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기획] 축제란 일상을 새롭게 볼 수 있는 가장 파워풀한 방법
작성일:
2022-03-29
작성자:
소식지관리자
조회수:
299

[기획] 지역 축제를 기획하는 사람들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17호 (2022.04)

 
────────────────────────────────────────

축제를 통해 새롭게 느끼는 일상의 풍경

INTERVIEW
─ 임성연 무소속연구소 대표

무소속연구소는 2018년 처음으로 울주세계산악영화제 공간디자인 프로젝트를 맡았는데, 약 2년만에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그 가치를 끌어올렸습니다특별히 공공디자인 영역과 커뮤니티 디자인 영역에서 제안하고자 했던 바가 있다면 무엇이었을까요
울주세계산악영화제(Ulju Mountain Film Festival, UMFF)는 산이 많은 울주의 자연을 바탕으로 당대의 중요한 세계 산악 영화를 소개하며 국내 산악 문화 발전과 영상 문화 저변을 확대하고자 2015년에 출발한 축제입니다. 극장에서 열리는 일반적인 영화제와 달리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신불산 아래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의 넓은 야외 공간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제 막 포문을 연 터라 대중에게 각인할 만한 마케팅 포인트가 필요하다는 내부의 목소리가 있었고, 이에 축제의 아이덴티티를 만들고 대중의 이목을 끌만한 지점으로 무소속연구소에게 공간디자인을 의뢰하였습니다. 저희는 축제의 건강한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여 공사장에서 쓰는 비계를 활용해 폐자재가 나오지 않는 무대를 구상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셨던 것 같습니다.

 

당시 심사평을 보니 ‘일탈성친환경성지역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이 부분에 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는 일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공간을 선보이는 데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랬을 때 눈에 띈 것이 공사장에서 쓰는 산업 재료, 바로 비계였습니다. 물론 금액도 합리적이지만, 공사장에서 익숙하게 봐 온 비계를 축제 현장 중앙에 가지고 왔을 때의 생경함과 낯섦이 인상적일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본래 용도에서 약간 빗겨나 ‘일탈’을 감행한 것이지요. 친환경성은 너무도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사실 전시나 축제 예산서에 폐기물 처리비 항목을 쓸 때마다 죄책감이 컸습니다. 언젠가 성황리에 대형 기획 전시를 마친 후였는데 2.5톤 트럭 대여섯 대에 폐자재들이 실려 나가는 모습을 보고 스스로 한 일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적이 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저희가 하려는 축제나 예술이 사람의 생사를 좌우하는 응급한 문제가 아니란 생각에 지구에 해를 끼치면 안 되겠다는 다짐을 굳건히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전년도 현수막을 활용해 당해년도의 굿즈를 만들기도 합니다. 지역성은 울주의 이야기를 녹여내는 시도로 울산대학교 역사문화학과 학생과 손을 잡고 지역 소상공인에 주목한 대목에 관한 것입니다. 앞마당에서 축제가 열린다고 해도 소상공인들은 가게를 지켜야 하기에 참여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각 가게에서 의자를 하나씩 빌려와 총 100개의 의자를 가게 소개 글과 함께 웰컴존에 배치했고 관객들 누구나 빈 의자에 앉아 울주의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의자가 제각각이라 의아해 하는 분도 계셨고 이야기를 알고 감동한 분도 계셨습니다.


 



비계를 활용해 곳곳에 쉼터를 설치한 2019년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전경. 사진 제공: 무소속연구소



시내 소상공인 100여 곳에서 모은 의자를 배치한 ‘울주의 식탁’ 전경. 사진 제공: 무소속연구소

 

무소속연구소가 축제를 기획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희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축제를 원합니다. 지역자원, 지역민에 대한 이해 없이 그저 외지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축제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그 순간에 모이는 자본으로만 축제의 성패를 판단하기 때문에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요. 주민들 입에서 “이런 문화 예술 축제가 우리 동네에 있네”라는 말이 자랑스럽게 나올 수 있는 축제야말로 만인에게 사랑받고 적은 돈으로도 지속 가능해 오래 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다시 깨닫는 이웃의 존재

이 외에도 자체 아트페어 브랜드 ‘bac’를 운영하고 있습니다그 시작에 3년 간 진행한 연희동 아트페어가 있는데
작은 동네에서 아트페어를 어떻게 지속할 수 있었는지 먼저 들어볼 수 있을까요?
2013년 카페 보스토크를 오픈하여 조그맣게 전시를 열고 해마다 플리마켓을 개최하며 천천히 문화 예술 공간으로 입지를 다졌던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이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연희동 주민 사이에서도 자연스럽게 새로운 이벤트가 일어나는 곳이라는 인상이 생겼고 카페를 기지 삼아 연희동 아트페어를 열었을 때도 ‘우리 동네 축제’라는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또한 산책을 즐기고 예술품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주민들 성향이 뒷받침되어 주었습니다.
 
