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작성일:
- 2024-08-05
- 작성자:
- 문한아
- 조회수:
- 2112
[기획] 방치된 주거 자원 빈집의 변신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45호(202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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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을 채우는 지역 문화 콘텐츠
빈집 문제는 주민들의 정주 환경을 해쳐 결국 지역 소멸에 이를 수 있는 사회 문제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는 수년 전부터 정비 예산 확보, 매매 제도 개선 등의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한편 지역 내에서 보다 확장성 있는 빈집 해결 방안으로 돋보이는 움직임은 빈집 문제와 지역적 특색을 바탕으로 한 지역 문화 콘텐츠의 결합이다. 관광 자원, 청년 지원 공간, 예술문화 공간, 주민 공공시설, 지역 정착 유도 등 민·관이 협력해 다양하게 활용한 각 지역의 빈집 재생 양상을 유형별로 살펴 보았다.
관광 자원이 된 빈집
- 충남 공주 마을호텔㈜
충남 공주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제민천 활력거점 조성사업’을 펼쳐 원도심이었던 제민천 일대를 활성화했고, 관광객이 늘고 외지 청년들이 모이는 실질적 성과를 거두었다. 이중 빈집을 리모델링해 카페, 책방, 스테이 등을 운영하는 ‘마을호텔㈜’은 제민천 활성화를 이끈 대표적인 청년 기업이다. 마을호텔㈜은 독립책방, 로컬 식재료 카페, 다목적 공간 등 동네의 빈집을 콘텐츠가 담긴 공간으로 변신시키고, 공주시의 문화를 젊은 세대의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지역 자원을 관광 콘텐츠로 확장한 점을 인정받아 2020년 중소벤처기업부의 ‘올해의 로컬크리에이터’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리모델링한 빈집을 공동 소유하는 플랫폼 ‘마이세컨플레이스’ 운영과 로컬 콘텐츠 기획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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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의 재탄생, 낯선 사람들을 연결하다, KDI 경제정보센터, 2023
마을호텔㈜가 만든 책방과 카페 | 이미지 출처: 마을호텔㈜
- 경남 경주 황촌 마을호텔
경남 경주시 황촌은 2024년까지 주민공동체와 상권 활성화를 목표로 ‘일상이 여행이 되는 마을, 행복 황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국토교통부 ‘2020 도시재생뉴딜사업’ 대상지). 철도 관사였던 적산가옥을 스테이로 개조하거나, 기존 주택의 모습을 최대한 살려 방치된 빈집을 경북 1호 도시민박업 ‘행복꿈자리’라는 마을호텔로 개조하여 운영한다. 이처럼 황촌 마을호텔은 일제강점기에 철도 관사촌이었던 역사를 살려 각각의 특징이 뚜렷하고, 동네 주민으로 이뤄진 행복황촌협동조합의 적극적인 주도하에 진행되어 선순환적 도시 재생의 예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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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수리해 ‘마을호텔’로… 내국인 숙박가능한 경북 1호 도시민박업 ‘경주서 시작’, 경주시, 2024
철도 관사를 스테이로 리모델링한 경주 황촌 마을호텔 | 출처: 행복황촌협동조합 블로그
청년을 위한 빈집
- 인천 미추홀구 빈집은행
인천 미추홀구는 전국 최초로 빈집 조사를 시행하고 2010년부터 지역 청년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빈집 활용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2016년에는 ‘빈집 리모델링 전문가 양성 과정’ 교육을 시행하면서 청년들이 주축으로 구성된 ‘빈집은행’을 설립했다. 빈집은행은 행정안전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여러 정부 부처의 지원을 받아 빈집을 리모델링하고, 이를 청년 창업 허브 공간으로 활용하는 프로젝트다. 특히 LH에서 제공한 빈집의 대부분이 반지하 공간이라는 점에 착안, 습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버섯을 재배하는 ‘빈집 스마트 도시농부’는 빈집 활용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사업이다. 버섯 외에도 상추와 같이 도시에서 재배할 수 있는 채소를 재배하며, 교육을 받은 시니어들이 농장 운영에 참여해 청년뿐만 아니라 지역 장·노년층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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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에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다! ‘빈집은행’을 소개합니다, 인천도시재생지원센터, 2020
빈집의 환경을 이용한 스마트 농장 | 출처: 빈집은행
- 전남 목포 괜찮아 마을
