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기획] 트윈세대를 위한 공공디자인
작성일:
2021-12-28
작성자:
소식지관리자
조회수:
3004

[기획] 트윈세대를 위한 공공디자인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14호 (20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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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 청소년도 아닌, 낀 세대?
아니죠, 트윈세대!


​요즘 ‘MZ세대'가 화두이다. MZ세대란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사람들을 일컫는데, 사회와 언론은 그들을 최초의 글로벌 세대이자 인터넷 시대에 성장한 첫 세대로 묘사한다. 세대론은 언제나 뜨거운 이슈가 되어 왔다. 각 세대를 구분하고 그들의 특성을 파악하는 일에서부터 사회발전의 동력을 찾는 까닭이다.

세대간 특성에 따라 공간 가치를 추구하는 경향도 다르기 마련이다. 특정 세대나 연령에 최적화된 공간은 그 성격과 형태가 다르다. 가령 실버 세대를 위한 요양시설,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실내놀이터, 청소년도서관과 같이 각 연령과 세대의 필요에 적합하게 조성된 공간은 그 기능만큼이나 형태도 다를 수밖에 없다.

최근 ‘트윈세대를 위한 공간’이 새롭게 등장했다. 용어부터 낯선 ‘트윈’세대는 10대(Teenager)와 사이(Between)를 조합한 말이다. 어린이라기엔 크고 청소년이라기엔 아직 어린, 전환기에 속한 세대를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의 아이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고로 트윈세대를 위한 공간이란, 영유아도 청소년도 아닌 아이들의 특성에 맞춘 공간이다.

 
우주로1216 ⓒ 이유에스플러스건축
우주로1216 ⓒ 이유에스플러스건축

국내 첫 트윈세대 전용 공간은 전북 전주시립도서관에 자리한 <우주로1216>이다. 이곳을 설계한 ‘이유에스플러스건축’의 서민우 대표는 트윈세대를 위한 공간이 등장하게 된 배경을 “공공공간에서 그동안 소외되었던 시기의 사용자들을 위한 이해와 움직임”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주로1216>을 살펴보면, 트윈세대를 위한 공간의 목적과 필요성을 보다 자세히 엿볼 수 있다.
 
“<우주로1216>은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가는 전환기를 겪는 트윈세대(12~16세) 아이들을 위해 새롭게 조성된 전주시립도서관의 한 개 층을 도서관의 고정관념을 깨고 트윈세대를 위한 혁신적인 공간으로 조성한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다양한 참여주체들의 의사결정을 이끌어낸 과정으로서의 문화가 매우 돋보이며, 놀이를 도서관의 기능에 결합하여 트윈세대 아이들이 마음껏 탐구하고 체험할 수 있는 전용공간을 운영하여 공공도서관의 미래지향적 전형을 보여준 매우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공간기획부터 디자인, 그리고 운영의 모든 과정에서 프로젝트가 지향하려고 한 가치가 구현되었고 트윈세대의 아이들이 주인공이 된 공간을 세상에 보여준 문화의 새로운 아이콘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하여 대통령상으로 선정하였다.”
─ 2020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심사 총평 중에서

2020년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통령상에 선정된 <우주로1216>은 책읽는문화재단, 도서문화재단씨앗, 벤처기부펀드 씨프로그램 등이 전주시와 함께 민관 협업관계로 진행한 프로젝트이다.
* 문화체육관광부와 (사)한국건축가협회가 공동 주관하는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은 품격 있는 생활공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국민들의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지난 2006년부터 수여해온 상이다.

”재정, 기획, 건축가 및 전문가들의 선정과 참여, 사용자의 참여를 통한 프로세스의 진행, 최종적인 디자인의 구현과 운영에 이르기까지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서 최고의 성격과 완성도를 가진 장소를 만들어냈다. 사회적인 이슈를 발굴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구현하여 제안하려는 이러한 활동들은 앞으로의 공공 프로젝트의 진행 방법에 대한 중요한 모델로서 주목받아야 할 것이다” 라는 심사평은 <우주로1216>이 트윈세대를 위한 공간 해법에 좋은 선례가 되었음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유에스플러스건축 서민우, 지정우 대표 ⓒ 주현동
이유에스플러스건축 서민우, 지정우 대표 ⓒ 주현동

트윈세대를 위한 첫번째 공간을 만든 사람들

<우주로1216>의 설계를 담당한 이유에스플러스건축은 주택을 포함한 다양한 영역의 건축 활동을 해오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에 대한 관심이 확장됨에 따라, 오랫동안 어린이 건축교육에 참여해온 경험을 토대로 어린이 놀이공간, 어린이 박물관, 학교 교실 등 어린이 관련 건축 프로젝트에 많은 노하우를 쌓아왔다. 아이를 키우고 있어 스스로 "아빠 건축가"라고 소개하기도 하는 이유에스플러스건축의 서민우, 지정우 대표에게 트윈세대를 위한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INTERVIEW
이유에스플러스건축 대표 서민우, 지정우

