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기획] 보편적 삶을 지원하는 유니버설디자인
작성일:
2023-01-20
작성자:
소식지관리자
조회수:
2740
[기획] 장애 · 장애물 없는 환경, 유니버설디자인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 27호(2023.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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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박광재 
한국복지대학교 교수가 말하는 
보편적인 삶을 지원하는 유니버설디자인 


박광재 유니버설디자인 전문가는 ‘유니버설디자인이란 디자이너에게 디자인 과정에서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우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의 대답’이라고 말한다. 공공디자인을 포함해 모든 디자인은 다양한 사용자를 평등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말이다. 앞으로 우리가 일상 생활을 편리하게 영위하고 싶다면 유니버설디자인에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이다. 


디자인: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인간은 이동하는 존재다. 사람은 누구나 일상생활을 하면서 일시적 부상, 잘못된 안내, 유모차 사용 등을 통해 이동의 제한을 경험하며 살고 있다. 일상생활 환경의 일시적 사용의 어려움은 이동의 자유를 축소시킨다. 이로 인해 집, 친구, 직장 등이 접근할 수 없는 장소가 되면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경험을 너무 쉽게 잊고 산다. 이동에 제한이 생기면 독립 생활, 공공 생활 등에 대한 참여가 불가능해진다. 그러면 우리 삶의 모든 단계에서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동, 도시, 건축, 제품, 서비스, 정보의 이용에 심각한 장애를 가지고 있다. 특히 심각한 기능 제한을 가진 사람들은 고령자다. 앞으로 평균 수명 연장으로 인해 고령인구는 계속해서 크게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운동능력장애, 시력장애, 청력장애 및 인지장애(치매를 가진 사람) 즉 이동 능력에 제한을 가진 사람들의 비율도 크게 증가할 것이다. 일상적 삶에 있어서 접근성은 장애인 또는 일시적 문제에 직면한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실존적 과제인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누구나 삶의 단계에서 이동성의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애 · 장애물 없는 환경, 유니버설디자인 
오늘날 우리 사회는 “누구도 그의 장애로 인해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 동의한다. 장애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개인의 손상과 환경적 요인 사이의 상호 작용을 함께 고려한다. 
장애는 자신의 몸에 있는 것뿐 아니라 장애인을 통합하는 생활환경의 무능력을 포함한다. 즉 장애는 자신의 몸에 있는 것이 문제라기보다 자신의 장애를 인지하도록 만들어진 생활환경이 문제라는 것이다. 장애인에게 덜 우호적인 환경일수록 장애인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말이다. 이러한 관점으로 접근성에 대한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 여기에는 구축된 환경과 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성이 포함된다. 따라서 접근성은 모든 사람들의 정신적 평등을 의미하는 사회적 차원의 문제인 것이다. 
휠체어 접근성을 종종 ‘장애물 없는(barrier free)’이라는 용어와 동일시되는 경향이 있으나 이는 일부분일 뿐이다. ‘장애물 없는’ 개념이란 장애가 있는 사용자, 어린 자녀가 있는 부모, 일시적으로 장애인과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 또는 고령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모든 사람에게 안락함과 삶의 질에 대한 부가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장애물 없는 계획’에는 시각 및 청각장애인, 인지능력에 제한이 있는 사람, 보행 및 일어서고 손으로 쥐는 것에 제한이 있는 사람, 고령자, 작거나 키가 큰 사람, 더 넓은 의미에서 일시적으로 이동성에 제한이 있는 사람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임산부, 유모차를 가진 사람, 일시적으로 부상을 입거나 아픈 사람, 짐을 가진 사람 등도 포함하는 것이다. ‘장애물 없는 환경’이란 이런 다양한 사람들의 이동성, 일상생활, 정보 및 통신에 대한 사용 가능한 환경을 말한다. 
모든 사람을 위한 유니버설디자인이라는 측면에서 건물, 제품 또는 서비스는 그런 특정 그룹의 사람을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다양성을 고려해야 한다. 그것은 다양한 사람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가능하면 적게 배제하는 생활환경의 일반적인 예방적 설계에 관한 것이다. 

