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기획] 동물복지 캠페인과 공공디자인
작성일:
2023-02-20
작성자:
소식지관리자
조회수:
2332
[기획] 동물과 함께 하는 사회적 공간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28호(2023.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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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김현지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가 말하는 
동물복지 캠페인과 공공디자인 


동물권행동 카라는 동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활동하는 동물권 단체다. 반려동물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사지말고 입양하세요'라는 슬로건을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카라가 외치고 있는 오랜 슬로건이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 제고와 입양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어야 반려동물문화가 올바르게 형성될 수 있고 이에 따른 법과 공공시설도 발전할 수 있다. 최근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에 종합 반려동물 보호·복지 공간인 더봄센터를 개관하며 동물권을 위한 공간 디자인으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반려동물의 생존권과 이들을 위한 건축, 환경이 우리의 삶을 좀더 풍요롭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이들의 활동이 보여주고 있다. 

2018년부터 동물권행동 카라 주최로 매년 열리고 있는 서울동물영화제2018년부터 동물권행동 카라 주최로 매년 열리고 있는 서울동물영화제. 사진 제공: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을 위한 사회적 공간
끊임없는 유기동물과 시보호소 안락사, 끝날 듯 끝나지 않는 개 식용 산업, 번식장-경매장-펫숍 메커니즘으로 동물을 상품으로 매매하고 있는 펫 산업, 학대와 방치의 만연 그리고 애니멀호딩. 동물 구조는 해도해도 끝이 없다. 사람이 변하기 전까지 문제는 반복되었고 결국 민간 동물보호단체, 동물권행동 카라는 정책과 교육, 캠페인에 방점을 두었다. 다양한 현장 대응 속에 보호 동물도 늘어갔다. 우리 모두는 동물에게 진심이다.   
더봄센터는 카라가 2020년 10월 15일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에 개관한 종합 반려동물 보호·복지 센터다. 더봄이란 '더 들여다 봄, 더 돌봄, 그리하여 더 봄'이라는 뜻으로 카라가 시민들과 함께 동물을 더 깊이, 더 가까이 바라보고 돌보겠다는 각오가 담겨있다. 
준비부터 건립, 그리고 동물들의 입주에 이르기까지 꼬박 1년 6개월이 걸렸고 숱한 난관을 묵묵히 헤쳤다. 의뢰자인 카라, 설계자인 플랫/폼 아키텍츠, 시공자인 동신토건이 한 마음이었다. 벽돌 한 장 한 장이 시민의 모금에 의해 쌓여 대한민국 동물권의 초석이 된다는 공감대와 사명감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가여움이 아닌 반가움의 공간, 더봄센터는 카라가 구조한 동물들이 보호받고 새출발을 준비하는 곳이다. 현재 개와 고양이 250마리가 입소 중인데 설계부터 이들의 습성 및 행동양식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모든 동선은 동물의 편의가 최대한 세심하게 고려됐다. 동물보호소를 견사와 묘사 시설이 있는 기능적 관점으로만 보지 않고, 사회적 순환고리에 연계시키는 부속시설 및 운영적 측면이 건축에 녹아 있도록 애썼다. 동물을 위한 사회적 공간의 구축을 목표한 것이다.
