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기획] 초등학생 공공디자인 교육 현황
작성일:
2021-04-26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1366

[기획] 초등학생 공공디자인 교육 현황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 6호 (2021.5)


 

아이와 어른, 모두 참여하다!

시민이 직접 만드는 공공디자인

 

학교주변을 안전하고 쾌적하게 개선한 사례1학교주변을 안전하고 쾌적하게 개선한 사례2

학교주변을 안전하고 쾌적하게 개선한 사례 | 이미지 출처 : 초등교육용 공공디자인 교사용 지도서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엄마가 있다. 하교 시간, 혼잡을 줄이기 위해 교문 앞이 아닌 횡단보도 너머에서 아이를 기다린다. 아이가 행여 선생님의 지도를 벗어나 차도 가까이 위험하게 서있진 않을지 노파심이 인다. 신호등 앞 노란 바닥 위에 옹기종기 모여 선 아이들을 보고 안도한다. 노란 삼각형 위를 벗어나지 않고 초록불 신호를 기다리는 하굣길 규칙. 학교 앞 보도블록을 노랗게 페인트칠한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질서를 배우고 안전을 익힌다. 이처럼 사소한 디자인으로 아이들의 행동과 마음가짐을 바꾼 사례는 많다. 다만 지금껏 그 이름과 의미를 크게 인식하지 않았을 뿐이다. 학교 앞 도로부터 운동장이나 복도, 교실 속 작은 물건들에 이르기까지 초등학교 아이들의 생활 면면에도 공공디자인이 자리하고 있다.

 

어린이가 그간 성인의 관점에서 일방적으로 마련한 환경을 사용해야 하는 수용자에 그쳐왔다면, 최근엔 어린이들의 직, 간접적 참여를 유도하는 시도들이 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어린이를 국민 참여단에 포함시킨 제5차 국토종합계획이나 어린이들의 선호도를 반영해 기존 박스형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와 스케일의 변화를 꾀한 학교 공간혁신 프로젝트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어린이들을 공공환경을 결정하는 일원으로 참여시키고 시민의 일원으로 양성하려는 노력을 읽을 수 있다.

 

유럽의 세대간 통합 놀이터 및 국내 주민센터 내 어린이 돌봄 카페 사례1유럽의 세대간 통합 놀이터 및 국내 주민센터 내 어린이 돌봄 카페 사례2

유럽의 세대간 통합 놀이터 및 국내 주민센터 내 어린이 돌봄 카페 사례 | 출처 : 초등교육용 공공디자인 교사용 지도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실용적, 체계적인 공공디자인 교육을 해 나가려는 시도가 있다. 초등 대상 공공디자인 교육 사업이 그것이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추진한 초등학교 공공디자인 교육 콘텐츠 개발에 참여한 연세대학교 이연숙 교수에게 어린이를 위한 공공디자인 교육의 필요성과 계획에 대해 물었다.

 

 

INTERVIEW

이연숙 명예특임교수 |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우선 오늘날 공공디자인에 대한 인식을 짚어 달라.

아직까지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조차 공공디자인에 대한 개념을 분명하게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껏 이 분야에 대해 아직까지 깊고 신중한 연구를 해오지 않은 탓이다. 공공디자인은 과거에는 경관시설물로만 인식했지만 점차 국민 스스로의 삶과 문화적 품격을 높이고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처해야하는 사회서비스로 확장되고 있다. 2018년 정부가 추진한 공공디자인 진흥 종합 계획에서는 국토재정비와 환경개선과 더불어 국민들의 참여의식과 체감도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공공디자인은 모든 사람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일인만큼, 열 사람이 있을 때 그 열 사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어내려면 개개인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하고 공감과 합의가 필요하다.

 

시민 참여도가 공공디자인의 질을 높인다는 말이 선뜻 와닿지는 않는다.

공공디자인이란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한 디자인을 공공의 자산과 공공의 혜택을 전제하여 해 나가는 것이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우리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어찌 실생활과 밀접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나. 국민 개개인이 낸 세금을 국가와 지자체가 적정하게 효과적으로 운용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격려하는 역할도 중요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공공디자인에 대한 안목을 바탕으로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적극 참여할 때 사회적 비용 낭비를 줄일 뿐 아니라 더 많은  혜택이 모두에게 돌아간다.

