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기획] 노후된 유원지의 재탄생,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작성일:
2022-03-29
작성자:
소식지관리자
조회수:
353

[기획] 공공디자인이 지역을 되살리는 방법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17호(2022.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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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안양을 위한 디자인

런던 디자인페스티벌, 밀라노 디자인위크, 파리 메종 & 오브제...... 이들의 공통점은 도시의 이름을 내건 세계적 디자인 축제라는 것이다. 전 세계 크리에이터들과 관계자들이 모이는 축제인 만큼 행사가 열리는 날에는 그 도시에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그 나라의 문화산업도 다시 한 번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과연 도시의 이름을 내걸고 열리는 이 행사들이 도시의 정체성 또한 만들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3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이하 APAP)는 아직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내로라하는 건축가, 디자이너, 예술가들이 ‘안양’이라는 도시를 생각하며 시민을 위한 문화 축제를 만들고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건축가 알바루 시자 비에이라가 지은 안양파빌리온. 
개구부를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과 최소의 간접 조명을 사용해 대지가 가지고 있는 자연 그대로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사진 제공: 안양문화예술재단  

 



네덜란드의 건축 사무소 MVRDV가 설계한 전망대는 안양시를 비롯한 안양예술공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사진 제공: 안양문화예술재단
 


2005년에 출범한 APAP는 옛 안양유원지를 안양예술공원으로 재개발하며 시작된 프로젝트다. 1970~80년대만 해도 안양유원지는 도시민들에게 각광받는 유원지 중 하나였지만 세월이 흘러 사회적 구조가 변화하며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 후 2003년 안양시는 안양유원지의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재개발이라 하면 노후화된 집을 철거하고 도로를 새롭게 포장하는 등의 변화가 일반적이지만 안양시는 안양유원지의 재활성화를 위해 조각공원을 조성하고자 했다. 그러나 조각공원은 그 특성상 시민들이 단순히 관람하는 형태의 수동적 방식이라는 한계점이 지적되었고 보다 발전적이고 확장된 방향을 고민하다 지금의 APAP가 완성되었다. 미술관을 짓거나 야외에 조각품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장소성과 역사성의 맥락을 근간으로 때로는 유형의 작품으로, 때로는 무형의 가치를 공유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며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안양을 문화도시로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이 사업의 목적이다. 




일본의 건축가 켄고 쿠마의 ‘종이 뱀’. 
숲속으로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가는 구조물을 만들기 위해 벌집 모양의 페이퍼 허니콤 재료를 개발해 설치했다. 사진 제공: 안양문화예술재단


 

이에 2005년 1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여섯 번의 사업이 진행되었고 예술감독제를 도입해 안양시가 안고 있는 과제를 함께 풀어나가거나 감독이 디자인적, 예술적 관점으로 해석한 안양을 주제로 작가들을 초대하고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1회 때에는 이영철 계원예술대학교 순수예술과 교수가 예술감독으로 선임되어 ‘역동적 균형’이라는 주제로 미술·건축·조각 등의 대규모 작품을 선보였다. 이때 포르투갈의 건축가 알바루 시자 비에이라가 안양파빌리온을 설계하고 네덜란드의 건축 사무소 MVRDV가 전망대를, 한국의 대표 아티스트 최정화가 거리 조형물 등을 만들며 주목을 받았다. 이후 이어지는 프로젝트에서도 일본의 아티스트 쿠사마 야요이와 건축가 켄고 쿠마, 한국의 아티스트 양혜규, 이불 그리고 한국의 디자이너 노 네임 노 샵, 박우혁, 슬기와 민, 안상수, 영화감독 박찬경 등 업계에서 이미 유명한 작가들이 ‘안양’을 위해 작품을 만들었다. 사실 유명인들에게 러브콜을 보낸 이유는 프로젝트의 인지도를 쌓기 위한전략이었다.
 


