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작성일:
- 2025-07-03
- 작성자:
- 박은영
- 조회수:
- 686
[기획] 삶이 윤택해지는 이동 환경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56호(202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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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이동 환경을 위한 디자인
도시 교통 정책은 한때 차량과 기능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사람 중심의 접근으로 전환되는 양상이다. 변화의 배경에는 초고령 사회 진입, 반려동물 양육 가구 증가 등 한층 다양해진 삶의 형태가 자리한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2025년 5월 기준 국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층은 20.5%이며 임산부, 장애인, 일시적으로 신체 능력이 제한된 부상자까지 포함하면 이동 약자의 범위는 더욱 확장된다. 또한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24 반려동물 동반 여행 현황 및 인식조사 보고서’를 살펴보면 MZ세대 응답자 중 70% 이상이 반려동물과의 여행을 경험했거나 계획 중으로, 이러한 흐름에 맞춰 교통 분야에서도 반려동물 특화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반려동물 동반자의 새로운 이동 수요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렇듯 교통약자는 특정 집단이 아닌 누구나 삶의 어느 시점에서나 마주할 수 있는 상태라 볼 수 있다. 이동권이 단순한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다운 삶, 더 나은 삶을 보장하는 기본권으로 다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대중교통뿐 아니라 도보를 고려한 도시 설계가 주목받으며 보행자와 유아차, 휠체어, 자전거 등 다양한 이동 수단 이용자 모두가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공공디자인의 역할도 강조된다. 걷기 편한 거리, 자전거 도로, 유아차와 휠체어 이동이 가능한 경사로, 엘리베이터, 실시간 안내 시스템 등 다양한 장치를 도입해 모두를 배려하기 위한 환경으로 조성한다. 시각·청각 정보 제공 체계 등을 개선하고 단순한 인프라 제공을 넘어 도시 공간을 누구에게나 열린 구조로 재편하기 위해 노력해 나간다.
이번 기사에서는 고령자, 아동, 장애인, 임산부, 반려동물 동반자를 포함한 모든 시민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국내외 공공디자인 사례를 살펴본다. 도시 구조와 교통 서비스, 시설이 시민의 이동 방식과 일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구체적으로 짚어봤다.
모두의 이동권, 도시 환경을 재설계하다
유럽과 일본 등에서는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도시 환경을 지속적으로 고민하며 교통약자를 고려한 배리어프리 디자인과 자전거 중심의 교통 인프라를 적극 도입해왔다. 이러한 흐름은 도시 접근성을 높이고 시민들의 건강하고 활기찬 생활을 지원한다. 국내에서는 최근 강릉시가 ‘배리어프리 관광도시 조성 사업’ 대상지로 선정되어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등 관련 논의가 시작되는 분위기다. 이에 해외 주요 도시 사례를 통해 보편적 이동권을 위한 도시 설계의 흐름을 알아본다.
● 자전거 친화 도시를 대표하는 코펜하겐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은 ‘자전거 도시’라는 별명을 지녔다. 특히 코펜하겐 북동부에 위치한 노르하운(Nordhavn) 지역은 주민들이 도보 또는 자전거로 5분 이내에 주요 시설에 접근하거나 대중교통으로 지하철역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도로망을 전략적으로 구축해 놓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 외 도심 외곽으로 연결되는 850km 규모의 자전거 고속도로망인 사이클 수퍼하이웨이(Cycle Superhighway), 자동차 도로 못지 않은 2.5m 폭의 자전거 전용 도로, 자전거 신호등, 강으로 분리된 두 구역을 연결하는 자전거 전용 다리 시켈슬랑엔(Cykelslangen) 등 물리적 기반 시설이 자전거 친화 도시 정책 방향을 뒷받침한다. 출퇴근과 등교, 장보기 등 모든 목적의 이동에 자전거가 실질적인 교통수단으로 활용되며, 어린이용 자전거 트레일러나 유아차형 자전거도 도심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통합 설계는 도시 전반을 누구나 쉽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으로 구축하는데 기여한다. 교통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탄소 배출 저감, 시민 건강 증진, 도시 소음 감소, 지역 커뮤니티 회복 등 다양한 긍정적 파급 효과로 이어진다.
코펜하겐 도심과 수변을 연결하는 이너 하버 브릿지(Inner Harbour Bridge)는 보행자와 자전거 전용 다리로 일상적인 통근과 여가 생활을 지원한다.