청년 기업 ‘공장공장’의 ‘괜찮아 마을’은 2018년 행정안전부가 추진한 ‘시민 주도 공간활성화 사업’을 계기로 시작되었다. 공장공장은 목포항 선창가에 자리한 40년 된 여관과 주변의 빈집을 숙소와 공유 오피스 공간으로 개조한 후, 청년들이 6주간 머물며 인생의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본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 중 일부는 지역에 남아 괜찮아 마을 운영에 참여하거나 식당을 차리는 등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찾아오는 청년이 늘어나면서 괜찮아 마을이 운영하는 공간은 7곳으로 늘어났으며, 빈집 재생과 독립출판, 로컬 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청년들의 휴식과 커뮤니티는 물론 자기 계발까지 돕는 공간이 되었다. 지원사업이 종료된 후에도 괜찮아 마을은 2023년까지 5,800명이 넘는 생활인구 유입에 기여하여 지역사회에 약 13억 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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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더 크게 확장된 40년 된 여관, (오른쪽)공유 오피스 내부 | 출처: 공장공장, 괜찮아 마을 홈페이지
예술로 채운 빈집
- 부산 반딧불이 사업
(재)부산문화재단 예술인복지지원센터에서 추진하는 ‘반딧불이’ 사업은 도심의 빈집과 유휴공간을 지역 예술인들이 창작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무상 제공한다. 이를 통해 지역 예술가는 안정적인 예술 활동 기회를 지원받고, 주민들은 지역 예술가들이 진행하는 다양한 문화활동(전시, 공연, 음악회, 교육 등)에 무료로 참여하며 문화예술 체험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빈집을 매개로 마을 환경을 개선하고 지역 예술가와 주민이 소통하는 것이다. 재단은 빈집이나 유휴공간을 가진 공공기관 또는 민간(개인)에게 신청을 받고, 서류와 현장 심사를 거쳐 선정된 빈집에 개보수 비용과 기부금 영수증을 지원해 더 많은 빈집이 사업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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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사업은 지원하는 문화예술 장르에 한계를 두지 않아 주민들이 다양한 문화예술을 체험할 수 있다. | 출처: (재)부산문화재단
주민을 위한 빈집
- 경북 김천 자산골 마당 깊은 집
‘자산골 마당 깊은 집’은 김천시 도시재생사업 ‘자산골 새뜰마을사업’의 일환으로 과거 일제강점기 김천읍장 관사로 사용되었던 빈집을 주민문화센터이자 주민협의체 사무실로 개조한 프로젝트다. 단층 목조주택 구조를 최대한 유지하고 앞마당 우물과 뒷마당 고목을 복원하는 등 건물의 역사적 의미를 살린 건축은 2020년에 ‘경북도 건축문화상’을 수상하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위치 선정부터 설계까지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이 공간은 현재 마을 커뮤니티 센터와 지역 청년들이 운영하는 카페로 운영되어 수익의 일부를 마을주민 활동 기금으로 활용한다. 빈집을 마을 공동체의 거점 공간으로 개조해 지역 주민과 청년이 상생하는 체계를 갖춘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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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 '자산골 마당 깊은 집' 빈집 활용 공모 최우수, 매일신문, 2021
‘자산골 마당 깊은 집’ 빈집재생 전/후 | 출처: 김천시
- 강원 춘천 문화도시 빈집 프로젝트
춘천문화재단의 문화도시사업 일환으로 진행된 문화도시 빈집 프로젝트는 빈집 및 빈 상업 공간을 주민에게 문화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주민센터로 개조했다. 프로젝트를 통해 변신한 8채의 건물(빈집 5채, 상업 공간 3채) 중에는 주민들이 모여서 취미활동을 배우는 ‘모두의 살롱’, 예술가와 협업하여 공동 창작 워크숍을 여는 ‘아트살롱’과 ‘괜찮은 작업실’ 등이 포함되어 있다. 지난 3년간 3만 명 이상의 주민이 이용하였으며, 주민들의 의견을 받아 내부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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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을 연결하고 예술가가 성장하는 우리 동네 문화공간, 춘천사람들, 2023
빈집과 유휴공간을 리모델링한 ‘(왼쪽)모두의 살롱’과 ‘(오른쪽)기록장’ | 출처: 춘천문화재단
지역 정착을 돕는 빈집
- 충남 서천 삶기술학교
‘삶기술학교’는 충남 서천군 한산면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공동체로, 청년들이 나만의 기술을 발휘하여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다. 삶기술학교는 서천군과 협업하여 모시, 소곡주와 같은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이 중에는 빈집 재생에 초점을 맞춘 건축 캠프 프로그램도 있다. 이 프로그램 통해 삶기술학교 출신 청년들은 스스로 빈집을 개조하여 미술 교습소, 카페, 사진관, 메이커 스페이스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오래된 여관을 관광객이 머물 호텔로 개조하기도 했다. 2021년에는 행정안전부의 지원을 받아 워케이션 센터인 ‘한산 디지털노마드센터’를 건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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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여관을 개조한 호텔 ‘커뮤니티 호텔 H’, (오른쪽)한산디지털노마드센터 | 출처: 삶기술학교
앞선 사례들은 일련의 빈집재생 사업 과정에 지자체는 물론 관련 기관과 민간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지역과 공간의 특색을 살린 차별화 된 아이디어와 운영 노하우가 중요하다. 외부인의 흥미를 이끄는 동시에 지역 주민의 삶에도 도움이 되는 콘텐츠가 바탕이 될 때, 빈집재생은 지역민의 관심과 참여를 얻고 실질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글 : 공공디자인 소식지 편집부