휠체어 접근성을 종종 ‘장애물 없는’이라는 용어와 동일시되는 경향이 있으나장애가 있는 사용자를 비롯해 어린 자녀가 있는 부모, 일시적으로 장애인과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 또는 고령자 등을 포함한다.휠체어 접근성을 종종 ‘장애물 없는’이라는 용어와 동일시되는 경향이 있으나장애가 있는 사용자를 비롯해
어린 자녀가 있는 부모, 일시적으로 장애인과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 또는 고령자 등을 포함한다.
사진 출처: 서울시특별시 유니버설디자인센터 적용지침 


다양한 사용자 요구의 충돌과 문제해결
유니버설디자인은 사용자의 다양성으로 인해 디자인 문제해결에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행 장애가 있는 사람을 위한 ‘단차 없는 디자인’이 시각장애인에게는 보행을 위한 중요한 정보가 누락된 것일 수도 있다. 시각장애인에게 단차는 안전한 지형과 안전하지 않은 지형 사이의 경계를 알려주는 장치다. 다른 한편으로 시각장애인의 안내와 하부보호를 위해 바닥에 설치된 장비들은 휠체어사용자에게 통행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좋은 디자인을 위해서는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디자인이 다른 사용자에게는 장애물이 되지 않았는가를 항상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초기 디자인 단계에서 다양한 사용자의 특성을 동시에 고려할 수록, 보다 빨리 디자인 해결책의 상충으로 인한 갈등을 식별할 수 있다. 그리고 이해관계를 통합하는 필요한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다. 
시각장애와 청각장애 등 감각기능 장애를 겪는 사용자들의 문제 해결 과정에서도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해결책은 두 가지의 상호보완적 감각이 제공되어야 한다. 즉 보고 듣고 만지는 세 가지 감각 중 최소한 두 가지가 동시에 제공되어야 한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대체감각으로 청각 또는 촉각을, 청각장애인의 경우 대체 감각으로 시각 또는 촉각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때 각 층을 음성 재생을 통한 방식과 화면을 통한 시각적 방식으로 두 가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한다. 음성과 제어 버튼의 점자 추가는 시각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된다. 청각 장애인들에게는 시각적 또는 진동을 통해 전해질 수 있다. 
장애인 화장실에서 다양한 사용자의 요구를 해결할 때 사용자간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 하나의 대안으로 모든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없다면, 다양한 사용자들이 같은 조건에서 본인의 상태에 적합한 대안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하나의 공간에서 모든 사용자를 포용할 수 있는 다목적 화장실을 만드는 방법과 각각 다른 기능을 가진 화장실을 함께 배치해 사용자가 자신의 상태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나의 해결책으로 모든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를 우리는 디자인 문제 해결 과정에서 많이 경험한다. 하지만 다양한 선택을 보장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접근하면 많은 것들을 해결할 수 있다.   
 
오사카 국제 공항 내 다목적 화장실.오사카 국제 공항 내 다목적 화장실. 사진 출처: 오사카 국제 공항 홈페이지
엘리베이터는 음성 재생을 통한 방식과 시각적 문자 디자인, 제어 버튼의 점자 추가 등으로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 모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엘리베이터는 음성 재생을 통한 방식과 시각적 문자 디자인, 제어 버튼의 점자 추가 등으로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 모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사진 출처: 현대엘리베이터 홈페이지 


보편적 삶과 보편적 디자인
우리의 일상생활 공간은 가장 ‘보편적인 삶(Universal Life)’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제도를 만들고 ‘특별한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기대고, 함께 사용하며, 함께 머무를 수 있는 곳을 만드는 보편적인 노력이 ‘보편적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과 고령자의 급격한 증가는 기존 도시환경에서 스스로 살아가야 할 사회적 약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따라 일상생활 환경의 패러다임도 장애인과 고령자가 스스로 안전하고 편리하게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과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 고령과 장애로 인한 특별한 사회적 지원을 받고 사는 것이 아니라 장애와 고령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보편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생활 공간 자체를 보편적 디자인으로 혁신해야 한다. 
기존의 장애인이나 노약자를 위한 특별한 디자인과 불필요한 장애물을 제거하는 장애물 없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누구나 보편적 생활이 가능하도록 우리의 생활환경 전체에 대한 보편적 디자인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이제부터 디자인은 ‘누구를 위한 특별한 것을 만드는 디자인’이 아닌 ‘모두를 위한 보편적인 것을 만드는 디자인’이어야 한다. 유니버설디자인은 디자이너에게 디자인 과정에서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우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의 대답이라고 생각한다. 공공디자인을 포함해 모든 디자인은 다양한 사용자를 평등하게 대우해야 한다. 
처칠이 영국 의회 연설에서 “인간이 환경을 만든다. 그러나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환경은 다시 그 환경에 적응한 인간을 만들어 낸다.”라고 말한 것은 인간에 의해 잘못 만들어진 환경은 잘못된 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유니버설디자인은 누구에게나 좋은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이므로 우리의 보편적 삶의 질은 더 좋아질 것이다. 

글: 박광재 한국복지대학교 유니버설건축과 교수


이 글을 쓴 박광재는 건축 및 도시 분야 유니버설디자인전문가다. 편의증진법, 교통약자법 등 유니버설디자인 관련 학술연구,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인증, 유니버설디자인 인증 등 관련정책 수립과 운영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학 부설 유니버설디자인센터장으로  일반시민 및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유니버설디자인 교육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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