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기획] 공간과 공동체의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다
작성일:
2024-04-22
작성자:
문한아
조회수:
160

[기획] 공간과 공동체의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다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42호(202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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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로 인해 물리적 장벽을 벗어난 개인은 새로운 방식으로 콘텐츠를 경험하고 확장시킨다. 이들은 각자가 특정한 콘텐츠 소비에 적극적이며, 스스로 탄생시킨 가상 또는 현실의 공간에서 다중의 새로운 공동체에 속한다. 이와 같이 재구성된 공동체는 공간 경험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일까? 디지털 실감 기술을 접목한 창작자 기반의 메타버스 플랫폼리얼월드 사례로 살펴본다.

 

‘리얼월드’, 상상을 현실에서 경험하다

공간은 경험을 규정하고 또 콘텐츠를 규정한다. 하지만 공간에 디지털이 더해지거나 디지털로 확장되면 맥락이 달라진다. 같은 공간에 머물러 있더라도 무엇을 어떻게 즐기느냐에 따라 공간 경험은 완전히 달라진다.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디지털 세계는 즉시 접속할 수 있고 주인공이 될 수 있고 아무리 많은 사람들과 함께여도 개별적인 경험을 즐길 수 있다.

 

유니크굿컴퍼니가 개발한 ‘리얼월드’는 사용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플랫폼이다. 퍼즐, 소설, 시리즈, 게임 등 수천여 가지 여가 콘텐츠를 제공한다. 누적 사용자 수는 100만 명을 넘어섰고, 온라인 상의 ‘리얼월드’를 연계한 오프라인 체험 공간 ‘리얼월드 성수’는 연간 10만 명 이상이 지속적으로 방문하는 차세대 콘텐츠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오프라인 공간을 찾는 이용자 대부분은 MZ세대와 외국인이다. 이들은 증강현실, NFC, QR 등 다양한 실감 기술을 활용한 몰입감을 즐기며, 앱에서 즐기던 사용자 경험을 현실로 확장해 차원이 다른 경험을 추구한다.

 

‘리얼월드 성수’. 리얼월드 앱 콘텐츠를 확장한 오프라인 공간으로 연간 10만 명 이상이 방문한다.

 

지역을 경험하게 하는 새로운 방법

리얼월드 성수는 4월 12일부터 27일까지 문체부,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우리나라의 주요 관광축제를 알리기 위한 팝업 ‘구석구석가게’를 운영한다. 참여자는 마트에서 장을 보듯 공간을 탐색하고, 관심있는 상품을 선택해 장바구니에 담는 등의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담양대나무축제’, ‘춘천마임축제’ 등 우리나라 15개 지역 축제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알게 된다. 단순한 전시가 아닌 젊은 층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체험 요소를 접목해 해당 콘텐츠에 대한 자연스러운 온라인 바이럴을 일으킨 사례로, SNS 반응 2만 건 이상, 방문자 1만 명의 성과를 거두었다.

 

한국관광공사의 지역 축제를 홍보하는 팝업 ‘구석구석가게’

 

이것이 서울 성수동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리얼월드는 2023년 11월에 광활한 크기의 유휴공간이었던 경기도청 옛청사를 배경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보물찾기 <리얼 트레져 페스티벌>를 개최한 경험이 있다. 이 행사의 바탕에는 리얼월드의 보물찾기 솔루션 ‘리얼 트레서 헌터’가 존재한다. 보물찾기 놀이에 증강현실, NFC등 실감 기술을 탑재해 경험 수준을 높인 모델이다. <리얼 트레져 페스티벌> 참가자들은 공간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 다니면서 여러 가지 미션을 수행하고 포인트와 업적을 달성해 다른 참가자와 경쟁을 즐겼다. 주최 측은 지역 상품 바우처, 할인권 등을 참가자들에게 지급해, 경기도청이 이전하며 상권이 무너졌던 일대가 모처럼 활기를 띄었다. 이 행사의 사전 예약자는 5,000명 이상, 실제 참여한 인원은 총 3,040명에 이른다. 기록적인 참가 인원으로 기네스북 등재에 성공하며 행사장 일대는 ‘보물찾기 성지’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

 

이와 같은 사례는 사람들이 함께 뛰어놀 수 있는 경험을 제공했을 때, 평범한 공간에도 사람들은 기꺼이 찾아오고 특별한 경험을 향유하며 지역에 좋은 여파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싶다면 단순히 보여주는 것 대신 직접 주인공이 되어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수단과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2023년에 경기도청 옛청사 일대에서 열린 <리얼 트레져 페스티벌>

<리얼 트레져 페스티벌>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3,000명 이상이 전국에서 모여들었다.

