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기획] 도시와 지역을 잇는 플랫폼 - 일본 와카야마
작성일:
2025-02-04
작성자:
문한아
조회수:
1558

[기획] 일과 쉼을 조화롭게, 로컬 워케이션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51호(202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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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지역을 잇는 플랫폼

-  일본 와카야마의 워케이션 전략


Work과 휴가Vacation를 결합한 ‘워케이션Workation’은 일종의 근무 형태를 넘어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우리나라는 팬데믹 이후 원격 근무가 많아지면서 워케이션이라는 개념이 빠르게 확산된 반면, 일본은 인구 감소, 경제 침체 등 다양한 사회 문제의 대안으로 더 일찍이 워케이션을 도입해 그 체계를 다져 왔다.

 

일본 와카야마는 일본에서 가장 먼저 워케이션을 정책적으로 도입한 지역이다. 2017년부터 추진 중인 ‘와카야마 워케이션 프로젝트(WWP)’를 통해 지역과 도시, 사람과 공간을 연결하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 와카야마는 세계유산을 포함한 풍부한 관광 자원과 자연 환경을 바탕으로 도시의 일상과는 전혀 다른 워케이션 공간을 제공하고 있으며, 2023년까지 총 289개 기업이 워케이션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 보다 구체적인 프로그램과 운영 전략에 관하여, 와카야마현청의 워케이션 사업 담당자와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출처 : 와카야마현 지역진흥과 제공


왜 ‘워케이션’이었을까?

2017년 당시 와카야마는 일본에서 급격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겪고 있던 대표적인 지역 중 하나였다. 경제적 침체가 가속되고 실제로 일부 지역이 소멸 위기에 직면하는 등 지역 활성화에 새로운 전략이 요구되는 시기였다. 와카야마는 2001년부터 IT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는데, 사실상 도시에 기반을 둔 기업이 지방에 새로운 오피스를 만들고 이전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에 와카야마현은 기업의 근로자들이 이곳에서 일을 해보는 ‘경험’이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와카야마 워케이션 프로젝트’는 이에 대한 긍정적인 성과를 기업이 직접 경험하게 해 기업의 이전과 정착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원격 근무가 가능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에서 나아가, 지역이 가진 특성을 활용해 지속 가능한 일의 방식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7가지 맞춤형 워케이션 프로그램

와카야마 워케이션은 기업이 목적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7가지 유형의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주로 도시의 일상적인 환경에서는 쉽게 시도하거나 검증할 수 없는 내용들로, 이를 통해 기업 혁신과 인재 육성을 지원한다. 장기적인 관계 창출을 위한 기업과 지역의 연결을 강조하는 만큼 개인의 업무 시간 외 휴식을 강조하는 일반적인 워케이션 프로그램과 달리 IT 기업(수요자)의 관점에서 전향적인 차별화된 콘텐츠를 구체화한 것이다. 워케이션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이를 통해 신규 서비스를 실험하고 네트워크를 확장하며, 기업 이미지 및 조직 문화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지역 과제 해결형

인구 감소, 고령화 등의 지역 문제에 대하여 기업이 사회 공헌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해결책을 모색

지역 DX(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기업이 지역 기업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지원하여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도모

SDGs(지속 가능 발전 목표)

환경 보전, 사회적 책임, 경제적 발전 지속 가능 발전을 주제로 SDGs 목표를 지역과 협력하여 추진

건강 경영형

자연 속에서 건강과 웰빙을 추구

비전 경영형

기업의 비전 수립과 조직 혁신을 지원

다양성 존중형

포용성과 다양성을 강조하는 기업 문화 조성

리조트 워킹/그룹 합숙형

조직 단위의 업무와 휴식을 조화롭게 병행










와카야마 워케이션 프로그램ㅣ 출처 : 와카야마현 지역진흥과 제공


지속 가능한 워케이션을 위한 전략

워케이션 도입 초기, 와카야마는 기업을 대상으로 모니터링 투어를 진행하며 그들의 요구사항을 조사했다. 그 결과 여비 지원, 산업 재해 보상, 근태 관리 등이 워케이션 도입을 꺼리는 주요 요소로 나타났고, 기업마다 워케이션에 기대가 다르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에 와카야마는 기업별로 맞춤형 워케이션 플랜을 개발하여 제공하였고, 무엇보다 재방문 유도에 집중하였다.

 

와카야마 워케이션은 현청 사업으로 시작되어 지금도 지원을 계속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운영은 민간이 주도한다. 지방 정부가 운영에 개입할 경우 여건에 따라 단기적 관점의 이벤트로 그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와카야마는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민간 중심의 자율적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여 관리하고 있다. 지역 기업인 난키시라하마 공항이 대표적인 예로, 이 회사는 현재 200개 이상의 와카야마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워케이션을 희망하는 기업에 맞춤형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해 제안하는 역할을 한다.