이유에스플러스건축은 어떤 곳인가요?
이유에스플러스건축은 ‘좋은(EU) 이야기(Story)를 더하는(+) 건축’을 생각하며, 일반적인 건축설계도 하지만 다음세대를 위한 건축 공간디자인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간을 사용하게 될 사용자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와 소통, 그리고 건축이 가지고 있는 공공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공간에서 점진적인 삶의 변화를 기대하며 작아도 좋은 이야기를, 넓어도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건축공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우주로1216 ⓒ 전주시립도서관
우주로1216 ⓒ 전주시립도서관

<우주로1216>은 국내 첫 트윈세대를 위한 공간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 시작이 궁금합니다.
<우주로1216>은 다음세대를 위해 뜻을 모은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 시작되었습니다. 이전부터 저희의 놀이풍경 디자인, 학교 공간 디자인, 어린이 건축교육 등을 눈여겨보던 C-program에서 국내 최초의 트윈세대를 위한 전용도서관 공간의 설계자로 저희에게 요청을 해와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 Spce-T : 추진단
  책읽는사회문화재단, 도서문화재단씨앗 : 사업비 담당
  C-program : 전체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담당
  EUS+건축 : 트윈세대와의 워크샵, 공간설계 및 감리, 시공사 추천 담당
  전주시 : 전주시립도서관 일부 공간 제공
  디아이디어그룹 : 사용자 조사 전문 담당
  진저티프로젝트 : 재료와 콘텐츠, 운영 전반 컨설팅 담당

트윈세대를 위한 공간을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컨셉은 어떤 것인가요?
비용을 들여서 잘 꾸며진 상업공간은 이미 우리 주변에 많이 있습니다. 그런 곳들을 청소년들도 좋아하지요. 그러나 살펴보면, 특별한 용도와 목적으로 명확하게 구분된 ‘방'들이 모여 만들어진 곳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사전작업 과정에서 트윈세대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에게 다양한 넘나듦의 의지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공간 구분으로는 트윈세대를 위한 적절한 공간을 만들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죠. 그렇게 해서 ‘방이 아닌 영역’이라는 디자인 콘셉트가 만들어졌습니다. 각각의 영역은 서로 연결되면서 분리가 되고, 그 사이사이를 일명 ‘트윈가로’ 라는 이동 동선으로 연결하였습니다. 도서관 내부에 들어가는 시설이었다 보니 ‘열람과 정보수집’이라는 도서관의 기본적인 기능 위에 ‘자율적인 의지와 활동으로 창작과 소통’이 충분히 가능한 트윈세대만의 공간으로 디자인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우주로1216 ⓒ 이유에스플러스건축
우주로1216 ⓒ 이유에스플러스건축

어린이도 아니고 청소년도 아닌 세대, 트윈세대를 위한 전용 공간은 왜 필요한가요?
트윈세대의 정의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여러 문화권에서 12세에서 16세 정도의 청소년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시기의 청소년들은 부모의 보호로부터 막 벗어나기 시작하며 스스로의 행동을 결정하기 시작하는 인생의 중요한 출발점에 서있죠. 그런데 막상 그들이 집과 학교를 벗어나면 안전하면서도 충분히 자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트윈세대를 위한 공간은 공공시설의 틈새시장, 미지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함께 살아가는 사회구성원인 어른으로서 다음세대를 키우는 부모로서 그리고 건축가로서, 그들을 위한 공간이 기획되고 추진되기 시작했을 때 어쩌면 당연하게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트윈세대를 위한 공간을 설계할 때, 타 세대의 어린이 또는 청소년을 위한 공간과는 어떤 면에서 차별화가 요구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차별화가 요구되는지에 대한 궁금증 또한 어쩌면 우리가 트윈세대를 포함한 다음세대를 바라보는 편견인 것 같습니다. 나이를 구분해서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보다는 그들의 성장과정을 통해서 다가오는 각자의 미래를 어떻게 공간이 뒷받침해줄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른의 눈높이에서 공간을 마련해주고 ‘이렇게 저렇게 놀아라’하며 지시하는 것보다는 연령대를 넘나드는 청소년을 먼저 이해하고 그들이 바라고 요구하는 내용을 공간으로 번역하는 것을 건축가인 우리들이 하는 일이고요.

<우주로1216> 설계 당시, 트윈세대를 위해 특별히 고려하거나 유의한 점이 있나요?
콘텐츠와 재료 준비에 있어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했습니다. 이렇게 각 분야의 전문가가 동등한 영역과 책임감을 가지고 진지하게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은 프로젝트 매니징 그룹이 처음부터 요구한 조건이었고요. 그런 와중에 모든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누구를 위해 만들어지는 공간인가’라는 질문을 계속 확인하였어요. 그 질문의 답은 당연히 트윈세대를 위한 공간이었습니다. 그 지역의 지자체장도 아니고, 도서관의 관장도 아니고 말이죠.