사진 출처: ⓒTroels Heien / Visit Copenhagen
코펜하겐의 상징적인 자전거 전용 다리. 항구 위를 가로지르는 이 다리는 자전거 이용자들의 이동 흐름을 연결하며 도심 속 친환경 교통 인프라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사진 출처: Visit Copenhagen
출퇴근 시 자전거를 주로 이용하는 코펜하겐 시민들. 잘 정비된 자전거 도로망과 교차로 신호 체계, 수상 교량 등 자전거 이동에 최적화된 인프라 덕분에 자전거가 일상 속 주요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사진 출처: ⓒDaniel Rasmussen, Thomas Høyrup Christensen /Visit Copenhagen
자전거 전용 도로와 자전거 정비를 위한 시설을 갖춰 어른부터 어린이까지 누구나 자전거로 이동하기 편리한 코펜하겐 거리.
사진 출처: ⓒThomas Høyrup Christensen /Visit Copenhagen
유아나 어린이, 반려동물과 동반한 사람들도 불편 없이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코펜하겐의 도시 환경. 부드러운 동선과 여유 있는 공간 구성, 풍부한 자전거 인프라가 다양한 삶의 방식과 이동 수단을 포용한다. 사진 출처: ⓒThomas Høyrup Christensen, Marco Kesseler / Visit Copenhagen
● 보행약자를 배려한 일본 도쿄의 철도 시설
일본 도쿄는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와 높은 대중교통 이용률을 고려해 철도 중심의 배리어프리 정책을 선제적으로 강화해왔다. 특히 교통약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단순한 시설 개선을 넘어 도시 전체를 연결하는 교통 환경을 개선하고 공공디자인을 신장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도쿄도는 2020년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개최를 계기로 역세권 중심의 무장애 정비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을 가속했으며 주요 환승역을 포함한 수도권 철도역의 약 90%가 엘리베이터나 무단차 이동경로를 갖추게 되었다. 도쿄 메트로를 비롯한 주요 철도 노선에서는 휠체어 사용자가 개찰구부터 승강장을 지나 열차에 이르기까지 계단 없이 이동할 수 있는 ‘무단차 경로’를 마련했으며, 승강장마다 휠체어 전용 공간과 점자 유도 블록도 설치했다. JR동일본이 운영하는 일부 역에는 스크린 도어, 고정식 경사로, 자동 개폐 장치를 도입해 휠체어 승객의 자율적 탑승을 지원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안내와 촉각 정보, 다국어 표기 및 픽토그램 등 정보 디자인을 체계적으로 갖춰 누구든 복잡한 도쿄 지하철 망에서 혼자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휠체어 및 유아차 이용자를 위한 도쿄 지하철의 무단차 개찰구와 진입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유도 블록과 폭이 넓은 개찰구가 설치되어 누구나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사진 출처: www.japan.travel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저위치 발권기와 지하철 내 휠체어 및 유아차 이용 공간을 마련한 도쿄도 교통국의 도에이 지하철(Toei Subway).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매표부터 탑승까지 전 과정을 배리어프리 환경으로 구축했다. 사진 출처: www.kotsu.metro.tokyo.jp
도에이 지하철은 역마다 점자와 오디오로 시설 안내를 제공하는 터치 안내판과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를 적용한 요금 안내판을 설치해 놓았다.
사진 출처: www.kotsu.metro.tokyo.jp
● 독일 베를린의 무장애 정류장 프로젝트
독일 베를린의 슈판다우(Spandau) 지역에서는 교통약자를 위한 버스 정류장 환경을 적극 개선하며 무장애 도시 구현에 힘쓰고 있다. 고령자, 휠체어 사용자, 유아차 동반자 등이 대중교통을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보도턱과 정류장 구조를 재설계한 것이 핵심이다. 기존 정류장은 보도와 버스 차량 사이에 높이 차이와 간격으로 인해 승·하차 시 불편하거나 사고 위험이 높았다. 이에 정류장 플랫폼의 높이를 재조정하고 승·하차 구간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블록을 설치해 기능성과 안정성을 높였다. 정류장 앞 보도턱을 곡선형으로 설계해 저상버스가 정류장에 정밀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보도와 차량 간 단차를 최소화했다. 이러한 무장애 정류장 설계는 단순한 시설 개선을 넘어 도시 전반의 공공디자인과 연계된 정책적 실천으로 궁극적으로 시민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도시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자리한다. 슈판다우 구청은 2023년부터 약 20곳에 무장애 정류장을 구축했으며, 베를린 시의 접근성 기준에 맞춰 지역 정류장을 단계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설계 전후 실사용 테스트를 통해 실효성을 검증하는 등 이용자 중심의 접근이 인상적이다.