 

하나의 우리(대중)에서 저마다의 우리(커뮤니티)로

과거 정보와 지식이 중요하던 ‘지식경제’ 시대에는 매스미디어나 검색 엔진처럼 지식을 알려주는 솔루션이 선택을 받고 부를 얻었다. 덕분에 우리는 TV, 라디오, 더 적극적으로는 검색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얼마든지 알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되니 사람들은 반대로 ‘자신'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보다 ‘우리’가 중요했던 시대는 우리보다 ‘나’를 중시하는 시대로 변했다. 이른바 ‘나’의 시대, ‘Mobile’의 시대, ‘Me’의 시대다. 사람들은 이제 나의 이야기를 온전하게 전하고, 사람들로부터 인정 받기를 원하며 그를 위한 서비스를 선택한다. 정보가 아닌 나의 관심에 이끌려, 사람들의 질문은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로 바뀌었다. 바로 나를 더 편안하게,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드는 일련의 주제들이 그 대상이다. 세계적인 마케팅 전문가 세스 고딘Seth Godin은 이를 ‘연결경제’라고 불렀고 나는 이를 ‘관심 연결경제’라고 부른다.

 

우리는 하루의 상당 시간을 누군가와 소통을 하는데 쓰고 대화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하루 종일 온라인에 연결되어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상태로 전환된 것이다. 사람들은 넘치는 정보 속에서 헤엄치기 보다 자신과 관심이 통하거나 신뢰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판단했고 행동한다. 이는 디지털 기술의 중심이 ‘검색’에서 ‘대화’로 이동함을 의미한다. 이제 사람들을 움직이는 것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관심과 경험이다. 정보가 생성-연결-유통되는 시대, 사람들이 의식을 표현하고(생성) 공유하며(연결) 유동하는(유통) 새로운 시대, 즉 ‘의식의 시대’로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다.

 

의식이 연결되는 시대, 연결의 대상이 정보에서 의식으로 바뀌는 이 지점은 인류가 한번도 겪어본 적이 없는 세계다. 사람들의 삶의 요소가 ‘지식’에서 ‘관심’과 ‘경험'으로 고도화된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정보의 획득'이 중요했다면 의식이 연결되는 지금 시대에는 ‘관심’이 중요하며, 특히 이들끼리 함께 나눌 수 있는 ‘경험의 향유'가 더 중요하다.

 

의식이 연결되는 시대에는 ‘관심’이 중요하며 이들끼리 함께 나눌 수 있는 ‘경험의 향유'가 더 중요하다. (사진: 필자 제공)

 

경험의 시대The age of Experiences

디지털 경험 이전과 이후를 구분하는 ‘MZ세대’, 그리고 스마트폰 이전과 이후를 구분하는 ‘알파세대’가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약 절반(2024년 기준 약 48.4%, 통계청)을 차지하며 인구 구성의 중심이 되었다.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거나 자란 이들은 현실의 아날로그 환경을 새롭게 여기며 오프라인을 경험한다. 디지털 콘텐츠를 읽고 시청하는 것에서 나아가, 디지털과 공간이 융합된 차별화된 개인 경험을 요구하는 것이다.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특별한 경험을 즐기기 위해 모여들고, 강력한 바이럴의 주체가 되어 수십만에서 수백만 명의 방문을 견인한다. 평범한 박물관과 미술관에 십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전시, 쉽게 갈 수 없는 외진 지역까지 외국인들이 찾아오는 사례들이 본격화 되고 있다. 오프라인 공간이 디지털 기술을 만나 그야말로 엮이고 들끓고 넘치는 현장이 펼쳐지고 있다.

 

우리가 현실 세계에서 향유하는 모든 것들은 사람들의 관심과 결합되어 시너지가 일어나며, 이는 거대한 산업이 된다. 삼성전자는 <CES 2020>의 키노트에서 ‘다가오는 10년은 경험의 시대다’라고 선포했다. 실제 세계와 디지털 공간의 경계가 융합되며 사람들의 소통 방식이 크게 바뀔 것이라는 선언이었다. 바야흐로 한해 20억 명 이상이 세계여행을 다니며 300조 규모의 액티비티 시장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특별한 경험을 구하는 이들에게 공급할 수 있는 ‘콘텐츠’가 새로운 블루오션이다.

 

이제는 경험산업의 시대다. 공간은 디지털이 더해지며 온·오프라인으로 더욱 확장되었고, 사람들은 그 광장으로 몰려나와 특별한 경험을 찾고 있다. “세상은 거대한 무대이며 우리 모두는 플레이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말한 이 명제를 “우리가 사는 도시는 거대한 놀이터이며 우리 모두는 플레이어다.”라고 다시 선언해도 될 것 같다. 엮이고 들끓고 넘치는 시대 속에 있는 새로운 공동체를 만나러 가자.

 

 

글: 송인혁(유니크굿컴퍼니 대표)

세상의 변화를 그리는 디자이너. TED 글로벌 컨퍼런스를 국내에 알리며 주요 TED지역 이벤트를 기획했고, 인더스트리4.0 시대의 핵심이 경험산업임을 예측하고 경험 자체를 만들고 조립할 수 있는 신개념 경험 스토리텔링 게임 플랫폼 ‘리얼월드’를 개발했다. 스마트관광콘텐츠로서 한국 관광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 받아 2002년에 문체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편집: 문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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