인도네시아의 건축가 에코 프라워토의 작품. 대자연에서 인간은 단지 지나가는 존재일 뿐이라고 보는 건축가에게
대나무는 일시성을 상징하는 재료로서 2000년부터 그의 건축적 설치 작품에 지속적으로 사용됐다.
사진 제공: 안양문화예술재단




그래픽 디자이너 홍은주, 김형재의 '세 도시 이야기'. 특별한 소비취향을 가진 신도시 거주자들이 한국 사회에서 어떤 생활패턴을 보여주고 있는지에 관해
건축 부동산 전문가와 통계전문가, 디자이너가 협력해 자료를 연구 분석한 결과물이다.
사진 제공: 안양문화예술재단




일본의 디자이너 이자오 호소에가 디자인한 삼성천 옆 산책로에 있는 벤치. 사진 제공: 안양문화예술재단


이는 발걸음하기 쉽지 않은 서울 외곽 행사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을 통해 안양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서였다. 덕분에 예술·디자인·건축 관계자들에게 APAP는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 자생적으로 발전하면서 다른 지역에는 없는 하나의 브랜드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르나 표현 방법이 다양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작품을 철수하는 여느 비엔날레와 달리 APAP는 지속성을 갖는다는 것 또한 차별점으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업계의 인지도와는 다르게 아직 지역민들에게까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중성을 확보하면서 예술성을 유지하는 것이 현재 APAP를 운영하는 안양문화예술재단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과제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행사가 끝나도 존치된 건축 및 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어린아이부터 노년층까지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것은 APAP 작품 투어다. 약 1시간 30분 코스로 25여 명의 도슨트가 존치된 54점의 작품 투어를 위해 대기 중이다. 도슨트를 따라 작가와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면 항상 똑같아 보이던 도시 풍경이 전혀 다르게 보이고 정신적 행복감이 느껴진다는 것이 시민들의 반응이다.   
 


파이버글래스로 만든 검은 빙산 모양의 구조물 ‘벙커-엠. 바흐친’은 한국 작가 이불이 만들었다. 사진 제공: 안양문화예술재단



프랑스 출신의 작가 마크-카미유 샤모비츠의 키오스크는 두세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구조물로, 공공 장소에 존재하는 개인을 위한 공간이다. 
사진 제공: 안양문화예술재단




45도 각도로 잘린 여덟 개의 컨테이너를 생선 가시 모양으로 결합해 완성한 다목적 공간 ‘오픈 스쿨’. 
북서 쪽을 향한 두 개의 벽에는 다양한 높이로 여러 개의 개구부를 내어 안양의 다채로운 풍경을 담아내고자 했다. 사진 제공: 안양문화예술재단



김 바이런 작가가 만든 사색의 방. 
이 공간에서는 자신의 의식 외에는 아무것도 관찰할 것이 없으므로 고요하게 앉아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낼 계획이 없다면 방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사진 제공: 안양문화예술재단


 

'안양다운’문화예술이란 무엇일까 고민하고 실천하는 데에 앞장서는 안양문화예술재단은 과거 유원지의 기능이 다한 장소를 일상에서 시민들이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예술 공원으로 재생하고 정착시키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 일상에서 예술적 감성을 느낄수록 정신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믿는 안양문화예술재단은 앞으로도 3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행사를 통해 일상 환경의 개선과 삶의 질적 향상을 위한 역할에 앞장서 나갈 것이다. 
홈페이지 apap.or.kr


[박스 인터뷰]
김연수 안양문화예술재단 공공예술부 부장
“3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트리엔날레 형식으로 여섯 번의 행사를 진행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는 것은 예술성과 대중성의 간극을 좁히는 일입니다. 참여 작가들은 자신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 과제를 수행하기를 원하고 시민들은 쉽고 편하게 작품을 관람하거나 이용할 수 있는 무언가를 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의 결과를 살펴보면 ‘예술성’을 추구한 작품보다 ‘디자인’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 좀 더 호응을 얻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지상의 낙원’ 같은 쉼터나 스트리트 퍼니처, 예술공원을 조망할 수 있는 MVRDV의 ‘전망대’, 최정화 작가가 시민들이 기증한 가구를 재결합한 작품 ‘무문관’ 같은 것들이 그것이지요. 대중성을 고려한 지역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 공공디자인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도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글: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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