보행약자를 위한 낮은 승차대와 접근로를 갖춘 베를린 슈판다우 지역의 무장애 버스 정류장.
사진 출처: Wunderlich Urban Development, http://spandau-bewegt.de
점자 유도 블록, 경사형 보도턱을 적용하고 버스와 정류장 간의 단차를 최소화해 휠체어나 유아차 이용자를 포함한 모든 교통약자의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을
지원한다. 사진 출처: Wunderlich Urban Development, http://spandau-bewegt.de
이동의 편의를 돕는 시설물과 서비스
보편적 이동권을 보장하는 도시 환경은 제도적 방향성과 함께 이를 실현하는 구체적 수단을 통해 완성된다. 자연 지형으로 인한 불편을 개선하는 엘리베이터와 같은 시설물, 교통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안내 단말기, 디지털과 연계한 교통약자 지원 서비스 등은 모든 시민들에게 필요한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 도심 지형 단절을 극복한 룩셈부르크의 파펜탈 파노라마 엘리베이터
룩셈부르크시에서는 고도 차가 큰 도시 지형에 대응해 도심 내 이동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공공시설로 ‘파펜탈 파노라마 엘리베이터(Pfaffenthal Panoramic Elevator)’를 설치했다. 이 엘리베이터는 고지대의 중심부와 저지대 계곡 지역인 파펜탈을 수직으로 연결하는 이동 수단으로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높이 약 71m 구간을 30초만에 이동하며, 이용 중에도 도시 전경을 조망할 수 있도록 바닥과 벽면 일부에 투명 유리가 적용되었다.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경사로가 엘리베이터 상·하부에 설치되었으며 내부 공간은 휠체어와 유아차 이용자도 탑승할 수 있도록 넓게 구성됐다. 룩셈부르크의 건축 사무소 STDM 아키텍츠가 고안한 이 시설은 유네스코 문화유산 보호 구역인 도심 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했으며 도시 내부의 단절을 해소하는 공공 인프라이자 도시 관광 자원으로 활용된다.
71m 높이의 구조물로 지어진 파펜탈 파노라마 엘리베이터는 도시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설계로 기능적 이동 수단이나 전망 시설로 활용된다.
사진 출처: 룩셈부르크시 관광청 Luxembourg City Tourist Office
엘리베이터와 연결된 유리 통로는 도심과 숲을 아우르는 시야를 제공하고 시민들은 이곳에서 자연과 도시가 공존하는 룩셈부르크시의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사진 출처: 룩셈부르크시 관광청 Luxembourg City Tourist Office / www.luxembourg-city.com
아래에서 올려다본 파펜탈 파노라마 엘리베이터 구조물과 벽과 바닥 일부에 유리를 적용해 도시 전경을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된 내부 공간. 단순한 이동 수단뿐
아니라 도심을 새로운 시야로 경험케하는 공공 인프라 역할을 한다. 사진 출처: 룩셈부르크 국가 관광청 Luxembourg for Tourism / www.visitluxembourg.com
● 원활한 대중교통 이용을 위한 서울시의 마을버스 버스정보안내단말기
서울시가 마을버스 정류장 환경을 개선하며 정보 접근성을 향상한다. 시내버스에 비해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이 부족했던 마을버스 정류장에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 Bus Information Terminal)를 확대 설치하고 노후 단말기는 교체해 정보 서비스 품질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2024년 기준 서울시 전체 마을버스 정류장에는 약 2466대의 버스정보안내단말기가 설치되어 있으며 올해 노후 기기 398대를 교체하고 신규 단말기 315대를 추가로 설치해 마을버스 정류장에 버스정보안내단말기 보급률을 약 5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시내버스와 동일한 수준의 실시간 버스 도착 정보, 우회 노선, 도로 통제 등의 정보를 직관적으로 제공하고자 한다. 단말기 디자인은 서울 공공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반영해 시인성을 높이고 사용자 중심의 인터페이스를 도입했다. 각진 모서리를 곡면으로 마감하고, 가독성이 높은 ‘서울알림체’ 서체와 단순하지만 직관적인 정보 배치를 적용하는 등 누구나 쉽게 정보를 확인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고려한 점이 특징이다.