 

또 한 가지 전략은 워케이션 참가자와 지역을 깊이 연결하는 것이다. ‘지역 과제 해결형’, ‘지역 DX형’ 등의 프로그램에서도 알 수 있듯, 와카야마 워케이션은 참가자들에게 단순히 업무 편의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성장 기회를 모색하는 기업의 요구에 맞춰 지역 기업과 주민들이 프로그램 운영에 협력하며, 워케이션 참가자를 일시적 관광객이 아닌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여겨 함께 성장하는 관계를 형성하고자 한다. 

 

공간이 만드는 워케이션 경험

업무 공간은 워케이션의 경험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와카야마는 도시와 지역을 연결하는 장소로서 워케이션 공간의 본질을 규정하고, 기능성과 지역성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을 조성했다. 대표적인 공간으로 ‘오피스 클라우드 나인Office Cloud 9’, ‘앵커ANCHOR’, ‘파크 비즈 와카야마Park Biz WAKAYAMA’가 있으며, 각 시설은 이용자의 필요와 프로그램 형태에 따라 차별화된 환경을 제공한다.

 

(왼쪽)오피스 클라우드 나인, (오른쪽)앵커ㅣ출처 : 각 시설 홈페이지

 

‘오피스 클라우드 나인’은 자유로운 원격 근무와 창의적 협업을 지원하는 공간이다. 개방감 있는 디자인과 최신 IT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디지털 노마드와 IT 업계 종사자들에게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한다.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공간과 개별 업무가 가능한 조용한 공간이 구분되어 있으며, 누구나 안심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설계되었다.

 

‘앵커’는 팀 단위의 집중적인 워케이션과 연수에 최적이다. 기업의 비전 수립, 팀워크 강화, 창의적 프로젝트 기획 등을 위한 합숙형 프로그램이나 그룹 단위 워케이션을 고려한 공간 배치가 특징이다. 이곳에서는 회의와 협업을 위한 넓은 공간이 제공되며, 참가자들이 지역과 교류할 수 있는 지역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된다.

 

‘파크 비즈 와카야마’는 지역의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친환경 공간 디자인이 돋보이는 곳이다. 일본의 대표 건축가 쿠마 켄고 Kuma Kengo가 설계를 맡았다. 업무 공간의 기능은 물론, 이용자들이 휴식을 취하며 지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적 여유를 갖추고 있어 일과 쉼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워케이션 경험을 제공한다.

 

파크 비즈 와카야마 코워킹 스페이스ㅣ출처 : 파크 비즈 와카야마 홈페이지

 

향후 워케이션의 방향성과 시사점

일과 삶에 대한 가치관이 다양해지는 가운데, 와카야마는 워케이션이 새로운 근무 형태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음을 매년 증가하는 참가자 수를 통해 체감하고 있다. 이에 와카야마는 기업 연수 위주였던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더욱 다양화하여,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를 위한 프로그램, 부모와 자녀가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 매실 수확 체험 등 지역의 대표적인 1차 산업을 결합한 프로그램 등을 새롭게 추진 중이다. 또한 2023년에는 부산광역시와 글로벌 워케이션 협약을 체결하는 등 워케이션을 매개로 한 해외 교류와 디지털 노마드 유치에도 힘쓰고 있다. 이밖에도 와카야마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을 목표로 워케이션의 대상과 활동을 지속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와카야마의 워케이션 사례는 지역을 찾는 사람들에게 편안한 업무 공간과 숙박을 제공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워케이션이 도시와 지역을 연결하는 문화이자 플랫폼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기업들의 전문적인 지식과 혁신적인 서비스가 지역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관계인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소멸의 우려를 안고 있는 많은 지역들에 유의미한 시사점을 남긴다.

 

*디지털 노마드 :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공간의 제약 없이 재택, 원격 근무를 하며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들

**관계인구 : 특정 지역에 완전히 이주·정착하지 않고 정기적, 비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지속해서 관계를 유지하는 인구

 

 

인터뷰이 : 야마카도 신이치로 山門 振一郎 (와카야마현 지역진흥부 지역정책국 지역진흥과)

기업과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와마야마 워케이션 사업의 확장을 위하여 워케이션 프로그램 개발, 운영 체계 구축, 웹사이트 및 SNS 홍보 등을 담당하고 있다. https://wave.pref.wakayama.lg.jp/020400/workation/index.html 

 

취재· : 공공디자인 소식지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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