선진적 동물보호소의 모델이고자 했던 한편 카라는 더봄센터가 반려동물 운동의 기지가 될 수 있기를 바랐다. 카라의 원 소재지인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더불어숨센터가 법/정책, 교육, 각종 캠페인을 총괄하며 동물권 운동을 최전선에서 이끌고 있다면, 반려동물 운동에 특화된 더봄센터는 공간 자체가 가진 의미와 확장성으로 후방에서 카라에 힘을 실어주며 동물권 캠페인이 다양하게 실천될 수 있는 시민 참여의 장이 되고 있다.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캠페인 슬로건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는 카라의 오랜 슬로건이다. 2002년 출발한 입양 플랫폼 ‘아름품’은 카라의 전신으로서 2014년 더불어숨센터 개관 시부터 시민들이 아름품으로 직접 찾아올 수 있도록 해 입양 대기 중 동물을 만나기도 하고 아름품에서 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더봄센터는  아름품의 정신이 좀더 크고 복합적으로 구현된 장소다. 슬로건은 ‘품종 대신 이름을’ ‘식용견은 없다, 모든 개는 반려동물’ ‘진돗개는 반려견’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등으로 늘었고, 연간 800~1000명의 시민들이 더봄센터에서 봉사 활동을 하고 동물과 만나며 입양에 골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에는 입양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다. 반려가구가 1500만명에 이름에도 불구하고 성숙한 반려문화가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위기동물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도 또 다른 생명이 ‘생산’되고 ‘판매’된다. 동물은 '애완'용으로 24시간 펫숍에서 술에 취해 구입하는 것이 가능하고, 남몰래 버려지는 동물이 부지기수며, '나는 모른다‘ 혹은 ’간섭하지 말라‘며 방치 동물의 현실이 무수히 외면되고 있다. 
시보호소는 모든 지자체가 위탁이든 직영이든 의무적으로 갖춰야 하는 시설로 관내 발생 유기동물들이 향하는 곳으로서 대표적인 반려동물 공공시설이다. 하지만 시보호소 가운데 ‘노킬(No Kill)’ 보호소는 없다. 유기동물 입소 후 공고 기간 포함 10일 이내에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거나 입양자가 없으면 단지 수용할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안락사된다. 이마저 피학대동물인 경우 시보호소 입소조차 어렵고, 시보호소에서 '안락사' 아닌 '고통사'를 하고 있어 문제가 되기도 한다. 국내 약 300개 행정구역별 시보호소 가운데 직영 시보호소는 최근 많이 늘어난 결과 현재 25% 정도다. 아직 위탁 시보호소가 더 많은데 동물에 대한 '복지'가 아닌 '수용' 자체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반려동물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최악의 영업장들이 간혹 계약을 맺기도 해 사회적 물의를 빚는다. 식용 개농장이나 개 경매장 등이 시보호소 계약을 하다니 이런 곳들에 입소 동물들의 처우에 대하여 무엇을 기대하리.   
시보호소가 안락사를 하는 이유는 입소 대상 유기동물이 너무 많이, 그것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호자가 잃어버린 동물도 분명 있지만 일부러 유기한 동물, 보호자 없이 방치되었으나 외면 받다 민원이 들어와 신고된 동물, 의도하진 않았으나 미리 예방하지도 않아 감당 불능인 새끼들 등 시보호소 입소 기준으로만 연간 13만 마리 가량으로 민간 사설보호소나 개인 구조까지 고려하면 실제 문제는 이보다 더 심각하다. 
시보호소에서 입양은 안락사 비율을 낮출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다. 하지만 입양 홍보에 힘쓰는 시보호소는 찾기 힘들고 그나마 시민 봉사자 그룹이 형성되어 있는 경우 입양 노력이 이뤄진다. 시보호소가 양성한 봉사자라기보다 안락사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자발적으로 활동하게 된 경우들이며 봉사자라기보다 거의 개인 활동가, 1인 단체 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락사를 포함, 시보호소에서 죽음을 맞는 비율은 입소동물의 50%에 이른다. 이러한 현실에서 '사지 말고 입양'은 한국에서 그 자체로 큰 동물보호 실천이다.   