서울시가 개선 중인 마을버스 정류장 안내 시스템. 정보 전달력이 낮았던 기존 정류장 표지판(왼쪽)에 버스정보안내단말기를 추가 설치하거나 일체형 구조(오른쪽)로 교체하며 정보 접근성과 시인성을 높이고 있다. 이는 지역 주민과 노약자 등 교통 약자의 이용 빈도가 높은 마을버스 정류소를 개선해 시민 이동 편의를 지원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사진 출처: 서울시
● 서울 은평구의 이동약자 편의시설 스마트 지도
서울 은평구가 장애인과 고령자, 유아차 동반자 등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를 높이기 위해 ‘이동약자 편의시설 스마트 지도’를 구축하고 올해 9월부터 구청 누리집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오프라인 기반의 무장애 인프라를 디지털 정보 서비스와 연계한 이번 지도는 이용자들이 각종 편의 시설을 보다 직관적으로 찾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도에는 무장애 숲길, 휠체어 충전소, 지하철 엘리베이터, 경사로 설치 점포, 휠체어 접근 가능한 화장실, 무료 셔틀버스 등 총 12종의 시설 정보가 포함된다. 지도에는 위치 정보뿐 아니라 운영 시간, 자동문 유무, 점자 안내, 경사로 유무 등의 상세 정보가 함께 제공돼 이동 동선 계획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설계했다. 로드뷰 기반 길찾기, 다국어 안내, 외부 앱 공유 기능이 포함되어 접근성과 활용도를 높인 스마트 지도는 PC와 모바일 등 다양한 기기에서 이용 가능하다.
은평구가 구축한 ‘이동약자 편의시설 스마트 지도’ 화면. 무장애 숲길, 경사로 유무 등 교통약자를 위한 주요 편의시설 정보를 위치 기반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사진 출처: 은평구청
● 디지털 기술을 통해 이동권을 보장하는 일본 한큐 전철의 승객 지원 웹앱
오사카와 교토, 고베 등을 연결하는 일본의 한큐 전철(Hankyu Railway)은 2025년 봄부터 교통약자 승객 지원 서비스 ‘패신저 어시스턴스(Passenger Assistance)’를 도입했다. 휠체어 이용자, 보행 보조기 사용자 등 이동에 도움이 필요한 승객이 사전에 등록하면 해당 정보를 바탕으로 역무원이 탑승 전부터 하차까지 효율적으로 지원한다. 약 10만 명 이상이 지원 정보를 등록한 이 서비스는 PC와 스마트폰 브라우저에서 접속 가능한 웹앱(Web App)으로 운영된다. 웹앱은 앱처럼 작동하지만 별도 설치 없이 웹사이트를 통해 이용 가능하다.
출발일 기준 최대 70일 전부터 3시간 전까지 이용자 맞춤 요청을 등록할 수 있으며 해당 정보는 역무원 전용 앱으로 실시간 연동돼 출발역과 도착역에서 필요한 지원이 사전 준비된다. 웹앱에는 화면 읽기 기능 등 접근성을 고려한 UI가 반영되었고 영어와 일본어 두 언어를 지원해 이용 편의를 높였다. 이 서비스는 일본 교통 데이터 스타트업 트랜스리포트(Transreport)와 협력해 개발되었으며 이용자 피드백을 반영하는 설문 기반 플랫폼과 연계해 실제 교통약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서비스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일본 한큐 전철의 교통약자 승객 지원을 위한 웹앱 ‘패신저 어시스턴트’ 메인 화면. 출발역과 도착역, 탑승일 정보를 입력하고 휠체어 이용 등 맞춤형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사진 출처: https://passengerassistance.jp
점차 넓어지는 이동약자 범위에 따른 변화
이동약자의 범주가 고령자, 장애인에 국한되던 기존 개념에서 돌봄이 필요한 아동, 반려동물 또는 보조견 동반자, 디지털 취약층 등 다양한 계층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교통약자의 자율성과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실천들이 이루어지며 도시 교통의 포용성과 유연성을 높인다.
