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기획] 지역 고유의 문화 가치를 알리는 도시 브랜딩
작성일:
2024-02-01
작성자:
박은영
조회수:
556

[기획] 살고 싶은 지역에는 공공디자인이 있다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39호(2024.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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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고유의 문화 가치를 알리는 도시 브랜딩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고 잘하는지 스스로 소개하는 자기 PR 시대. 비단 개인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도시도 그렇다. 이제 사람들의 발길을 설득하는 데 필요한 건 맛집의 수, 문화재의 명성, 관광지의 면적이 아니다. 궁금한 건 유일무이한 이곳만의 자랑, 그리고 그것을 전하는 이야기의 힘이다. 이에 따라 디자인이라는 언어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연령, 성별,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한 번 듣고, 보고, 경험하고 나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이해를 도울 윤활유 같은 디자인이 필요하다. 사회문제 해소에도 공공디자인이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으니 자신만의 가치를 디자인이란 언어로 소개하려는 움직임이 근래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활발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오늘의 필요에 대응하고 자신의 매력을 표현하기 위해 디자인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도시, 브랜딩으로 무르익다

2023년 12월 29일, 새해 동이 트기 전 몇몇 도시에서 기쁨의 탄성이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민국 문화도시’ 조성 계획지 13곳을 발표한 것이다. 이번 정부의 국정과제 ‘지역 중심 문화 균형 발전’의 일환인 ‘대한민국 문화도시’ 조성 사업은 지역 고유의 문화적 자산을 활용해 도시 브랜드를 창출하고 지역 사회·경제 활성화를 모색하겠다는 취지로 탄생했다. 정부는 이들을 대상으로 1년간 예비 사업을 실시한 다음 심사를 거쳐 최종 문화도시 조성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문화도시로 확정된 도시는 2025년부터 2027년까지 국비 1300억 원, 지방비 1300억 원 등 최대 2600억 원을 지원받는다.

이 과정에서 고유의 문화적 자산을 기반으로 한 도시 브랜드의 중요성이 커진다. ‘모든 도시는 특별하다’라고 강조하는 중앙 정부로서는 지역 자체의 유일성에 힘을 실으면서도 균형 발전이란 가치를 살찌울 수 있으므로, 지자체로서는 자율성과 창의성에 바탕을 두고 보완이 필요했던 생활 여건 개선, 일자리 창출 등이란 지역 발전 목표에 다가서는 동력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브랜딩이란 지역이 보유하고 있는 문화 가치를 돌보고 알리려는 의지이자 실천이니 우리나라의 문화적 다양성을 비옥하게 지키는 첫걸음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문화도시 사업에 지원한 도시의 마음가짐도 남다르다. 제안서에 오른 도시별 비전·목표만 봐도 지역 고유의 문화와 철학이란 가치를 바짝 가다듬어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이들은 자신의 브랜딩에 새 연료를 붓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문화도시 조성계획 승인 지자체 목록.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


그렇다면 중소도시의 브랜딩 접근은 대도시의 그것과 어떻게 다를까. 우선 경제·인구 자원의 규모, 비교군과의 환경 차이를 인정하고 출발하는 듯하다. 마치 전체보다는 국소, 문화의 다양성보다는 우리의 정체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중소도시는 좁고 깊숙하게 브랜딩을 찔러 넣고 있다.


도시 캐릭터의 화려한 나들이, 경기 용인특례시

용인시의 시 캐릭터 조아용은 시정 홍보란은 물론 안내판 등 공공시설물 디자인에도 등장해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정보를 알리고 있다. 이미지 출처: 용인특례시


2019년 리뉴얼 버전의 조아용과 2016년 조아용. 리뉴얼을 하며 귀여운 이미지를 강조했다. 이미지 출처: 용인특례시


2024년 푸른 용의 해가 밝자 더없이 분주한 시 캐릭터가 있다. 바로 경기 용인시의 ‘조아용’이다.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이름의 이 조아용의 인기가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용인시 경전철, 중앙시장, 심지어 도로명 주소 안내판에 등장한 것은 기본이고 2023년 굿즈 매출로만 2억 8000만 원, 유튜브구독자 수 2만 명을 훌쩍 돌파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증정 이벤트에서는 25만 개 분량이 약 19분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시의성에 따른 우연한 인기인가 싶지만 사실 치밀한 브랜딩 계획이 바탕에 있기에 가능했다. 도시 브랜딩의 목표, 용인시의 이미지를 쉽게 인지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우선한 것이다. 용인시는 2016년 2월 SNS 활용을 위해 처음 만든 조아용의 디자인을 발 빠르게 리모델링해 2019년 귀여움과 친근함이란 요즘 대세의 이미지로 갈아입었다. 이후 지역 주민에게 인정받는 것을 우선 과제로 삼았다. 기흥역에 조아용 굿즈 스토어를 연 배경이다. 이곳은 저소득층의 취·창업을 지원하고 자립을 돕는 용인지역자활센터가 굿즈를 생산하고 스토어를 위탁 운영한다. 판매수익금 전액은 지역 자활 사업에 쓰이니 소비자인 시민도, 운영사도, 시의 입장도 윈-윈인 셈이다. 용인시는 2023년 조아용 중·장기 계획 전략 수립 연구를 진행했고, 올해 조아용을 활용한 용인 농특산물 공동 브랜드를 만들 계획까지 밝혔다.