갖고 싶은 디자인 굿즈를 선보이며 다양한 사람들의 후원을 유도하고 있다갖고 싶은 디자인 굿즈를 선보이며 다양한 사람들의 후원을 유도하고 있다. 사진 제공: 동물권행동 카라 


카라 더봄센터의 공간 디자인
카라 더봄센터는 동물복지 개념에 기초한 보호소의 모범이 되고자 했다. 동물을 정성껏 돌보고 사회화 하며 시민 봉사자를 양성하고 동물을 입양 보내며 입양 후에도 모니터를 지속한다. 더봄센터에는 입소 전 단계부터 동물에 대한 건강검진과 치료, 예방접종이 가능하도록 프로토콜을 갖춘 카라 동물병원이 있다. 외부 현장에서 막 이동해온 경우, 격리 기간이 필요한 동물에 대한 계류장이 더봄센터 본 건물과 따로 있으며 견사와 묘사가 구획별로 소독 관리되고 있다. 
견사는 기본적으로 방과 테라스로 구성되어 있으며, 크기 기준으로는 대형 견사와 중소형 견사, 대상 기준으로는 환견사와 집중 사회화를 위한 켄넬링 구역으로 나뉜다. 켄넬링 구역은 입양을 준비하는 개들의 사회화 속도를 높이기 위한 활동 속에 조성되었으며, 켄넬링 구역에서는 개들이 켄넬 안에서 쉬고 먹고 자며 짜여진 시간표에 따라 유도로를 통해 외부 놀이터 혹은 중앙정원으로 나갈 수 있도록 운영 중이다. 개들끼리 물림 사고가 나지 않도록 늘 주의하며 사회화 교육에 활용할 수 있도록 더봄센터 곳곳에 독파킹을 설치했다.  
견사 각 방마다 동물에 대한 기본 정보를 알 수 있는 개체 카드가 있고, 각 방문에는 해당 동물 돌봄 시 주의사항이나 사료의 종류, 급여량, 약 여부 등이 적혀 있다. 견사 복도는 세면대, 개수대, 분사형 호스 설비를 갖춰 위생관리가 가능하다. 층별 준비실은 공동 사용이 가능하도록 구획과 구획 중간에 위치하며 내부에 싱크대, 냉장고, 수납공간이 있고 개가 산책 나갈 때 필요한 목걸이와 목줄이 걸려 있으며, 활동가가 앉아서 노트북으로 간단한 사무업무를 보기도 한다. 묘사는 더봄센터에서 볕이 가장 잘 드는 곳에 창을 만들고 수직 운동이 가능하도록 조성했다. 더울 때 덥지 않고 추울 때 춥지 않도록 공조기가 돌아가며 바닥난방 시설을 갖췄다. 이 밖에도 동물을 위한 층별 목욕실, 층별 세탁실, 물품 창고 등이 있다.   
더봄센터는 사무실과 다목적 교육장을 갖추고 있다. 사무실은 활동가들이 집중하여 사무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으로 각종 사무기기와 공용석이 마련되어 있으며 사무실에서도 소수 동물에 대한 돌봄과 사회화가 이뤄지고 있다. 다목적 교육장은 사람과 동물이 다양하게 이용 중인데 사람 대상으로는 교육과 각종 회의, 토론회가 열리기도 하고 동물 대상으로는 견사에 있던 개들이 나와 다양한 경험을 하며 놀기도 한다. 한편 상근 활동가를 위한 남자 휴게실과 여자 휴게실이 있고 샤워를 할 수 있는 곳도 있다.
더봄센터는 인간, 동물, 환경을 상징하는 원헬스의 삼각 구도가 건축에 반영된 구조다. 중앙정원을 둘러싼 삼각 구도의 건물이 하나로 통하며 1층부터 슬로프를 타고 옥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옥상에는 옥상정원이 조성되어 있고, 장애견도 휠체어를 타고 산책길에 오를 수 있다. 슬로프와 옥상측 난간 간격은 안전사고가 없도록 고민이 반영됐으며 슬로프 구역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슬로프측 난간에는 튼튼한 망을 덧대어 추락사고의 가능성을 차단했다. 
카라 더봄센터는 보호소 견학 요청이 오면 이를 마다하지 않는다. 시보호소나 지자체 관계자와는 노킬 보호소 확산을 위한 간담회를 추진한다. 입양 선순환을 실현하는 노킬 보호소가 시보호소들로 확산될 수 있다면 버려져 죽어야 하는 비참한 동물들이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완벽한 보호소라도 문제가 끝없이 반복·양산 되는 속에서는 한계가 있다. 결국 유기동물이 없어야 하고, 동물이 생명으로서 존중 받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반려동물 운동 기지인 더봄센터에서 비건 키친을 운영하는 건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농장동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더봄센터 전체에 조류충돌 방지 필름을 시공해 조류친화건축물 1호 인증을 받기도 했다. 동물권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활동가들의 일상 속에 더봄센터의 공간은 날마다 새롭게 재탄생하고 있다. 
 
파주에 있는 더봄센터. 날아다니는 새들이 창문에 부딪혀 부상당하는 일이 없도록 유리창에는 조류충돌방지 필름을 붙였다.파주에 있는 더봄센터. 날아다니는 새들이 창문에 부딪혀 부상당하는 일이 없도록 유리창에는 조류충돌방지 필름을 붙였다.
사진 제공: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복지 개념에 기초한 보호소의 모범이 되고자 해외 선진 사례를 참고해 건축가와 함께 지은 더봄센터.동물복지 개념에 기초한 보호소의 모범이 되고자 해외 선진 사례를 참고해 건축가와 함께 지은 더봄센터.
사진 제공: 동물권행동 카라


외부에 설치한 길고양이를 위한 휴식 공간과 수직 운동을 하는 고양이를 위한 더봄센터의 내부 공간.외부에 설치한 길고양이를 위한 휴식 공간과 수직 운동을 하는 고양이를 위한 더봄센터의 내부 공간.
사진 제공: 동물권행동 카라


외부 활동과 산책이 중요한 반려견을 위한 공간외부 활동과 산책이 중요한 반려견을 위한 공간. 사진 제공: 동물권행동 카라



글: 김현지 동물권행동 카라 더봄센터 센터장

동물권행동 카라는 2002년 창립해 동물권 정책 및 교육, 보호소 운영, 입양 활동, 영화제 개최 등을 통해 사람들의 인식 제고에 힘쓰며 모든 동물이 학대 없는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단체다. 이 글을 쓴 김현지는 2020년 카라가 세운 종합 반려동물 보호·복지 공간 더봄센터의 센터장으로 국내외 입양, 구조, 돌봄, 교육 등 더봄센터의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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