiP, 활동적 노화 등 고령화 관련 개념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도 중요하다. 물론 고령자들도 보다 열린 마음으로 다른 세대를 바라보고 소통할 준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 내에서 고령 세대의 지식과 전문성을 이전해 세대 간 교류를 촉진하는 ‘세대 통합 시스템’도 좋은 사례다. 미국, 캐나다, 유럽 등은 세대통합 관계망을 운영하는 조직을 운영하고 있으며, 노인주간보호센터와 아동발달센터를 한 건물에 배치해 세대통합센터를 조성하거나(미국 해리&재닛 와인버그 세대간 센터Harry and Jeanette Weinberg Intergenerational center), 세대간 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대학생들이 고령자와 함께 공부하는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싱가포르 국립실버아카데미National Silver Academy).

미국 해리&재닛 와인버그 세대간 센터ㅣ출처: Delmarva Community Services

싱가포르 국립실버아카데미 세대간 학습 프로그램ㅣ출처: C3A
활동적 노화(Active Aging)를 위한 도시 환경
건강 수명이 길어지고 활발한 소비와 교류를 즐기는 고령 세대가 등장하면서, 사회는 고령 세대의 삶의 질에 더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최근 고령친화 서비스에서 자주 언급되는 ‘활동적 노화(Active Aging)’와 같은 개념이다. 활동적 노화란 ‘노화하는 삶의 질을 강화시키기 위해 건강, 참여, 안전의 기회를 최적화하는 과정’을 말한다(WHO, 2022). 이는 고령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신적·신체적 건강, 사회 및 공동체 참여 등 전반적인 측면을 포괄하며, 장애 유무나 건강 상태에 상관 없이 노화를 겪고 있는 모두에게 해당한다.
오지영 교수는 활동적 노화가 보편화 되기 위해서는 지역 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고령자들은 본인이 거주하던 지역을 잘 떠나려고 하지 않는다. 이웃과의 관계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거기에서 소속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또한 익숙한 지역에 편하게 머물며 지역 특성에 맞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받기를 원한다. 이처럼 점차 다양해지고 거대해질 고령 세대는 정부의 역할만으로는 섬세한 관리가 어렵다. 초고령사회가 다가올 수록 지역 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은퇴 후 거주지를 옮겨가는 ‘은퇴형 주거단지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 CCRC’는 여러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에는 적합하지 않은 주거 유형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반면 ‘자연 발생형 노인커뮤니티Naturally Occurring Retirement Community, NORC’는 향후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보편적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 유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연 발생형 노인 커뮤니티가 내 집에서 편안하게 지내고 싶은 ‘AiP Aging-in-Place’가 아닌 다른 주거 대안이 없어 불편한 주거 환경에서 계속 살 수밖에 없는 ‘SiP Stuck-in-Place’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령 세대의 주거는 대상에 맞춘 물리적 환경 개선과 서비스가 함께 필요하고 그 과정에 커뮤니티 케어가 동시에 제공되어야 한다.

고령친화도시의 조건ㅣ출처: AGE-FRIENDLY CITIES(싱가포르 살기 좋은 도시센터&서울연구원 공동연구, 2019 / 편집부 번역)
공공디자인의 과제
고령자들은 지역 내 이동 시 도보 또는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며, 마트, 은행, 병원 등에 15분 내로 닿을 수 있는 생활권을 가진다. 대부분의 여가 시간은 근린공원이나 커뮤니티 공간에서 보낸다. 그렇다면 모두의 활동적 노화를 위해 공공디자인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물리적 측면에서는 가장 기본이 되는 안전한 도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우천 시에도 미끄럽지 않은 바닥 재료를 사용하고, 가시성 높은 교통안내 사인, 거리에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프로그램 측면에서는 고령 세대가 지역 공동체 내에서 본인의 역할과 가치를 발견하고 기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회 참여 기회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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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지 않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건강하고 활기 있게 나이 들기를 원한다. 즉 ‘활동적 노화’는 고령자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일방적인 배려에서 나아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고령자가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초고령사회를 앞둔 우리들의 과제다.
인터뷰이 : 오지영 (부산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연구교수, 한국실내건축가협회 부울경회 이사)
치유환경 및 고령친화환경과 관련된 연구 및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컬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연구와 교육을 통해 알게 된 다양한 내용들을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을 쓰기도 한다. 한국토지주택연구원, 부산광역시, 부산도시공사, 밀양시 등과 협력하며 고령친화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으며, 다양한 디자인 프로젝트(서울시 우리학교 고운색 입히기, 종합병원 리모델링 등)를 수행하며 연구결과를 실무에 적용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시도해왔다.
취재·글 : 공공디자인 소식지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