 
우주로1216 ⓒ 이유에스플러스건축
우주로1216 ⓒ 이유에스플러스건축

최근 조성된 트윈세대를 위한 공간을 살펴보면 주로 도서관에 치중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도서관이 가진 사회적, 문화적 기반시설의 성격은 트윈세대를 위한 공공건축을 구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축적되어 있는 지식과 정보의 총량적 관점, 공간적인 접근성, 공공시설로서의 지원체계 등 유리한 조건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도서관은 트윈세대가 가장 기피하는 시설 중에 하나라고 해요. 그것은 아마 이제까지의 도서관이 잘못 제공해온 ‘공간적 분위기’ 때문일 겁니다. 책으로 가득 하고 떠들면 지적당하고, 무엇보다 공부하는 목적이 아니면 그곳을 떠나야 할 것 같은 분위기라면 어떤 식이든 재미와 흥미를 이끌어낼 수 없을테니까요.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의 시작 또한 <우주로1216>로부터 최근까지 이어지는 트윈세대 공간에서 도서관이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 이유라고 봅니다.

도서관을 제외한 어떤 기능의 공간이 트윈세대에게 유용할까요?
트윈세대를 위한 공간의 지속성 측면에서는 공간 자체보다 트윈세대 공간을 경험한 청소년들이 성장해서 다음세대를 이끌 위치에 도달할 시점 까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트윈세대를 위한 공간을 잘 지었다”고 끝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에요. 공간 자체가 목적이 아닌, 지금의 트윈세대가 경험한 특별한 공간이 다음 세대에 이르렀을 때, 각자의 주변환경에서 트윈세대와 함께 ‘새롭고 의미 있는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궁극적으로 중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음 세대의 삶의 변화를 위해서는 사회 전체가 보편적으로 혜택을 받아야 할 테고요. 이를 ‘시설 구축’에 관한 이야기로 한정 짓는다면, 일상생활에서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이라면 어디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또한 트윈세대 전용 공간 같은 특정 세대를 위한 공간 마련에 관심을 두고 있나요? 또한 참고한 해외 사례가 있는지요?
MZ세대니 밀레니얼세대니 하는 것이 일종의 마케팅 적인 관점이거나 시대별 세대론의 측면이라면, 트윈세대 공간은 공공공간에서 그동안 소외되었던 시기의 사용자들을 위한 이해와 움직임으로 느껴집니다. 최근 들어서 해외에서도 트윈세대에 대한 공간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주로 공적인 공간에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저희가 설계를 진행하면서 해외 우수 사례나 건축가를 조사하거나 살펴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설계 시 그 지역의 환경과 트윈세대- 청소년들-운영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더 중요시 여겼어요. 그 결과, 전 세계에서 유일한 ‘그 지역’만의 장소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서민우 대표(좌)와 지정우 대표(우)의 커뮤니케이션 과정 ⓒ 이유에스플러스건축
서민우 대표(좌)와 지정우 대표(우)의 커뮤니케이션 과정 ⓒ 이유에스플러스건축

<우주로1216> 외에도 이유에스플러스건축에서 진행한 트윈세대를 위한 공간 설계 프로젝트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있는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이하 공터)의 리모델링 사업입니다. 이곳은 아담한 지상 6층 규모의 평범한 건물로, 노원구 화랑도서관과 함께 청소년 복합 문화공간이 10년 넘게 운영되었던 시설입니다. 위탁운영기관이 적극적으로 지역 주민들과 청소년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자율적인 프로그램들을 다양하게 제공함에 따라 그동안 매우 활발하고 자율적인 활동이 이어졌던 곳이었습니다. 10년에 달하는 시간은 공간을 점점 잠식하였고, 효율적인 정리가 필요한 때에 이르게 되어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이곳도 Space-T 추진단과 이유에스플러스건축이 <우주로1216>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면서 지역주민들과 청소년들을 위한 새롭게 단장한 공공시설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완공 후 2020 대한민국공공건축상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 ⓒ 박영채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 ⓒ 박영채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 ⓒ 박영채

트윈세대를 위한 공간의 필요성에 대해 시민, 사회, 언론 등의 인식이나 평가는 어떠 한지 궁금합니다.
트윈세대를 위한 본격적인 공간 조성은 이제 시작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직까지 사회적인 인식과 평가를 확인하기는 이른 단계이고요. 다만, 선제적 시도의 의미에서 2022년이 시작되면 ‘우주로1216의 개관 2년 후’라는 주제로 공간과 운영 프로그램에 대한 점검의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 ⓒ 박영채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 ⓒ 박영채

끝으로 이유에스플러스건축의 트윈세대를 위한 공간 설계에 대한 소회와 앞으로의 비전이 궁금합니다.
여느 건축이나 공간과 마찬가지로, 트윈세대를 위한 공간도 제대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제대로’란 완성 공간의 사진 몇 장이 대표하는 것이 아닌, 과정의 중요성을 말하고요. 전문가나 어른의 관점에서 공간을 예쁘게 디자인하려는 건축가보다는, 의식을 갖고 트윈세대와 소통을 하며 같이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는 건축가가 필요합니다. 합리적인 비용과 과정을 통해 함께 머리를 맞댈 수 있는 것이 좋은 출발일 것이고요. 저희는 트윈세대를 포함하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다음세대들과 함께 그들의 공간을 제대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늘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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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디자인프레스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 ㈜이유에스플러스건축 EUS+ARCHIT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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