● 반려견과의 이동을 위한 베를린의 도시 교통 시스템
독일 베를린은 대중교통 반려동물 동반 탑승을 오랜 관행으로 인정해온 도시다. 최근 몇 년 사이 이러한 관행은 점진적으로 제도화되어 탑승 조건과 안전 규범, 요금 조건을 명시한 공식 문서로 정비되고 체계적인 운영 기반을 갖추게 됐다. 베를린 대중교통 운영사인 BVG는 소형견(고양이 크기 이하)의 경우 케이지나 가방 안에 넣는 조건 하에 무료 탑승을 허용하고 대형견은 목줄과 입마개 착용을 전제로 동반 탑승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월 정기권 보유자는 대형견과 탑승 시 추가 요금이 면제되며 동반한 반려견의 좌석 점유 금지, 혼잡 시간대의 제한적 이용 권고 등 반려동물 미동반 승객 간의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규칙도 함께 마련해 놓았다. 아울러 BVG는 2025년 4월부터 ‘모두를 위한 이동 교육(Mobilitätstrainings für alle)’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노령자, 안내견 동반이 필요한 시각장애인, 휠체어 사용자, 어린이 등 교통 약자를 포함해 다양한 상황의 이용자가 실제 교통수단을 체험하며 안전하고 자율적인 이동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돕는 워크숍 형태의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대중교통의 포용성을 높이고 실제 생활에서 이동 장벽을 줄일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한다. 베를린의 사례는 기존 생활 관행을 제도화하고 물리적, 심리적 장벽을 고려한 교육까지 병행하면서 도시 내 이동성과 공공성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보여준다.
안내견과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승객. 베를린 대중교통 운영사 BVG는 안내견 동반 시각장애인, 휠체어 사용자, 어린이 등 다양한 교통약자를 위한
교통 인프라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모두를 위한 이동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사진 출처: www.bvg.de
● 지역 맞춤형 교통 접근성을 제고하는 현대자동차의 수요응답형 교통 서비스 셔클
현대자동차가 2020년부터 도입한 ‘셔클(Shucle)’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수요를 분석해 차량 운행 경로를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수요응답형교통(DRT, Demand Responsive Transit) 서비스다. 이 플랫폼은 대중교통 인프라가 취약한 신도시, 농산어촌, 산업단지 지역을 중심으로 설계되었으며 교통약자의 이동권 지원과 고령 운전자의 면허 자진 반납을 유도하기 위한 사회적 목적도 담고 있다. 셔클은 전용 앱을 통해 호출 시 AI가 실시간 수요를 기반으로 최적의 경로를 설정하고 평균 2km 이내의 생활 반경 안에서 유사한 경로의 탑승객을 자동 병합해 효율적으로 배차한다. 정해진 노선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경로를 따라 운행하는 소규모 공유 셔틀 형태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 플랫폼의 핵심은 경로 최적화에만 그치지 않고 배리어프리 설계를 바탕으로 한 차량 운영을 통해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를 실질적으로 향상시켰다는 데 있다. 셔클에 도입된 R1 차량 등은 휠체어 탑승을 고려한 저상 설계, 시각·청각 약자를 위한 고대비 사용자 인터페이스, 보호자 및 동반자 탑승이 가능한 구조 등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해 다양한 교통약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또한 디지털 접근이 어려운 이용자를 위한 전화 호출 방식도 적용하고 있다.
셔클은 화성시 동탄1지구를 시작으로 보령시(불러보령), 대부도, 옥정 신도시 등 전국 18개 지역 이상으로 이용 가능 지역이 확산되었으며 출·퇴근, 통학, 의료기관 방문 등 다양한 목적의 교통 수요를 폭넓게 충족하고 지자체 및 경찰청과의 협약을 통해 지역 맞춤형 정책과도 연계하고 있다. 셔클은 2025년 기준 누적 103만 명 이상이 이용했으며 누적 운행 거리 3790만km, 차량 이용 후 자가용 이용률 43% 감소, 평균 통행 시간 47% 단축, 연간 478톤의 탄소 배출 저감 등의 성과를 거두었다.
휠체어 사용자가 셔클 차량에 승차하는 모습. 저상 설계와 자동 경사로를 통해 교통 약자의 자율적 이동과 접근성을 강화했다.
사진 출처: 현대자동차 글로벌 뉴스룸
국내 최초 선보이는 승차 공유 서비스 셔클은 앱을 통해 수요에 따른 최적의 경로를 찾아 유사한 경로를 이용하는 승객들에게 공유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한다.
사진 출처: 현대자동차 글로벌 뉴스룸
글: 공공디자인 소식지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