 

안전하고 쾌적한 휴게소 화장실과 육아가구 및 노약자를 배려한 다목적 화장실1안전하고 쾌적한 휴게소 화장실과 육아가구 및 노약자를 배려한 다목적 화장실2

안전하고 쾌적한 휴게소 화장실과 육아가구 및 노약자를 배려한 다목적 화장실 | 출처 : (주)심바이오리빙텍

 

초등학생에게 공공디자인은 다소 어려운 개념이 아닌가 싶다.

가령 아이들과 우리 마을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수업을 했다고 치자. 그렇게 찾아낸 내용을 지자체에 전달했는데 이것이 반영되어 마을이 개선되는 과정을 아이들이 지켜봤다고 가정해보는 거다. 내 제안이 나의 환경을 바꾸는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 자부심과 주체성과 참여의식도 자연스럽게 자라난다. 더욱이 초등학생 시기는 유아기와 더불어 인성의 발달과 성장이 가장 큰 폭으로 이루어지는 때 아닌가. 공공디자인이란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에 대해 고려하고 합의하는 과정이다. 공공디자인을 배우면 다양한 사람들이 가진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까지도 수용하는 태도와 융합적 창의성도 학습할 수 있다. 인성 확립에 중요한 토대인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들을 깨우치는 데에 초등학생 때만큼 지나쳐서는 안 될 시기가 또 있겠나. 그렇기에 공공디자인은 초등교육에서부터 가르쳐져야 한다.

 

 

시민을 위한 공공예술과 건강과 환경친화적인 도로와 주택외관 사례

시민을 위한 공공예술과 건강과 환경친화적인 도로와 주택외관 사례 | 이미지 출처 : 초등학교 공공디자인 교사용 지도서

 

학교에서의 공공디자인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져 왔나?

초등학교 공공디자인 교육 콘텐츠를 개발 과정에서 전국 808개 학교 1,468명의 초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공공디자인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응답자 중 절반 이상(51.7%)이 공공디자인에 대해 잘 모르거나 이름만 들어봤다고 응답했다. 지금껏 학교에서 공공디자인이 필수과목도 아니었고 딱히 중요하게 가르치지도 않다 보니 별다른 교사 교육도 없었던 탓이다. 공공디자인 기본 지식을 설명하고 학교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해 보게 한 후 다시 실시한 조사에서는, 초등학교에서 공공디자인을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응답치가 70.2%로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교육과 학습이 공공디자인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고 개선할 수 있다는 반증이다. 여러 사회적 요구와 다양한 정책, 교육의 기회가 마련되고 있는 만큼 교육현장에서도 공공디자인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더욱 커질 걸로 예상한다. 

 

초등 공공디자인 교육을 위해 어떠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까?

현재의 여러 교과 과정에 이미 공공디자인 주제가 적지 않게 들어있으나 이를 교육할 수 있는 연계 콘텐츠가 없으므로 이러한 연계교육 콘텐츠를 개발하여 제공함으로써 공공디자인이 다양한 과목을 통해 스며들어 갈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교과과정을 넘어 각자의 지역사회 문제를 끄집어내 직접 참여해볼 수 있도록 하는 현장연계 교육이 필요하다. 전국에 산재한 지역별 문제들을 학교가 중심으로 주민참여형, 지역친화형 프로젝트로 발전시키고 그것이 지자체를 통해 반영되는 과정을 거친다면 사회참여에 대한 자신감을 높여줄 것이다. 또한 공공디자인 분야에 대해 관심이 있는 교사나 전문강사를 파견해 창의적 체험활동을 유연하고 생동감 있게 꾸린다면 교육의 효과도 배가될 것이다. 디자인 계통 은퇴 인력을 전문강사 및 협력강사로 양성해 현직교사를 지원하고  경력단절 된 유능한 인력들을 교육하여 방과 후 수업을 장려한다면 학교 내 수업 한계와 일자리 문제 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글: 디자인프레스

취재 협조: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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