1년에 1조 5000억 원 이상의 경제 가치를 창출한다는 일본 구마모토현의 캐릭터 쿠마몬을 모델로 삼고 있는 만큼 조아용의 바깥 나들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조아용은 공공저작물로 비영리를 목적으로 한다면 누구나 내려 받기 해 사용할 수 있다. 용인시 조아용 소개 페이지만 봐도 147개의 조아용 이미지를 볼 수 있다. 대다수의 시가 시 캐릭터 활용안을 4~5개의 이미지로 보여주는 데 그치는 반면 꽤 높은 수치다. 시 캐릭터 활용에 대한 의지가 뒷심 있는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용인특례시


주민이 함께하는 브랜드 개발, 부산 영도구

문화도시 영도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사진 출처: 영도문화도시센터


브랜딩 함께하기의 일환으로 진행된 ‘원라인’ 영도 그리기 공모전 입상작. 이미지 출처: 영도문화도시센터


부산 영도구는 브랜딩 과제를 민-관 협력 구조를 통해 진행한 사례다. 전문가의 손을 거친 완성도높은 비주얼 아이덴티티와 구민, 공무원과의 소통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과정에 공공성을 더했다. 

영도구가 추진하고 영도문화도시센터와 섞어짜기, 산돌, 일상의실천이 디자인을 진행했다. 프로젝트팀은 다리를 통해 육지와 연결된 지역적 특징, 다양한 산업이 교차하고 변화하는 특성을 ‘한 선 잇기’라는 아이덴티티로 도출했다. 하지만 하나의 이미지로 완성하거나 발표하지는 않았다. 브랜드 개발 과정에 주민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 구청 의원 및 간부 대상의 자문 회의, 문화 도시 브랜딩 포럼 개최 등을 통해 함께 이미지를 만들어 나갔다. 또한 현수막, 배너, 카드 뉴스, 초대장, PPT 형식의 한선 잇기 템플릿을 홈페이지에 게시해 누구나 내려 받기 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영도체도 개발했다. 2022년 기준 다운로드 수만 55만 건이다. 연결이란 영도구의 아이덴티티는 영도문화도시센터를 중심으로 이들의 사업과 성과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영도문화도시센터는 2023년 연결사회 지역거점 우수수행 단체로 문화체육장관부 장관상을 수상했으며 본 브랜딩 프로젝트는 아이디이에이(IDEA) 브랜드 부문 은상, 레드닷디자인어워드 브랜드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 본상, iF 디자인어워드 커뮤니케이션 공공브랜드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이미지 출처: 영도구


쇠락한 천변을 활기 돋는 만남의 장으로, 공주시 제민천 일대

하천 정비를 비롯해 조명 설계, 벤치 조성, 상징조형물 신설 등을 통해 제민천 일대의 매력을 배가했다. 사진 출처: 공주시


공주시는 도시의 상징인 제민천을 걷기 좋은 장소로 바꾸는 공공디자인을 통해 브랜딩하고 있다. 구간을 나눠 2023년까지 천변 인근을 쾌적한 보행환경의 공공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것이 브랜딩의 주요 골자인데, 전선 지중화 사업, 단절된 자전거도로와 산책로 연결, 노후 주택지 매입 후 정비, 역사문화광장 조성 등 여러 범위에서 낙후한 인프라 개선을 중심으로 사업이 이뤄졌다. 나아가 공주 야행 골목길 활성화 사업을 통해 조금 더 넓은 범위에서 조명, 음향, 구조물 등의 디자인으로 야간 경관 특화거리 조성에도 나섰다. 특히 이번 사업은 빈번한 호우에 대비하기 위한 하천 정비까지 포함해 주민 안전 확보 차원에서도 뜻깊은 시도다.

‘지역사회연계 공공디자인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제민천 3개 교량에 쉼터를 조성하는 공공디자인 프로젝트는 공주대학교와 손을 맞잡고 진행했다. 공주대학교 가구리빙디자인학과 학생과 연구원이 지역 주민과 워크숍을 진행하고 이들의 의견을 모아 조명, 공공조형물, 벤치 등을 디자인했다. 제민천교의 빛의 쉼터, 산성2교의 물의 쉼터, 왕릉교의 바람의 쉼터란 이름의 휴식공간 역시 주민과의 협업 결과물이다. 