참여 작가는 어떤 기준으로 모았나요?
무소속연구소에서 기획하는 아트페어의 중요한 가치는 지역의 예술가와 지역의 컬렉터를 연결해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 아트페어의 브랜드 이름이 ‘becoming a collector’, 줄여서 ‘bac’입니다. 연희동 아트페어의 경우 참여 작가를 인근 지역 거주자로 한정했습니다. 걸어서 올 수 있는 거리에 살거나 버스를 갈아타지 않고 몇 분 내로 올 수 있는지가 기준이었지요. 그랬더니 자연스레 작가들이 축제 기간 매일 행사장에 왔고 근처에 사는 지인이나 친구들, 즉 지역 관객이 저절로 모여 행사장이 늘 북적였습니다.
 
작품 판매 말고도 색다른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하나요?
카페 앞마당에서 ‘아티스트 포장마차’를 열었는데 인기가 정말 좋았습니다. 신진 작가는 비교적 팬층이 있는 작가보다 작품을 판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신진 작가와 관객이 직접 인사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 둔 것이지요. 신기하게도 많은 경우 아티스트 포장마차에서 작가를 만난 관객은 그의 작품을 구입하셨습니다. 아티스트 포장마차는 이제 저희만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이 되었다고 할 수 있어요. 

 




bac 브랜드의 출발이기도 했던 2019년 연희동 아트페어 전경. 사진 제공: 무소속연구소

 
 

2020년 순천아트페어, 2021년 부여아트페어를 개최했습니다지역으로 무대를 옮긴 배경은 무엇인가요?
먼저 순천아트페어의 경우 ‘순천다움’을 고민하고 예술적 실험을 도모하는 사회적기업 ‘앨리스’에서 ‘bac’를 초청해 주셨습니다. 옛 유흥업소들이 즐비한 순천 장천동 일대를 무대로 주민들이 자신의 동네를 새로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했는데, 마침 순천에서 아트페어가 열린 적이 전무한 터라 순천 작가들에게도 새로운 활력이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행사를 하는 동안 매일 같이 저희 쪽을 바라보기만 하던 한 아주머니께서 마지막 날에 오셔서 권기수 작가의 굿즈를 귀엽다며 사가시던 모습을 잊지 못합니다. 부여아트페어의 경우 규암 공예마을 조성 사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공예시장을 타진하고 지역의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로 선보인 행사입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기회

무소속연구소 소개글에 “지역과 예술의 바람직한 공존 방법을 탐구한다라고 쓰여 있습니다이는 곧 공공디자인에서 커뮤니티 디자인의 역할과 같은데이 관점에서 축제란 어떤 힘이 있다고 보시나요?
예술과 일상이 버무려지는 현장이란 특징에서 축제의 매력을 느낍니다. 전시장은 화이트 큐브란 분명한 구분선이 있어 아무리 기발한 프로그램을 더해도 예술과 관객의 관계가 딱 고정되어 있는 반면 축제의 전시장은 도시요, 관객은 시민이 됩니다. 게다가 도시는 생활하는 공간이자 굉장히 현실적이고 물리적인 곳이기 때문에 누구나 이해하고 쉽게 받아들일 준비를 합니다. 
 
특별히 축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사소할지 모르겠으나 행사 티셔츠를 입고 일부러 동네 여기저기 가게에 들어가 밥도 많이 먹고 술도 많이 마십니다. 원래 바닥 민심이 제일 센 법이거든요. 자주 눈에 띄면 사장님들께서 먼저 리플릿 가져와 보라고, 가게에 놓아주겠다고 말씀해주세요.



순천 예술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 모은 2020년 순천아트페어 전경. 사진 제공: 무소속연구소



공예에 포커스를 맞춘 2021년 부여아트페어 전경. 사진 제공: 무소속연구소


 

무소속연구소는 축제를 위해 결성된 집단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지금은 주로 축제 기획을 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2009년 큐레이터, 기획자 등 문화, 예술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 퇴근 후 모여서 무언가를 해보자고 시작한 느슨한 사적 모임이 시초였고, 2011년 사업자를 등록하면서 조금 더 활동이 구체화되었습니다. 전시를 기획하던 이들이 축제를 기획하는 일로 진입한 건 어쩌면 자연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구현하는 데 제약이 많고 관객의 범위도 한정적인 전시보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관객과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어느새 축제 기획에 들어서 있었거든요.
 
가장 인상 깊었던 축제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대지미술 작가 크리스토 & 장 끌로드(Christo & Jean Claude)의 작업을 좋아합니다. 이들은 건축물이나 교각 등 도시 구조물을 거대한 천으로 감싸는 설치 작업을 해왔는데 이십여 일 남짓 되는 전시 기간이 지나면 모두 폐기해 버립니다. 혹자는 이 대단한 작품을 영구 설치하면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할 수 있지 않냐고 묻지만, 그들은 낯선 것이 사라진 다음에 돌아온 일상은 그 이전과 다르다는 것을, 즉 일상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말하기 위한 작품이라고 설명해요. 저는 이것이야말로 축제가 가져야 할 중요한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어떤 축제를 선보일 계획인가요?
올가을 속초 칠성조선소에서 속초 아트페어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인스타그램(@bac.sale)에서 소식을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 윤솔희, 담당: 박은영

 


 

빠른 이동 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