출처: 공주시


디자인의 중요성을 자각한 도시의 움직임, 대구 수성구

내관지 취수탑 개선 공사 전과 후. 수성구 도시디자인 홈페이지는 이렇듯 공공디자인 프로젝트의 전과 후 모습뿐만 아니라 디자이너 정보, 디자인 의도 등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출처: 수성구

 

수성구 도시디자인 홈페이지는 공공디자인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아카이브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수성구


대구시는 ‘대구 도시브랜드 전국 순회’란 이름으로 2023년 시 브랜드, 구 브랜드를 들고 전국 주요 도시 6곳과 컨벤션 센터에서 전시를 열었다. 그중 수성구는 대구에서도 관공서, 사무실 등이 밀집한 주요 업무지구 역할을 맡는데 브랜드 개발을 향한 의지가 심상치 않다. 드론 실증도시 선정, 스마트관광도시 조성 사업 선정 등 특히 미래 먹거리 산업에 파고들고 있는 만큼 브랜딩을 통해 도시의 이름을 알리고 주민, 나아가 기업들의 눈길과 발길을 잡겠다는 포부를 보여주고 있다.

수성구는 2021년 4월 슬로건 ‘위더스수성’(with us Suseong) 발표를 시작으로 도시 디자인 관련 정보를 한데 모으는 일부터 출발했다. 수성구 홈페이지 내 ‘도시디자인’ 섹션을 만들고 ‘건축X조경’ ‘아카이브’ ‘공모’ ‘자료실’로 분류해 관련 자료들을 아카이브했다. 덕분에 공공건축물, 공공디자인 정보와 프로젝트 소식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됐다. 특히 <수성구 공공디자인 진흥계획> <수성구 공공디자인 가이드라인> <수성구 공공시설물 표준디자인> <수성구 공공시각매체 표준디자인> 등의 자료를 이북 형식으로 바로 열람할 수 있어 편리하다. 새롭게 무엇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의 공공디자인에 관한 정보, 관련 프로젝트를 모아 기초를 다지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앞으로 열릴 2024 수성국제비엔날레 정보나 공공건축물, 공공디자인 공모 정보도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하니 공공디자인 사업을 운영하고 실행하는 이들이 자연스레 연결될 수도 있겠다.


출처: 수성구


농촌다움으로 브랜딩한 전북 진안군 마령면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마령활력센터. 이미지 출처: 진안군마을만들기지원센터


섬진강이 관통하는 곡창지대 진안군 마령면. 이들도 고령화와 인구 감소의 그늘이 짙었는데 마령면 농촌 중심지 활성화 사업의 추진력을 받아 공공디자인을 통해 생기를 입고 있다. 2022년 제2회 서울 유니버설디자인대상 환경조성 공공부문 대상 수상이 이를 증명한다. 이 변화의 구심점은 마을의 다양한 세대가 어울리는 마령활력센터다. 새로 지은 마령활력센터는 휠체어 사용자도, 다리 아픈 노인도 편히 오게끔 문턱을 낮춰 설계됐다. 화장실에 경사형 거울을 설치하고 세면대 높이도 줄였다. 마당 등 일대의 단차를 없앤 것도 같은 취지다. 오가기 편해지니 사람들이 자주 드나들고, 자주 부딪히니 교류도 활발해진다. 마령활력센터 운영은 마령군 주민 57명이 뜻을 모아 만든 조합원이 맡았다. 이곳에서는 절기음식 실습반, 필라테스, 디저트 베이킹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또한 마령면의 유무형 자원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마령면 토종 씨앗을 확보했는데, 그 수만 36작물 67품종 146점에 이른다. 이들은 이렇게 모은 씨앗으로 농산물을 키우고 제철 요리법을 알려 마령면의 브랜딩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브랜딩으로 지방 경제의 활로를 만들려는 움직임은 전국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도시 조성 사업 외에도 행정안전부는 2023년 5월 29일 생활권 단위 로컬브랜딩 활성화 지원사업 공모 결과를 발표하고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의 선정지는 부산 해운대구, 광주 서구, 강원 춘천시, 충북 충주시, 충남 천안시, 전북 장수군, 전남 곡성군, 경북 구미시, 경북 청도군, 제주다. 이 도시들은 어떠한 옷을 입고 다시 우리 앞에 등장할까. 혹은 새롭게 등장하는 도시 브랜딩의 강자는 누구일까. 앞으로 그려질 국내 브랜딩 지형도가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 



글: 윤솔희, 담당: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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